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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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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밭 가지치기


BY Ria 2004-03-04

낯선 전라도 땅에서 생활한지 열두 해가 지나 이제 나도 반 전라도 사람이 다 되었다.
남편이 이곳으로 전출을 간다기에  여러가지로  갈등을 했다.
새로운 곳에서의 낯설음 낙후된환경 정이 안 들면 어떡할까

떠내기처럼 마음의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달아날 핑계만을 찾으며 5 년을 나의 오만함으로 보냈다.

달아날 궁리보다는 내가 선택한것에 가치있는 것을 찾고 싶었다.
마음을 한쪽으로 기울이다 보니 곳곳에 매력이 숨어 있었다.
가까운 곳에 너무나 아름다운 지리산이 있었고, 허기진 내 정서를 채워줄 전원풍경이
그래도 많이 남아 있고, 세월의 무심함도 삶의 힘겨움도 느린 강물의 흐름 같은 여유로움과
유연함이 있는 섬진강이 위안이 되어 주었다.

지구가 내일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으라는 명언과 같이
내가 좀더 오랫동안 이곳에 오래 머무럴수 있는 것은 나무를 심어 뿌리를 내리는 것이었다.
땅에 뿌리를 내리는 나무를 보는 것은 사람에게 느끼는 정 이상으로 내게 의미있는 일이고
나를 이곳에 붙들어 둘수 있는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었다.

나의 정성이 배인 나무들과 함께 하는 것은 내게는 공기와 같고  매일 뜨고 지는 해와
같은 일상이 되었다.
몇 년간 해온 가지치기라 가위를 잡는 것에 두려움은 없다.
웃자란 가지, 큰 가지 사이에 끼어 햇볕을 제대로 못 받는 가지, 너무 촘촘하여 서로 성장을 방해하는 가지,
너무 높아 과일이 열려도 따기가 힘든 가지, 반대로 너무 쳐져 땅에 닿아 있는 가지도 잘라 내야 한다.
잘려나가는 가지가 안쓰러워 처음엔 내 살을 배어내는 것 같이 마음이 아팠지만 더 튼튼하고 균형 잡힌 나무를 위해 불가피한 일이다.

필요 없는 것이 잘려나가는 것은 비단 가지만은 아닐 것이다.
내 마음속에도 필요 없는 가지들은 있다.
자기 자신이 자기를 잘 안다지만 정작 자기의 필요 없는 가지를 자른다는 것은
어쩌면 자기를 향한 성찰이고 수양이고 고통일지 모른다.
지나친 조심증으로 경계의 벽이 되어버린 가지, 나는 깨끗하고 반듯한데 상대방은
그렇지 못하다고 비난하는 가지, 언제나 똑 같은 것만  옳다고 단정짓는 편견의 가지,
남보다 많이 가져야 한다는 욕심의 가지, 남들은 안되고 나는 관대하고 싶은 비 도덕적인

가지, 등등……

봄을 시세움하는 꽃샘바람도 따사로운 봄 햇살은 이기지 못할것이다
잘라낸 가지의 상처는 곧 아물 것이다.
더 싱싱하고 튼튼한 새순을 나는 기다린다.
내 마음을 오랫동안 지탱해줄 사랑이란 가지를 키우기 위해

 

****

무척오랫만에 에세이 방을 두드립니다

낯선이름도 많고 조금은 어색하지만

곧 친숙해 지리라 여깁니다.

봄이 숨바꼭질을 하는것 같죠

다음번엔 남녁 섬진강의 봄꽃향기를 전하겠습니다.

행복한 나날 되십시요

-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