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란 것이 하물며 부부사이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데 요즘 난 부쩍 엄마의 도움을 받고 있다. 늘 그렇지만 온종일 회사일에 시달리다 집에 돌아오면 심신은 지쳐 거의 녹초가 된다. 하지만 잠시 쉴 틈도 없이 밥짓고, 설거지 하고 여기저기 널려진 옷가지들 대충 눈 앞에 보이는 청소까지 거기다 우리 딸내미 뒷치닥거리까지 어쩌다 남편이 조금 도와주긴 하지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될까.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 때로는 짜증스럽게 때로는 우울하게 때로는 슬픈 맘 까지 자극한다. 한마디로 산다는 것은 전쟁을 치루는 고통과 같다. 하지만 더욱 가증스런 것은 그렇게 바쁘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일상을 어쩌지 못하고 무던히도 잘 견디고 있는 내 모습이다. 아니, 비단 나뿐이 아닌 다른이도 마찬가지리라. 마치 팽팽해진 네일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조금이라도 삐걱거리면 곧 탈선해 버릴 위험에 처해진 것처럼 긴장의 고삐를 조금이라도 늦추면 안되는 그러면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괴로우면 괴로운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 마음을 훤히 읽은듯 어느 날 부터인가 울 엄마는 일주일에 한 두번씩 낮에 오셨다가 설거지며 청소, 빨래도 개켜두고 밥도 앉혀놓고 그렇게 준비해 두시고 내가 돌아오기도 전에 당신은 바람처럼 가버리신다. 솔직히 기분은 좋지만 왠지 마음 한 켠은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게 그러면서도 그렇게 당신께서 해 주시는 게 좋아서 헤헤 그리는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애물단지 인가보다. 이제 훈풍이 도는 봄이 왔다 뾰족히 고개를 내미는 새싹처럼 아래로는 우리 딸에게 그리고 위로는 엄마께 좀 더 착실하고 성실한 사람이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