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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를 위하여 -실미도를 보고


BY baada 2004-02-22

영화 실미도는 지난 번 드라마 속에서 한 번 다룬적이 있었기에 얼핏 내용을 알고는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실미도를 보기에는 뭔가 좀 께름칙한 마음이 있어서 선뜻 영화관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상 최초 1000만명 돌파라는 언론매체의 대대적인 보도에' 그래 한 번 봐야지, 1000만명이라는데...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다. 여기저기 노부부의 모습이 쉽사리 눈에 들었다. 가히 1000만명 돌파의 이유를 알것 같았다.

 사형수와 중범자들이 모인 684부대는 실미도라는 섬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오직 김일성 머리 따오기라는 절명아래 몸부림치고 있었다. 죽음을 건너 온 그들이었기에 두려울 것도 더 잃을것도 없는 그들이었다. 그러나 자식 잘못 키운 애미는 다리뻗고 잘 수도 없다며 평생을 어둠속에서 웅크리고 잠들 어머니를 생각하며 몰래 사진을 숨겨온 설경구. 어머니가 입으셨다던 한복의 이름 유똥을 기억해내며 좋아하던 ... 그들은 더 이상 사형수도 더이상 범죄자도 아니었다. 다만 천진한 어머니의 아들일 뿐이었다. 오직 어머니를 만나기위해서 살아 남아 김일성 목을 따오고 말겠다는 목숨 건 부름을 기다리고 있던 그들에게 권력은 모든 것을 백지로 돌리고 그들을 없애버리라는 흔적없이 없애버리라는 기막힌 명령을 내린다. 그것이 국가의 명령이었다. 684를 이끌어 온 안성기 중령은 권력의 명령에 불복종 할 수 없음을 알고 설경구가 들을 수 있도록 만들어놓고 직속부하들에게 명령을 알려준다. 그것은 부하들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하도록 한 것이었다.그는 군인이었다.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다만 군인이었다. 국가의 명령은 바로 그의 목숨이었다. 안성기는 군인으로서 죽어갔다. 모두를 살릴 수 있는 길이 있지않는냐는 설경구의 울부짖음에 안성기는 나는 국가가 내린 명령에 따른다라는 말을 남기며 자살한다.그리고 684부대원 31인은 스스로 살기위해 어쩔수 없이 이젠 정이 들어버린 직속 상사를 죽여야만 했다.그리고 그들은 버스를 탈취하여 청와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결국 그들모두는 죽음으로 끝나고 말았다. 죽을 수 밖에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그들은 이미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자신들의 이름자를 붉은 피로 적는다. 다음 세상에서는 부잣집에 태어나라는 말이 아프다. 시대를 잘못만나 어쩔 수 없이 사형수가 되어야 했던 사람과 가난때문에 범죄자가 되어야 했던 우리의 아들들. 잘못된 정치가 한 개인의 권력욕이 얼마나 엄청난 죽음을 불러왔는가를 너무도 뚜렷이 인식할 수 있었다.그러나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684부대원의 죽음, 더불어 이렇게라도 드러나지 못한 무수한 죽음 또 있을것이다. 역사는 그들을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것이다. 용서되어서는 안된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시작이다. 그들을 죽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묻혀지리라 여겼던 그들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그렇기에 그들을 절대 용서해서는 안된다.

 684부대원들을 살리기위하여 마지막까지 몸부림쳤던 이중위. 어질러진 사탕봉지. 주인을 잃어버린 사탕봉지가 맥없이 땅에 쏟아졌다. 종이봉지속에서 흐트러져 내린 사탕알들이 오래 내 맘에 밟혔다. 국가, 국가, 과연 국가란 무엇일까. 무수한 개인의 죽음을 딛고 우뚝 서야했던 국가는 정말 무엇일까.  그들이 가고 없는 21세기에 나는 다시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