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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75

손님오면 깨끗해지는집


BY 27kaksi 2004-02-16

무리를 했는지 온몸이 찌뿌드하고 어깨가 무겁다.

뜨거운 녹차를 한잔 가지고 컴에 앉았다.

봄이 거의문 앞에까지 닥아들고 있어서인지, 주위에서 봄이라는 단어를

자주 듣는다. 아직은 찬바람이지만 모두의 가슴에 따스함에 대한 그리움

이 많은탓이라서 그런가.....

볼을 간지럽히게 따스한 바람에 대한 그리움은 나이를 먹어 갈 수록

더 그리워진다.

발랜타인데이라고 초콜렛이 풍년이고, 모처럼 아컴 아줌마 모임도

있었고,-꼭 참석한다고 했었지만 결국 못했다- 그리고 또,

유명 여배우가 정신대를 구실삼아 누드를 찍었다고 메스컴이 후끈 달아

오르던날, 나도 덩달아 흥분할 시간조차 없이 주말을 보내 버렸다.

그것은 집에 손님이 오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20명이 넘는 사람들이.....

우리집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라서 신경이 많이 쓰였다.

예전에 우리 어머님은 집에 사람이 많이 드는집이 좋은거라고,우리집은

늘 사람으로 북적이고, '문전 나그네 흔연대접'이라시며 손대접하기를

즐겨하셨다. 그걸 늘 보며 자란나는 남편의 다양한 친구들이 집에

오는것을 마다하지 않은 탓인지, 우리 그인 집에 사람들 데려오는 걸

정말 좋아했다. 어느 주일은 우리식구만 밥을 먹은적이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손님이 왔다.

그런데 아이들이 입시를 시작하고 부터 손님을 집에 들이는일이 적어

졌었다. 손님이오면 늦어지고 밤을새며 삼천만의 오락(?)을 하는통에

애들 공부에 지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도 강남아빠답게, 협조를 해주어서 친구들이 집에오는것은 뜸해졌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도 한가해 졌으니 우리집 손님 맞이

는 다시 시작 되어지나보다.

남자손님들이야 방을 열어보는 경우도 드물고 술안주만 준비하면 되지만

부부동반이거나 여자손님- 특히 여직원- 이 올 경우는 청소도 더 열심히

해야하고, 음식도 신경을더 써야 한다.

나도 여자지만 여자들이란게 말이 많게 마련이라서........

이번주말도 여자들이 같이 오는경우라서, 아침부터 온집을 대청소를

했다. 하다보니 대강 되지가 않고 방네개를 다 정리하고.거실, 부엌,

욕실2개,다용도실, 베란다 까지....

식탁엔 꽃도 꽂았다.

평소에 깔끔하게 하고, 늘 정리정돈을 하며, 제자리 운동을 하며

살면 이런일도 없을터이지만, 큰애는 논문 쓴다고, 둘째는 설계한다고,

막내인 아들녀석은 치우는게 제일싫다는 핑계로 모처럼 들어간 아이들

방은 상상초월이었다.

투덜대며 욕하며- 그러면 뭐하랴 내가 교육을 잘못 시킨걸-....

바쁘다고, 공부한다고,

항상 치워주고, 뒤에 잔소리를 하니까 고쳐지지가 않는다. 아이들이

집에 있을때,대청소라도 하자면 모처럼 쉬는 날인데, 영화라도 보자고

야단이고, 맛있는것 해먹자고 졸라대고, 그러다보면 결국 언제부턴가

청소는 내몫이 되어버렸다. 고급 청소부ㅋㅋㅋ...

주말을 온통 청소를 하고는 난 몸살이 날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손님은 절차를 거치고 무사히 돌아갔다.

"정말 깔끔하게 해놓고 사시네요" 라는 칭찬과 함께.....

" 호호, 뭘요. 아이들이 워낙 깔끔해서요".......

꼬랑지:

갑자기 예고없이 우리집에 오면 큰일나요. 전혀 다른집을 보게 될껄요.

보이는데만 깨끗하고 아이들 방에는 절대로 들어가면 안된답니다.

아이~ 부끄러워라~ 주말 손님들 다 속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