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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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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에서 새봄을 .....


BY 산아 2004-02-22

"아직 데쉬도 하지 않았는데 가버려요" 하면서 남직원이 위로하고픈 마음을
농담으로 대변한다.
책상위에다 라면박스를 올려놓고 짐을 싸다가 나도 모르게 손에 힘이 풀림을 느낀다.
애써 웃으면서 " 둘이 같은 사무실에 있으면 무슨일 날지 모르니까 위에서 불륜예방차원으로다 나를 먼데로 발령낸 거겠지"
 
말이 없으면서도 일하나는 똑부지게 하는 나보다 몇 살어린 남직원이다.
남직원들이 여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면 가만히 있다가 그사람이 상사든 선배들간에
한마디씩 던지고 또한 여러모로 능력이 있는 친구라 같은 사무실에서
아무도 무시못하는 남직원이라 농담삼아 가끔씩 
"나는 연하의 남자는 좋아하지 않지만 00씨 같으면 괜찮다고 했더니" 하는 말이다.
 
 든든한 배경을 가진 여자후배에게 밀려 지금 근무하는 곳보다
도시에서 더 멀리 발령을 받았다.
처음에는 속으로 화도 나도 수궁하기도 힘들어
실력으로 살아온 내가 잘못 살아왔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짐을 싸서 챙기는 내게 저마다 이번 인사발령은 불합리하다고 위로의 말을
한마디씩 하지만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차에 내소지품을 싣고 새근무지로 향하는데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힘들다고 생각할때마다 그리고 절망적이다 하고 주저앉을 때마다 새로운 희망의 끈을
찾아내고 힘차게 일어서지 않았던가?

그래! 나를 오지로 보내는 것도 다 보이지 않는 뜻이 있을 것이다.
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사고를 돌리니 예전보다 근무환경이 좋지는 않지만
새로운 근무지가 꼭 시골 친정집 주변과 닮아 있어 근방 정이 든다.

예전보다 아침기상기상이 30분은 빨라지고 운전하는 시간도 예전보다 20분이 더
늘어났지만 새로운 근무지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는 자기합리화를 시켜보니
출퇴근도로주변에서 봄을 준비하는 농부들의 경운기소리가 정겹게 느껴진다.

나의 봄도 이곳에서 시작해야겠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봄을 맞아 나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옴추려 있지 말고 기지개를 활짝 펴 나의 도움이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활기차게 움직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