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에 저는 빨리 스물이 되고 싶었습니다.
스물이 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스물이라는 말이 참 싱그럽고 풋풋했습니다.
스물이 되자 아직 어리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스물에는 스물하나라고 했고 스물하나에는 스물 둘이라고 하면서 나이 먹는 것도 즐겁고 행복했지요.
그리고 스물 아홉에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남편은 서른한살의 노총각이였으면서 언제나 노처녀 구제해 주었다고 큰소리를 쳤지요.
그리고 서른 아홉에 저는 사십이 되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절대 사십이 안된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그해 섣달 그믐날밤, 시댁에 있는데 열두시가 다되어서 아는 선배가 전화를 했습니다.
"사십이 안된다고 하더니 겨우 시댁으로 도망갔니?"
그래도 저는 만 나이까지 따져가며 3년동안 사십이 아니라고 우겼습니다.
그리고는 나이같은 것에 마음쓸 겨를 없이 정신 없이 세월이 가고
큰딸 결혼식 전날 사위가 보내준 쉰 다섯 송이의 장미가 제 나이를 실감하게 했습니다.
나이대에 맞는 속력으로 세월이 간다고 하던가요?
10대는 10 km
20대는 20 km
30대는 30 km
40대는 40 km
50대는 50 km
어느새 육십이 눈 앞에 있습니다.
저 앞에 보이는 세월보다 뒤돌아 볼 세월이 더 많습니다.
언젠가 친구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개나리 꽃이 피어도, 여름의 태양이 뜨거워도, 단풍을 보아도, 눈내리는 거리에서도 나는 과연 내년에도 저것들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너무도 소중하고 너무도 아름다워 "
그런데 그런것들을 즐기고 느끼고 살 여유가 없었던 저에게 친구의 말은 별로 실감이 되지 않았지요.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온다고 하던가요?
아직 다 녹지 않았을 것 같은 언 땅을 뚫고 너무도 여린 싹 들이 파랗게 돋아난 모습을 한참을 쭈구리고 앉아 보았습니다.
생명은 너무도 작고 아무 힘도 없어 보이는데 너무도 강했습니다.
저 작은 싹이 자라 줄기가 되고 잎이 되고 꽃이 피겠지요?
봄은 이렇게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기쁨과 설레임 그리고 희망입니다.
저도 올해는 이 봄을 아주 소중하고 감사하게 바라보아야 겠습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만나게 될 봄인지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