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이라 늦잠 자는 아들을 깨워
밥을 먹이고
호미 하나 들고 들로 향했다
오늘따라 신호등이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저 따스한 햇살아래
밭두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냉이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마음은 설레이고
발걸음은 급한데
왜이리 잘 걸어지지 아니할까
몸과 마음이 따로따로
생각과 발걸음이 일치하지 않는다
혼자 웃었다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기분처럼
마음이 두근거린다
누가 나보다 먼저 왔을까
저만치 두사람의 나물캐는 모습이 보인다
아니겠지
아마도 자기네 밭 보살피러 왔을까
혼자서 이생각 저생각 하다가
밭에 다다랐다
불그스레한 냉이가 얼굴을 반긴다
아이구 여기 저기 하나둘 보인다
허리를 굽혀 캐기를 두시간
온몸이 끙끙대도록 아파온다
그래도 손과 신발이 흙으로 범벅이 되었어도
나는 행복하다
까만 바지는 흙먼지로 가득하다
부끄럽지가 않다
시골과 가까이 있는 우리 동네는
누구나 이런 모습을 보아도
의아해 하지 아니한다
있는 그대로
아들이 사준 모자를 쓰고
냉이 봉지 하나 가득
호미는 흙이 더덕더덕 묻어 있어도
그 자체가 행복이다
가진것 없으면 어떠랴
내가 만드는 봉지 하나가득의
냉이가 주는 행복이 한 아름이니..
오늘 저녁은 고추장에 무쳐서
맛있게 나누어 먹어야겠다
행복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