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보리밭만 지나도 취한다더니, 아닌게 아니라 술 잔만 들어도 얼굴이 벌개지니 이 나이 먹도록 제대로 술 한잔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
분위기 맞추느라 소주 한잔 이라도 받아놓고 얘기만 하다보면 술잔 놓고 제사 지내느냐고 눈치없는 사람이 먹기를 강권한다. 거절하자니 분위기 깰까 싶어서 한 모금씩 훌쩍 거리다 보면 술은 아직도 목구멍에서 뱅뱅 돌고 있는데 얼굴은 일사천리로 해당화 피듯이 붉게 물들어버린다.
너무 갑자기 빨개지는 얼굴을 보고 술 권한 사람이 당황해서 이 정도인줄은 몰랐다고 발을 빼려 하지만 얼굴을 지나 목덜미까지 빨개지면서 손바닥 발바닥이 간질거리기까지 한다.
답답하니 웃 옷도 벗고 좀 편한 자리면 양말도 벗고 벗은 옷 둘둘말아 머리밑 고이고 한구석에서 잠시 졸다보면 어느틈엔가 말짱해져서 뽀송하다
술 한 모금에 이리 절차가 복잡다단하니 이젠 술 한잔이라도 권하는 사람없고 술 상에 앉아 남들은 쓴 소주 마시면서 세상을 논할때 그 옆에서 오이나 당근 물고 같이 감 달다 사과 시다 했었다.
더러 마음좋은 술 친구 만나면 따로이 과일 접시라도 배정 받아 기쁜 마음으로 그 시간을 주거니 받거니 술 한잔에 사과 한조각 맞부딫치면서 동참하곤 했었는데.
몇해전 부터 다리가 지릿지릿하고 한쪽이 무거운 느낌이 들기도 하려니와 토끼뜀 뛰듯이 폴짝폴짝 해볼라치면 영판 무거워서 폴짝은 커녕 풀썩도 안되니.. 심각했다!
누구는 달리기를 하라고도 했고, 또 어떤이는 은행이 들어간 장 머시기 약을 복용하라기도 했다. 약을 사먹자니 본전이 생각날까봐 돈 안드는 달리기를 하려고 새벽잠 깨서 학교 운동장 서너바퀴 돌다보니 옆구리가 결린다 이 아픔은 다리 아픈거 보다 훨신 더 무지 막지하게 아프다. 호랑이 피하려다 사자 만난다더니 .. 옆구리 살이 딴딴하니 아픈것이 서너달이 흘렀다. 아는척하기 좋아하는 형님이 근육이 놀랬단다.
그 사이 어버이 날이 끼여있어서 딸 아이가 선물로 징 머시기 하는 은행잎 들어간 약을 사다 주었다. 그 선물을 택한것은 넌즈시 거시기 은밀하게 징@#$ 약이 선전할때마다 맞 장구를 치면서 침을 흘린 내 공로가 컸음이다.
옆구리는 가끔씩 생각날때다 아프고 혈액순환에 좋다는 장씨성을 가진 약을 백날 먹어봐도 효과를 알아채지 못하고 답답할 노릇이라.
옆집 아흔이 넘으신 할머니는 진로 포도주를 날마다 드시는데 그 것이 떨어지면 소주에다 사이다 타서 드신다며 칵테일이 별거드냐? 흔들면 칵테일이지 하는 며느리 소리에 모두다 칵테일이 된듯이 허리를 흔들며 웃었다.
웃고나서 그럼 나도 포도주를 한잔씩 마셔 봐야지. 피가 잘 돈다는데 뭔들 못하겠어?
그 밤에 포도주가 줄줄이 서 있는 앞에 가서 이놈 저놈 골라보니 먹어봤어야 맛을 알지.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다 멋지게 생긴 병안에 들어 있는 포도주를 한병 샀다. 그래서 남자들이 여자들 속을 알수 없으니 얼굴 예쁜 여자를 택하나보다. 오오!! 이 심오한 진리를...
포도주를 한잔 따라 놓고 있으니 색도 곱다.
한 모금 마시니 얼굴이 볼그래해진다. 두 모금 꼴깍하니 목구멍이 따땃하다. 세모금 홀짝하니 나른하니 눈내린다.
나 홀로 이 밤에 빛깔 곱고 향기 좋은 술에 취해보니 유유자적이라. 시름은 간곳없고 근심도 멀리갔으니 나 홀로
잔을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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