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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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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속 추억 하나....


BY 토곡 2004-02-22

밤새 비가 내렸다.

창문이 흔들릴 정도의 강한 바람이..

봄비라고 하기엔 아직 이른건지?...손에 닿는 감촉이 차갑다

집안에 모든 불을 끄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이곳 저곳 사이트를 방문하며 좋은 글귀와 아름다운 음악에

잠시 취해 보았다

빗소리의 화음이 아름답게 들린다.

그렇지만 예전 신혼집 반지하에서 듣던 빗소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곳은 결혼해 3년만에 처음으로 우리만의 보금자리였기에 더욱더

소중하고 아련한 추억이 묻어있다

밖에서 보면 2층 집이었고...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약간은 꺼진 반지하

결혼해 3년을 시부모님 모시고 살다보니 지친 날개를 잠시 쉬고 싶었다

그래서 분가를 계획하게 되었고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달여

시어머님은 나에게 눈길 한번...말 한마디 따뜻하게 하지 않았다

시아버님,시어머님,대학생이었던 시동생,그리고 시누와 함께 살면서

새벽 5시에 시작된 아침은 12시가 넘어야 겨우 잠자리에 들수 있었다

출근하는 시간이 다른 가족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밥상을 차리게 했고

쌀가게와 우유 직매점을 하는통에 잠시도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래도 아버님의 따뜻한 사랑은 지금도 잊지 못한다..

물론 남편의 작은 배려들도 내가 그나마 버틸수 있는 작은 촛불이었다

첫 아이를 낳고 많이 울었다.

고향도 그립고 ,,병원에서 홀로 보낸 하룻밤은 평생 잊지 못한다.

2인실..함께 누워있던 옆자리 언닌 하루종일 손님 맞이하랴 몸조리 하랴 ...

선물로 들어온 음료수며 꽃을 집으로 보내기 바쁜데....

난.....꽃 한송이 받지 못함에 부끄러웠다..

친정도...친구도 부산에 없기에..

이런 내 속을 모르는 남편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하루종일 싱글벙글...아기 얘기 하느라 정신이 없다

발가락이 자기를 닮았다나...이마는 나를 담았고...코는 누굴 닮았는지

모르겠고...횡설수설..중얼중얼...그때 잠시 우울증이 왔던거 같다..

시댁에 함께 살면서 쌀은 어머님이 그 나머지 생활비는 우리가 대기로 했다

남편은 항상 맏이라는 등짐을 짊어지고 산다..

적은 월급에 아이 분유값이 아까워 돌까지 모유를 먹였다

먹은면 설사를 하고,,,, 아마도 먹은것이 별로 없으니 젖이 좋지 않았던거 같다

지금도 멸치같이 마른 큰 아이를 보면 그때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물론 종이 기저귀는 써본적이 없다..시어머님은 몸에 안좋아 손주를 위해서라

하셨지만 그래도.....

비오는 날이면 기저귀가 잘 마르지 않기에 한번쯤 쓰고 싶었다.... 시댁에 함께

살다보니 그것도 마음데로 하지 못했다..

내성적인 성격탓인지 너무 힘든 3년을 보내고 나니 한번쯤 분가를 해보고 싶었다

둘째 임신 8개울째..무거운 몸으로 이사를 했는데 ...

시부모님은 맏이가 분가를 한다고 하니 섭섭하셨는지 800만원 반지하 전세를

얻어 주셨다.

사실은 그것도 그땐 너무 감사했다....

이사하는 날 ....장롱이 들어가지 않아 톱으로 밑부분을 잘랐다..

친정어머님이 손수 마련해 주신 장농이라 너무 가슴이 아렸다

마치 내 다리가 잘려 나가는 기분에 잘려진 농을 볼때마다 눈알이 빨갛게 될때까지

울었다..

사실은 지금도 그 농을 고쳐서 쓰고 있다.(친정어머님의 사랑과 눈물이 담긴 농이라서)

아~

예전 이야기 취해 잠시 다른곳으로 이야기가 흐른거 같다

반지하 신혼집은 그렇게 마당보다 약간 꺼진 방

그래서 누워서 창문쪽으로 내리는 비를 볼수가 있었고

물론 빗소리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들을수 있었다

마치 합주를 하듯 들리는 선율은 그 어떤 악기보다 아름답게 들렸다

때론 부드럽게....때론 거친듯 강렬하게...

가끔 한쪽 벽을 타고 흘러 내리는 가는 빗줄기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매일 비를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가끔 내리는 비는 반지하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주었고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때 생각에 잠시 추억여행을 떠나본다

주방이라기보다 부엌...아니 부엌이라고 할수도 없는 ...씽크대도 없고 그냥

시멘트 바닥에 가스렌지 하나 겨우 올려놓고 식기 건조기와 몇개의 그릇이

함께했던 우리만의 소꿉놀이터..

가끔 남편은 캠핑을 온 기분이라며 밥도 하고 반찬도 만들었다..물론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쪼그리고 앉아서..

아~~비가 오는 날 안좋은 것이 딱 한가지 있었다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늦은 밤 화장실에라도 갈라치면 우산과 함께

꼭 남편이 따라갔고..밖에서 기다리는 남편은 노래도 불러주고 가끔은

빨간휴지 줄까?.....파란 휴지 줄까?......라고 놀리는 통에 등꼴이 오싹했던

기억도 있다.

추억 저편 가슴아픈 기억 사이로 아름다운 추억이 스친다...

돈을 주고 살수없는 추억들......

오늘은 그 추억 하나를 살짝 꺼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