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기가 시작되면 누구보다도 빨리 치마가 입고 싶었다.학교에서 돌아와서 빼다지(서랍)을 뒤적질해 그예 작년에 입던 치마와 타이즈를 찾아 몸에 꿰고 동네 한바퀴를 돌아보고 다음날 치마를 입고 보란듯이 학교에가면 기분이 좋았다.요즘말로 스타가 된 기분이였을까?누구보다도 먼저 일등으로 치마가 입을 요량으로 봄이 기다려졌다.봄이오면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 팽개치고 나물캐러 가는일이 큰 행사였다.철뚝넘어(보통아이들은 안다녔다) 양지바른 둔덕에 씨를 뿌려 난 것처럼 수북했던 냉이밭..인적이 드문곳이라 혼자가기 무서워서 동무하나를 데리고가서 눈이 뒤집히게 많은 냉이에 홀려 동무가 나보다 더 많이 캔건 아닐까하고 대리고온걸 후회해보기도 했다.다음엔 나혼자와야지... 하면서도 그놈의 무섬증 때문에 말동무를 하나 데리고 가야했다.추위가 채 가시지 않을때 잴 먼저 캐던 나물은 황새냉이였다.주로 보리밭이나 밀밭같이 사래가 긴 밭에 많이 나던 냉이였는데 잎사귀는 부실해도 호미로 캐다 보면 뿌럭지가 가히 작은 도라지 만한 것도 있었다. 황새냉이를 캘때에는 삽이나 호미로 캐야했는데 겨우내 얼어 있는 땅을 판다는데 보통 노역이 아니였다. 땅은 질척이고 바람은 불고 손가락끝은 잘려 나간듯 시려오고...손을 호호 불며 캐온 황새냉이가 저녁상에 먹음직스럽게 올라오면 마음이 흡족했다.(냉이무침을 큰오빠가 잘 드셨다)그다음에 논두렁에서 많이 깨던 봄나물이 물쑥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물쑥의 뿌리이다.10여년 전에만해도 경동시장에서 볼 수 있었는데 근자에 와선 한번도 보지 못했다.쑥의 뿌리인지 물쑥의 종이 따로 있는건지 잘 모르지만 파릇하게 쑥이나 있는 비탈진 논두렁에서 호미로 캐던 뿌리였다. 삶아서 황새냉이처럼 초고추장 양념에 무쳐 먹으면 쑥 특유의 향기가겨우내 잃었던 미각을 살리기에 부족함이 없는 봄나물이였다.어릴때 먹던 물쑥이 먹고 싶어 경동시장을 다 뒤져도 비슷하게 생긴 씀바귀뿌리는 있어도 물쑥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그리고 이무렵에 산지사방 발에 밟혀서 깔린게 냉이였다.오뉴월이 되면 냉이가 쇠해서 키도 크고 하얀꽃도 피었다.학교에서 집으로 올때 철로길로 혼자 다녔는데 그 길목에 지천으로 피었었다.냉이를 첨으로 캤을땐 허겁증이나서 냉이라고 생각되는건 다 캐 가지고 왔다.그땐 냉이를 뿌리까지 안캐고 창칼이라는 작은칼로 잎부분만 달랑 캤다.냉이도 많았을뿐더러 뿌리는 검불도 많이 달라붙어 손질하기 까다로워서 그랬을꺼다.봄바람에 얼굴 그을려가면 대소쿠리에 가득 냉이를 캐가지고 가면새언니가 다 골라 버리는 것이었다.미친냉이라고...냉이라고 다 냉이가 아니라참냉이와 미친냉이가 있다는거였다.미친냉일 먹으면 미친다고...새언니가 자세히 선별법을 아르켜줬다.참냉이의 잎파리를 참으로 참하게 생겼고미친냉이의 잎파리는 자세히보면 광기가 있어 보였다.대바구니속에 혹여 참냉이 틈에 미친냉이가 보이면 재수없다고 천리만리 던져 버렸다. 요즘 문득 생각해본다.나는 참냉이인가? 미친냉이인가?미친냉이처럼 생긴 참냉이인가?참냉이처럼 생긴 미친냉이인가?중도 아니고 속인도 아니고 얼치기 사이비가 많아지는 세상이다.나도 그런 부류에 드는 사람이 아닐까하고 마음을 다잡아 보게 되는 밤이다.참냉이처럼 풋풋한, 맘에 향기를 뿜는 사람 하나 그리운 봄밤이다.시경/국풍/소남/采번(채번) - 물쑥을 뜯네于以采번(우이채번) 물쑥을 뜯네于沼于沚(우소우지) 못가에서 물가에서.于以用之(우이용지) 뜯어다 쓰네公侯之事(공후지사) 공후 집안 일에.于以采번(우이채번) 물쑥을 뜯네于澗之中(우간지중) 산골 물에서.于以用之(우이용지) 뜯어다 쓰네公侯之宮(공후지궁) 공후 집안 사당에.被之동동(피지동동) 머리 수식 경건하게夙夜在公(숙야재공) 새벽부터 밤까지.被之祁祁(피지기기) 머리 수식 느긋하게薄言還歸(박언선귀) 그새 집에 돌아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