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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인지,추억인지...


BY 에이스 2004-03-17

그날도 오늘처럼 하늘이 우울했었죠.

얼마나 우울했냐면 걸어가는 내내 하늘이 무거워 고개가 절로 떨어지더라구요.

그를 불러냈어요. 신촌에서 만나자더군요.

약속장소에 덩그러니 혼자 앉아서 그를 기다리며 - 그런거 있잖아요, 연속극에서 주인공이 누굴 기다리며 과거를 회상하는...- 바로 과거속으로 빠져들었어요.

바로 저 길모퉁이에서 그를 처음 만났는데...

대학 새내기인 전 상큼,앙큼, 응큼 결정체였어요. 아주 중증이었죠.

남학생들이 말도 못붙이게 쌀쌀맞게 굴면서도 속으론 탐색레이더를 있는데로 풀로 가동중이던 그시절...잘난척하며 걸어가다가 누군가와 부딛쳤어요. 그는 떡볶기를 먹고었었고, 전 눈보다도 하얀 미니스커트를 입고있었어요.

그렇습니다. 그 떡볶기가 떨러진곳은 왼쪽 허벅지 안쪽에 퍽허니 자리를 잡은거지요.

그럴땐 대부분 어떻게 하나요?

아니 뭐 이런사람이 다 있어 '짝' 귀싸대기 한방 올리고 '흥' 이러고 끝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한건...그를 치켜올려본 순간...

아무소리도 안들렸습니다. 아무 말도 못했구요.

그는 수선스럽게 사과를 한다, 물묻힌 휴지로 뭘 어쩐다 그러더니 입고있던 체크무늬 난방을 훌떡벗어서 내 허리춤에 감아주는겁니다.

그후로 우리는 좋은 사이가 되었지요?

...

그런건 아니고 내 허영심을 무참히 깨고 그는 나만의 사랑이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짝사랑이죠.

우습죠, 얼마나 팅기며 찾아다닌 사랑인데 그렇게 우습게 시작했냐구요?

그러게 말입니다. 세계 불가사의 중에 하나라나요!

구구절절이 풀자면 이야기는 길어질꺼구...

앞자르고 옆자르고 뒤짤라서 이야기는 결론으로 가서...

2년반이 지났습니다.

짝사랑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느라 자신의 존재가 비참할대로 비참했습니다.더이상의 진전도 없고...같이한 시간도 만만치 않고...

도대체 나의 인생은 선택받지 못하는 서글픈 존재인지...이제는 뭔가 확실한 매듭이 지어져야 겠기에 그를 불렀습니다. 인연의 종지부를 찍을려고말이죠.

그가 보입니다. 훨칠한키에 체대생답게 쭉뻗은 다리 헐렁하게 걸친 스웨터...   저는 마음을 다잡습니다.

그간 내 마음고생 시키고, 눈에서 눈물빼내간넘...이젠끝이야!끝!

 

 싱글거리며 카페로 들어서는 그의 모습이 애잔했습니다.

이젠 다시는 못볼 그의미소, 그의 목소리...

바쁜데 불러냈다며 앉자마자 바쁜척을 합니다. 바쁘지~

지난번에도 동아리 여성후배들속에서 바쁘게 시간가는줄 모르고 히히덕 거리던 시간인데...저는 그의 스케줄을 꿰고있습니다.

그만큼 그를 사랑합니다. 저는 내숭을 떱니다. 미안하다고 시간을 빼앗아서, 속으론 이넘을 화~왁!  

커피를 시켜놓고 이얘기저얘기로 저의 혼을 쏘옥 빼놓고 싱글거리는 그를 저는 2년이 넘게 지켜봐왔습니다. 처음엔 저를 좋아해서 그런줄 알았는데 그게 그의 타고난 재주였습니다. 신이 내린그 축복받은 재주덕에 저의 경쟁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많아지고 심지언 내친구까지 좋아한답디다.

그가 잠시 화장실에 간사이 (삐삐 진동소리 들었음) 저는 가방에서 쵸코렛을 꺼냈습니다. 마지막을 달콤하게 끝내기위해서...으음~

그는 엇 내가좋아하는 초코렛하며 먹어보란말 없이 커피랑 다먹는겁니다.

그래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서운할꺼 없어...그래도 재수없는 넘!

