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사람들은 입춘이 지나면 차가운 북풍이 걷히고
동풍이 불면서 얼었던 강물이 녹기 시작한다고 했지요.
또 우수와 경칩에는 대동강 물도 풀린다고 했습니다.
우수가 지나면서부터는 날씨가 거의 풀리구요,
봄 바람이 볼이 간지럽힙니다.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 놓고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초목에는 싹이 튼다고 했는데요.
오늘은 겨울 추위가 가시고
봄 기운이 온천지에 가득한 우숩니다.
산골짜기 응달진 곳에는 아직 희끗희끗
녹지 않은 눈이 남아 있지만 양지바른 산비탈에 내려 쪼이는
햇살은 너무나도 포근하고 따스합니다.
마른 나뭇가지와 잔디 위에도
파아란 봄의 꿈이 어리어 있지요.
아마 봄은 술래잡기하는 아이들처럼
까치걸음으로 살금살금 다가오나 봅니다.
산과 들에는 새싹이 돋아나고
겨우내 모진 추위를 견뎌 낸 작은 꽃망울들이
잔기침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돋아 나올 채비를 합니다.
기나긴 겨울잠에 취해 있던 동물들도 밖으로 나오려 하고
농부들은 본격적인 영농 준비를 서두르겠지요.
이렇게 움추린 대지가 기지개를 켜면서
온몸으로 더디 오는 봄을 미리 맞습니다.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우리 곁으로 찾아오고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에게도 어김없이 찾아 옵니다.
힘든 경제로 어깨가 축 쳐진 서민들의 혹독함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터지는 사건의 가슴눌림도,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정치의 살벌함도
이제 다 녹아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춘래불사춘,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마음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어김없이 희망의 봄을 선사했지만
정치,경제,사회는 아직도 추운 동토의 계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