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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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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남편의 꽃 선물


BY 소심 2004-02-26

알음이 있다는 집의 일에는 어쩔 수 없는 관심이 주어 진다. 자주 만남을 가지던 집의 가게 문이 닫혀 있다. 객지로 보낼 아들 때문에 잠시 문을 닫았구나 하고 생각할 즈음 가게 출입문에는 喪中(상중)이라는 글씨가 얌전히 붙어 있어 눈길을 끈다.

시댁어른 들에게 일이 생겼나 궁금함에 옆집 가게 에다가 문의를 해 본다.

“에구 그집 신랑이 갑자기 돌아 가셨대요”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는데..... 영영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나 봐요”

“ 청천 날벼락! 날벼락도 이러한 날벼락이 있을 까요”

참으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멀쩡하던 젊은 그집 남편이 고혈압으로 그것도 집이 아닌 사무실에서 말 한마디 없이 세상을 떴다는 내용이다.

갑자기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려오고 비애라는 말을 실감해야  했던 순간이었다,

영안실에서 그녀와 마주쳤을 때 아무 말도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없었음은.......

젊디 젊은 그녀 남편의 영정사진을 바라보면서..... 지난 가을의 한 때의 그림을 떠올려 본다.


어느 늦가을 그녀가 꾸려 가고 있는 작은 상가 매장 안에는 청초한 자태의 하얀 구절초가 화병에 꽂혀서 빛과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구절초의 아름다운 모습은 매장에 진열되어 있는 여러 가지의 가방이나 소품들과 어우러져

보는 이들의 마음에 향기를 전해 주었었다.

구절초의 향기 속에는 퇴근길에 꽃을 꺾어와 아내의 매장에 선물한 남편의 소중한 마음씨도

담겨져 있기 때문이었다.

행복에 젖은 그 아내 매장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한잔의 녹차 잔에다 피어 있는 구절초 꽃잎을 동동 띄워서 입안 가득히 들국화 향을 돌게 해 주기도 했었다.

그 가을 구절초의 향긋한 향내음은 남편의 애틋한 사랑의 마음에 도취되기도 했고 그들의 아름다운 부부애에 행복지수를 전해 받기도 했지 않았던가?


문상을 하는 동안 유난히 지난 구절초의 추억이 서려 오면서 죽음의 이별에 대한 애잔한 마음이 가슴을 저며 온다.

아들아이를 객지로 유학시키기 위한 마음 준비로 또 다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던 그녀에게

청천 날벼락 같은 남편과의 사별은 주변인들을 너무나 슬프게 한다.

요즘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더욱 인생의 의미가 새로운 의미로 부각되어 온다.

후회로도. 그리고 한탄으로도 돌이 킬 수 없는 이별의 종착역에서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사별의 고통을 감지 해본다.

다시는 꽂을 수 없는 구절초! 기나긴 남은 여정을 홀로이 걸어 가야할 그녀의 슬픈마음에

위로의 마음을 전달하면서.... 노자의 글을 그녀에게 전하여 주리라.


‘ 가장 행복한 순간일 때, 사실은 바로 그 옆 가장 가까이에 불행이 엎드려 있다.

가장 불행한 순간이야말로 행복이 깃들 수 있는 하나의 터전이다.

행복에 치우칠 때 곧 불행이 가까이 있고, 불행에 치우칠 때 또한 행복이 가까이

있는 것이다‘. <지혜를 파는 나그네>노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