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밥을 먹고 대충 치우려고 하던차 전화가 왔다.
시골에 계시는 어머님 전화이다.
"야야 오늘 너그 집에 좀 갈란다".
하시며 나직히 내게 허락 아닌 허락을 받고 싶어하시는 눈치이시다.
"오늘 이요? 예 그라믄 오이소".
무슨 일 때문인가 물어 보고 싶었지만 아들네 집에 온다는네 무슨 이유 있어야 꼭 오시는가 싶어 그냥 넘어갔다.
엊그제 설쉬고 별다른 일 없을낀데 무슨 일로 갑자기 오신다는 거지?
분명 말씀하시는 투로 봐선 내게 뭔가 부탁이 있으신것 같았는데........
괜히 맘이 바빠지기 시작하니 으례히 청소기를 끌고 나왔다.
결혼생활 10년 넘어가니 시어머니 어려운줄도 모르고 살면서리...ㅋㅋㅋㅋㅋ
이렇게 저렇게 시간은 잘도 가고 오후 나절이 되니 동네 친구가 붕어빵이 먹고 싶다 하길레 요앞 포장마차가서 2000원어치 사들고 갔다.
아니 지금생각해 보니 잉어빵이었다.
그 친구 하는 말 꼭 잉어빵을 사오라 했다.
붕어빵 보다가는 잉어빵이 훨 맛있다고 강조를 하면서
그래서 "그래 붕어 보다가는 잉어가 영양학적으로 더 안 좋겠냐" 하며 맛장구를 쳤었다.
일하다가 참으로 먹는 금방 구은 따끈 따끈한 잉어가 어찌 꿀맛이 아닐수 있으랴!
내가 사간 그 잉어빵에는 특별히 잉어가 들어 있응께.ㅎㅎㅎㅎㅎ
근디 이봐라 조금 있으니 내 귀를 잡아 끌며 "나 막창이 먹고 싶다"하며 구여운 애교를 떠는데 어쩌랴!
아이구! 그래 그래 설도 쉬었응께 그래 한번뭉치자
우리가 잘가는 단골집 코스모스로 발길을 옮긴다.
우리동네에는 사시사철 코스모스는 한들 한들 거리니께.
막창 3인분 시키고 요리 죄리 뒤집으며 노골 노골하게 굽으니 냄세도 향긋하여라.
참으로 입가심 한잔 하고 바야흐로 아지매들 수다는 시작되고
뜨끈 뜨끈한 씨레기 국 한숟갈 떠 넣으니 우메!속이 다 시원한것!
그러면서도 맘 한켠이 자꾸만 전화기에 신경이 가고
드디어 운수좋은 집이 나를 부른다.
"엄마 할머니 오셨어.그래 알았다 엄마 쪼끔만 있다 갈꼐".
그냥 일어나기 마냥 아쉬워 딱 한잔만 더 하기로 하고
그래도 명색이 며느리가 시어머니 앞에서 입에 술냄세 나면 안되니까.후후후ㅜ
그날따라 오후 날씨가 참으로 매서웠는데
껌껌한 밤길에 무슨 급한 일이 있으신건지......
발갛게 달아오른 어른의 양볼을 보니 괜히 미안한 맘이들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무슨 일은 아니고 저~~내가 말이다 "하시며 당신이 가지고온 작은 손가방을 여신다.
"야야 이거 하나는 저 문 들어 오는데 위에다 붙이고
작은거 이거는 큰방 들어가는데 위에다 잘 붙이라.
그리고 이거는 니 꺼니께 어디 지갑 같은데 잘 넣고 다니라.
잘간수 해라.신경써 가지고.
그리고 이거는 큰 아 차안에 하나 넣어 가지고 다니라 케라.
내일 입춘날 에 붙이라. 저기 달력에 시간도 적혀 있응께 정신 들여서 잘 붙이라".
네모 반듯하게 소중하게 잘 접어온 그것은 노란 부적이었다.
아!그랬다.
이것 때문이였구나!
당신은 이 부적 때문에 추운날 날도 껌껌한데 일부러 시골서 버스 갈아 타고 오신 것이었다.
더구나 며느리가 싫어하는거 뻔히 아시고 있으면서.
그래서 더더욱 말 꺼내기가 어렸웠을께다.
하지만 난 이 노란 부적이 왜 이리도 싫은건지
우리 친정 식구들이 교회를 다니고
우리 시어머님이 그토록 절에 열심인데도 난 그 어느 곳에도 맘이 더 가는데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인데...
내 어릴적 동네 아이들과 재미삼아 교회들락 날락하고
시집와선 교회발걸음도 안하고 사월초팔일되면 구경삼아 아이들 데리고 절밥 얻어 먹으러 다니는 내 종교 아니 종교를 운운 할수도 없는 아주 단순한 그것이었는데...
왠지 난 그 부적이 싫다.
들어가고 나갈때 마다 한번씩 내 눈에 꼭 박히는 저 노란 부적이 왠지 날 째려 보는듯 하다.
(어무이! 담부터 이런거 해 오지 마이소.)
목구멍에서 간질 간질 하도록 간절하지만 속에서 부글 부글 울분이 터져 오지만
노인네 그정성에 노인네 뼈마디 구부러진 억센 손 마디 마디 앞에서 난 또 아무말 못하는 바보가 되어 버렸다.
금방 당신은 또 일어서신다 .
작은 아들네 집에도 갖다 줘야 하고 혼자 사는 딸네 집에도 가야 하신다며
그렇게 당신은 어두운 밤길을 재촉하신다.
내일 아침에 가라고 말려도 극구 뿌리치시고 .....
할수 없이 찌개라도 데워서 저녁을 한 숟갈 뜨시고는 그렇게 허둥 지둥 가셨다.
껌껌한 밤 거리의 노인네 구부러진 뒷모습이 어찌나 찡하고 안쓰럽든지.....
언젠가 철학관에서 들었던 내 종교는
<불 쓰는데는 가지마라 >그래서 그런걸 아닐꺼라 생각하지만
오빠가 목사님이어서 그런것도 아닐찐데
여전히 나의 똥고집은 부적이 싫다.
노인네 그 정성에 난 입춘날 저녁에 노란 부적을 부치면서
(제발 담에는 안 해오시면 좋을텐데....
어무이 이 큰 며느리가 싫어하시는거 아시죠?
어무이 지 맘도 좀 이해해 주이소.
지도 시집살이 15년이 다 되가요.
지 어떤 사람인지 어무이도 잘 알지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