저는 그때부터 시계를 자주보게 됩니다. 앞으로 7시간만 같이 있는거야

그의 친구들과 저의 친구들을 불러서 같이 저녁이나 먹자고 제안을 했고 또 흥쾌히 그러자는 그! 친구들이 모이는데 두어시간이 흘럿고...저녁을 삼겹에 소주한잔씩 하는데 두어시간 그당시엔 노래방이 줄서서기다리던때라

우린 강남으로 가기로 했습니다...나이트에가서 국민체조하자고...

전 그의 옆에 착달라붙어서 물이며 음료수며 간식이며 엄청 챙기느라 주변을 살필 여력이 없었는데, 그의 친구하나가 제친구에게 관심을 무지 표현하는바람에 그와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연장이되었던 것이지요.

뭐 저는 그렇습니다 모하나 작정을하면 그것만 생각하는 외골수기질이 잇어서 남의 큐피트엔 관심이 없었거든요. 오로지 그와나!

나이트... 다 가보셨죠. 스테이지 설자리도없고. 테이블 모자라서 의자가 머리위로 왔다갔다하고...화장실은 그야말로 말로표현못함. 질퍽한데다 휴지굴러다니고...옆에선 또 확인 작업들어가고...남자 화장실도 그런가 싶어서

조금 기웃거려봤더니..의외로 남자 화장실은 괜찮은것 같더군요.

밖에는 비가 억수로 왔습니다. 나이튼 그야말로 후끈거리는 닭장같았고,

그와 그의 친구들은 쉬지않고 마시고 추고를 반복하더니 어느덧 그 약속한 7시간이 훌쩍 넘어버린겁니다.  춤추는 그를 끌고 내려와서  저는 맥주를 마구 따라서 그의 잔을 자꾸채우며 너를 무지 좋아했다 서운하다 내맘도 모르고...너는 나에게 냉정하더라...흐흐흑

안깁니다. 붙잡고 늘어집니다. 볼에다 뽀뽀도 합니다. - 미친짓 엄청했습니다.  차마 뿌리치지 못하는 그라는걸 알기에 마구마구 매달립니다.

그가 저를 뿌리칩니다.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안된다고 이대로 못보낸다고 저는 붙잡습니다. 놓으라고...안된다고...놓으라고~ 싫다고~

그의 얼굴이 화가나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 하나둘 테이블로 모이고 사람들이 스테이지를 떠나자리로 돌아가고 나서 그제서야 그를 놓아주었습니다.  튕겨나가는 그를 보고 웃음이 나오려는나.

 

한참만에야 그가 돌아왔습니다. 집에 가자더군여...

뭐에 쫒기는 사람 같았습니다. 근데...친구들이 어디 그런가여...

그는 쉴새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렸고..새벽이 되어서야 우리의 체조시간도 마치게 되었습니다. 버스끊기고, 택시잡기 엄청힘겨운 그시각...더우기 비까지 펑펑내리고...그의 친구들은 이대로 헤어지기 싫다며 포장마차 운운 하고있는데 잘생기고 핸섬한 나의 그만이 집에 가야한다고 울부짖는거 아니겠습니까...엉덩이에 있는힘을 줘가면서 말이죠....거의 울쌍이되었구요.

불쌍해서 헤어져 줬습니다.

낮에 먹은 초코렛은 미국에서 공수해온 변비약이었거든요^^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 배도 안아프면서 7시간후에 바로 화장실 가고싶은거였거든여 그런걸 한판을 다먹고도 이것저것 주는데로 잘 받아먹었으니...

제 친구들과 저의 음융한 작전이었고...변비약 제공자는 아직도 그초코렛사건을 찜질방에서 아줌마들 앉혀놓고 이목집중시키고 있답니다.

나의 짝사랑 그는 그날 집에 돌아가던 중, 갑자기 차에서 내려달라 해서 어디서 내렸는지는 몰라도 목동까지 걸어갔답니다. 비오는 날, 친구말에 의하면 방구냄새 풍기면서...

사실 엄청난 헤프닝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글로 표현 하기도 그렇고 말재준있어도 글재준 없기에...가슴아픈 저의 짝사랑과 헤어진 날을 적어봤습니다. 그날은 하늘이 많이 무거운 날이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