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번째 이야기.
머리큰 친구는.
자그마한 키에 비해 머리가 조금 큰 편이지만..
눈도 코도 큼지막하고, 입술은 무지 두껍다. 조금 튀어나오기까지
해서 어떨때 보면 도날드 덕 같기도 하다. 또 어떤 날에는 괴물같이
진짜 이상하게 생겼다고 생각되지만. 자타가 인정(?)하는 미인(?)이다.
그리고..
배나온 아이 역시 작은 체구이지만.. 가슴 아랫부분부터
무릎위까지 넉넉한 살이 자리잡고 있을 뿐 아니라 팔에도 살이 한웅큼
종아리엔 알까지 골고루 잡힌 통 일짜 몸매의 소유자이다.
눈은 작고 쌍커풀도 없지만 맑고. 눈, 코, 입 하나 하나 떼어놓고 보면
그렇게 이상하진 않은데.. 모아 놓으면 어딘가 이상하고
특징없는 얼굴이 되어버리는. 결코 미인상은 아니다.
그들은 외모도 참 다르지만.
성격도 참 다르다.
머리큰 아이의 특징은. 누구나. 언제나. 쉽게. 친해진다는 것이다.
직장상사건, 회사동료건, 친구든, 시어머니, 시누이..
누구 할 것 없이 쉽게 친해지고 그 사람들도 쉽게 그녀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녀에게 마음 속 깊은 얘기를 털어 놓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것은 지나치게 가벼워 보이는 그녀의 겉모습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가볍지 않다.-
어쩌면 그녀가 그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일지도..
반면 배나온 아이는.. 누구와 쉽게 친해지지 못한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탓에.. 익숙치 않은 누구에게 먼저 다가서지
않을 뿐 아니라.. 말을 걸어와도 툭툭 내뱉고 만다.
하지만 일단 친해진 사람에겐 많이 의지하고.. 속 내를 많이 들어낸다.
그래서 그녀와 친한 사람들은 그녀에게 상담을 청해 올때가 종종있다.
사회 생활을 하는데.
머리큰 아이의 사교성과 적당한 진지함 그리고 또 적당한 가벼움이
도움이 될까? 아니면 배나온 친구의 진중함이 좋을까?
배나온아이인 나는.. 때때로 머리큰 친구가 부럽다.
누구하고나 쉽게 친해지고. 자기사람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다.
어려워서 피하고 마는 부장님이나 과장님과도 농담도 하고 웃고
떠들고 참 잘지낸다. 그래선지 부장님은 우리부서의 중요한 일을
얘기할때 머리큰 친구만을 지목하여 은밀히 얘기하고 왔다.
머리큰 친구는 그 일을 배나온 아이는 물론 다른 모두에게도
발설하였지만... 또 모를 일이다 뭔가 숨기고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을런지도.. 쩝.
커다란 조직에서 점에 불과한 그것도 아~~주 작은 포지션을 차지하는
점에 불과한 사원에게 진중함따윈 사치가 아닐까?!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능력있고. 적당히 농담하고. 적당히 가벼우며
적당히 진실한, 적당히 진지한 사람이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사회가
요구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어찌하랴!!
타고 난 성격을 억지로 바꾸려다 보면 탈이나는 것을.
그래서 배나온아이는 머리큰 아이의 머리가 참 부럽지만.
그렇다고 머리큰 아이처럼 머리를 크게 만들고 싶진 않다.
굳이 노력을 한다면.. 나온 배를 들어가게 하려는 노력을 할뿐.
100명 중 89명이 머리큰 아이의 머리를 사랑하여도
11명이 배나온 아이를 주목한다면.
그 11명과 함께 배나온 아이는 큰 일을 이룰수도 있지 않을까?
그저 바람일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