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건강을 이유로 이곳 시골로 둘이 와서 생활 하다보니
때아니게 늦은 분가를 한것 같다.
결혼후 이십칠년을 어른들과 생활 했기에
내 생활에서 어른들을 제외하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데
남편 따라 이곳에 와서 있는게 나는 여간 부자연 스런게 아니었다.
때가 되면 "어떻게 끓여 잡숫나?" 싶고
추우면 "보일러는 잘 틀고 계시나?" 싶고.
그러다 보니 오후엔 나 혼자 자주 들러서 어른들 저녁을 해 놓고 또 다시 시골로 와서 우리 둘이 먹을 밥을 해 먹곤 했다.
하루 걸러 한번씩은 들르다가
이번 충청도를 덮었던 폭설때문에 갇혀서 며칠만에 집엘 갔더니
어른들이 무척 반가와 하신다.
늙어도 자식은 부모님 앞에 늘 어릴 수 밖에 없음을 실감했다.
그런데도 그런 부모님의 마음은 젖혀두고
이나이를 먹었어도 시집살이라는것이 있었는지
마음 한켠의 허전함은 잠깐씩의 느낌일뿐,
새로이 만들어진 둘만의 시간에 이 나이만 먹고 철이 없는 며느리는
편안함과 행복감을 맘껏 느끼고 있었다.
작은 돌솥에 둘만의 밥을 지어 식탁에 앉으면
늘 많은 식구에서 부대끼던 생각이 나서 소꿉놀이 하는 것같고
두어개의 설겆이거리를 씻는것은 재미 있기까지 하다.
저녁시간을 거의 티비앞에서 보내던 집에서의 생활과 달리
여긴 티비도 없다보니 라디오로 바깥세상을 듣고
아침이면 비닐하우스 사이에 나있는 농로를 따라 걷기 운동도 하고
저녁이면 요즘 그 유행하는 반신욕도 하고 있다.
남편 역시 다 늙어서지만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있는게 편안한지
내가 들어 주기엔 정말 귀가 거북한 노래를 흥얼 거리기까지 하며
창고 정리를 하고 닭에게 모이를 주며 강아지 사료를 준다.
이제야 겨우 집주인 행세를 하는것 같아서 우습기까지 하다.
지난주
눈이 엄청이도 내려서 며칠째 모처럼 시작한 걷기운동도 할수 없고
그냥 지나자니 결심한 마음이 풀릴까봐 불편해 죽겠는데
쇼파도 없는 훵한 거실에서 둘이 마주보며 국민체조를 하고 있다보니
순서가 엉망이고 재미도 없다.
이게 아니지~!
작은 아들이 호주 간 사이에 스피커 성능좋은 컴퓨터도 시골로 옮겨 놓았겠다,
최신 팝송 클릭해서 크게 틀어 놓고
배워 보지도 않은 에어로빅인지 막춤인지 아니면 택견인지,
나도 모르는 움직임을 해보면서
아침 저녁으로 둘이서 국적 없는 몸부림을 치고 있다.
허리아픈 내 움직임도 거울속에서 우스운데
영락없는 할아버지 움직임을 하는 남편의 팔을 맞잡으면 뻣뻣해서
입으로는 괴성이 나오고 이마엔 진땀이 난다.
그래도 둘이서 즐겁다.
부족함을 느껴본 사람만이 풍요함에 만족할 줄 안다고하지 않던가~!
남들에겐 별것도 아닌 흔하디 흔한 이 둘만의 시간을
그동안 전혀 느껴 보지 못했기에 이리 소중하게,
행복해 하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른다.
동창 모임이 있어서 차를 몰고 나가는 남편에게
"밤이되면 길이 얼테니 조심해서 다녀와요~" 하며 당부를 했다.
차창을 내리더니 입을 삐쭉하며 어이없다는 웃음을 준다.
집에 들러서 어른들께 얼굴 보여 드리고 오라는 당부를 잊었다.
외진 이곳에 참견 하는 이 아무도 없고
더구나 남에게 피해가 전혀 안되니
음악의 볼륨을 조금 더 높혀 놓고...
요즘
저녁마다 그이에게 다가가서 속옷 차림인 내가 하는말,
.
.
.
"쉘 위 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