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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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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각시


BY 아침커피 2004-03-12

공짜란 것이
하물며 부부사이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요즘 난 부쩍 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

늘 그렇지만
온종일 회사일에 시달리다 집에 돌아오면
심신은 지쳐 거의 녹초가 된다.

하지만 잠시 쉴 틈도 없이
밥짓고, 설거지 하고
여기저기 널려진 옷가지들
대충 눈 앞에 보이는 청소까지
거기다 우리 딸내미 뒷치닥거리까지
어쩌다 남편이 조금 도와주긴 하지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짜증스럽게
때로는 우울하게
때로는 슬픈 맘 까지 자극한다.

한마디로 산다는 것은
전쟁을 치루는 고통과 같다.
하지만 더욱 가증스런 것은
그렇게 바쁘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어쩌지 못하고
무던히도 잘 견디고 있는 내 모습이다.
아니, 비단 나뿐이 아닌 다른이도 마찬가지리라.

마치 팽팽해진 네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조금이라도 삐걱거리면
곧 탈선해 버릴 위험에 처해진 것처럼
긴장의 고삐를 조금이라도 늦추면 안되는 
그러면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괴로우면 괴로운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마음을 훤히 읽은듯
어느 날 부터인가 울 엄마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낮에 오셨다가
설거지며 청소, 빨래도 개켜두고 
밥도 앉혀놓고 그렇게 준비해 두시고
내가 돌아오기도 전에 
당신은 바람처럼 가버리신다.

솔직히 기분은 좋지만
왠지 마음 한 켠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게
그러면서도 그렇게 당신께서 해 주시는 게 좋아서
헤헤 그리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애물단지 인가보다.

이제 훈풍이 도는
봄이 왔다
뾰족히 고개를 내미는 새싹처럼
아래로는 우리 딸에게
그리고 위로는 엄마께
좀 더 착실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