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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3

기숙사


BY 아리 2004-03-05

큰 녀석이 고대 법대에서 수석 차석의 자리를 마다하고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현실에 눌려

문과에서는 어렵게  교차지원이 가능한 의대로 지원을 했다

 

더구나 울산의대에서 아산 특별장학생이라하여

6년간 장학금은 물론 기숙사비 교재비까지 무료로 공부를 시켜준다는 약속을

하는데 어찌 갈등하지 않을 수 있는가

더구나 본인은 고시원 같은 작은 방에서 자기혼자와의 싸움에는 도통 자신이 없다는데

--고승덕 변호사쓴 고시 체험기에서보면 깨어있는 시간 단 일분도 허비하지 않았다는

인간이 아닌 모습에 혀를 내두르고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든다

 

허나 의대공부도 만만치는 않다

24시간 도서관에 불이 켜져 있다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와 그룹을 지어서 같이 공부를 하고 실습을 하는 쪽이 자기 적성에

맞는다는데 ..

 

물론 아이 아빠와는 상당한 의견다툼이 있었다

권력의 단맛?을 알고 늘 포괄적인 친구들과 광범위한 사회생활을 하는

남편 입장에서는 본인이 이루지 못한 청치적 사회적 권력을 아들이

대를 이을 것을 내심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오죽해야 가족회의라는 이름하에 회의를 했지만

둘째 녀석은 아빠와는 가족회의를 한 것이 아니고

(아빠 의지 관철위원회 ) 내지는 (아빠 의견발표회)였다고

중얼거리게 될 정도로 아빠의 의지는 대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빠의 모든 의견을 배신하고 우리는 조용히 의대에 등록을 했다

단돈 18200원을 내고 ...

룰루 랄라 ~~~

 

워낙에 친구가 많고 놀기 좋아하는 녀석이

늘 이약속 저약속에 몰려다니며

지갑을 비우며 백수 노릇을 할때는 미워도

막상 집을 떠난다고 하니 ..

 

더구나 일단 집에서 부터 기차든 버스든 어떤 교통 수단으로도 5시간은 족히 넘는

먼 곳으로 떠난다고 하니 어찌나 안스러운지

-남학생들은 심하게는 학기 중에 한번만 집으로 와 본다는 이야기가 있을 지경이니

 

부모야 침구는 물론 하다 못해 손톱깍이까지 적어서 시장에서 조목 조목 물건을 사러다녀도

본인은 친구들과 강촌에서 밤을 꼴딱 세우고 와서

잠에서 깨어날 줄 모른다

 

 

3월 1일 차안으로 햇빛이 들어차는 따스한 봄날이었다

 

훠이 훠이 울산에 도착해서

 

기숙사에 들어가니

 

엄마인 나는 썰렁함에 섬찟하기 까지 했다

 

물론 조카는 카이스트 기숙사보다 방도 넓고 좋은 편이라고 나를 위로했지만 

 

기숙사라는데가

 

침대와 장농 그리고 책상이 전부지 집도 아니고 그 무엇이 있으랴

 

더구나 먼저 온 선배들이 짐을 내동댕이 쳐놓고

 

농구를 하러 갔다는데 ...

 

어지러진 과자상자들하고 옷가방들

 

이리 저리 샤워실이며 세탁실을 둘러보아도 낯설기만 할 뿐이었다

 

분리 불안은 아이에게만 있는 건 아니었다

 

40이 훌쩍넘어 50을 바라보는 이 어미의 마음에도 분리불안 같은 것이 느껴진다

 

단 2년이라지만

 

이 낯선 곳에서 마음을 굳건히 하고 자기관리를 하며 공부를 해야하는 아이가

 

얼마나 안쓰러운지 다음날 온종일 울었다

 

이쁜 딸을 하나 키우는 친구가

 

자기딸 아까워서 절대로 시집을 보내지 않다고 반 농담을 하던게 곧이 들릴 지경이었으니 ..

 

 

부모를 떨어지니 한결 철이 들고 의젓해져서

 

아빠 엄마는 물론 동생의 안부까지 묻고

 

자기는 불편한 거 하나 없이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랜다

 

지 아빠가 전화를 하니

 

"아빠 저 잘 할게요 ~"

 

하고 말은 잘했다는데

 

밑에 답글 라일락님 말씀 맞따나 저 돈 필요하면 부모찾을 나이가 되었으니 ~

 

어여 어여 나도 자식으로부터 독립을 하고 내 일을 찾아야지

 

언제까지 이 끄나풀을 잡겠다고 꾸역 꾸역 공연한 걱정을 사서 하고 있는가 말이다

 

갑자기 아들을 군대보낸 어머니 들이 다시 보일 뿐이다 ...

 

"아들아 ! 나는 너를 믿는다 ..집에 오고 싶으면 언제 든지 오너라 ..물론 오고 가는 일이 만만치는 않겠지만 ..본과에 들어와서 서울에 오면 이 엄마가 도움이 되겠지 .."

 

 

도영님이 둘째 아들 보낸 이야기를 읽고 저도 횡설 수설 몇자 적어 보았답니다

 

행복도 슬픔도 늘 가슴 속에 있는 건데

 

우리 잘 지내자구요 ..

 

아이는 이미 자기 갈 길로 들어섰고

 

최소한 누는 되지 않는 부모가 되어야 하는데 ...

 

 

고대 법대의 합격소식을 올려서 고대 후배가 된다고 좋아하던 바늘이랑

 

27각시님에게는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