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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아이의 구걸


BY 그린미 2004-02-22

구걸이라 함은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인데
굳이 '도움' 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구걸' 이라고 한것은
상대방은 결코 유쾌하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에서 비롯 된것 같다.

 딸애가 야학을 시작한 것도 어언 4년 가까이 된다
대학 일학년때 시작해서  휴학기간에도 이 일만은 손을 놓지 않았다.

작년에 교장일을 겸하던 딸아이의 남모르는  애로 사항을 얼마전에 알았다.
"엄마....제가 청주서 구걸하러 다닌거 모르시죠?"
뜬금없는 아이의 말에 문득 생활비가 모자랐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딸아이는 약간의 웃음을 지으면서 마치 남의 얘기하듯 털어 놓는다.

야학의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딸아이는 깡통(?)을 들고 이집저집 기웃 거렸단다
시(市)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는 어림 없고
그렇다고 든든한 후원자가 있는것도 아니고...

학생수가 60여명에 달해서 지금 쓰고있는 지하 교실에서는 수용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지상으로 이사 갈려고 하니까 돈이 없다는 거였다.

더러 야학에 나오시는 분들이 도움을 줄려고 했지만 거절했단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혹시라도 미안해 하고 염치없어 하실까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다가 작년에 '현대아산재단'에 봉사활동 공적조서를 띄웠단다
일년에 몇몇 단체에게 수여하는 장학금 신청에 다행이 통과가 되어서
500만원이라는 거금을 받는데 성공을 했다...紙上에 소개도 되었다.

그러나 집세 3천여 만원을 만들어 내기에는 어림도 없는 금액이었단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낸게 '구걸' 이라고 했다.

야학 동료들하고 팀을 이뤄서 시내 상점들을 방문 했단다
조금 규모가 큰 약국이나 병원 그리고 가맹점이나 내노라 하는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상점.
그런데 생각만큼 호의를 보내지 않더란다

 그곳에서 세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단다
아예 말도 못 꺼내도록 손을 휘휘 내 젓는 사람.
듣긴 들어줘도 시쿤둥하게 받아 들이는 사람.
억지로라도 조금의 도움은 줄려고 하는사람.

 거절 당해서 그냥 돌아서 나오는 그 심정 엄마는 모르실거예요..한다
뒷꼭지가 당기고 얼굴에 끓는 물 덮어 쓴것 같은...무안하고 민망하고 서럽고...
후원자가 생겼을때는 속으로 펑펑 울었단다..너무 고마워서..

 발이 불어터지도록 돌아다닌 결과가 20여만원 도움 받는데 그쳤단다.
한달에 20여 만원이면 일년이면 240만원..
교실을 얻는데 필요한 돈이 모이자면  몇년이 걸려야 했다

 결론은,
"아빠,..도와 주세요 . 한달에 몇만원만 계좌이체 시켜 주세요. 방 얻을 돈 생길때까지만..."
아이구 한달에 후원금 나가는데가 몇군데 있는데...또??
아이의 말을 자르지 못하고 남편은 계좌번호를 또 적고 말았다.

 딸애는 우리집 뿐만 아니라 삼촌 고모 그리고 외가까지 손을 벌릴 모양이다.
거절 못할 사람만 골라 가면서....

 올해 지나면 졸업을 하는데.
딸애는 졸업 할때까지 다만 몇 백만원이라도 모아놓고 이일에서 손을 떼야 된다는 야무진 꿈을 세우고 있다

 딸아이의 꿈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앞으로 치룰 임용고사도 잘 치룰텐데..
부모가 되어서 딸아이의 꿈을 이루는데 한몫 해 주지 못함이 내내 맘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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