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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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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자의 자전거 회동 ◐‡


BY 산,나리 2004-02-07

 

아침형 인간속에 속할 것 같은 남편은 따사로운 일요일 이른 아침에 마음이 바빴다.

어젯밤에 간절히 두녀석들에게 무슨일이 있어도 내일은 안양천에서 한강 선유도까지

자전거 하이킹을 하기로 약속을 받아 냈기 때문에...


일요일 아침이면 늘어지게 늦잠을 자려는 큰녀석과...일주일 동안의 밀리거나

보충해야 되는 공부거리가 많은 작은녀석을 반강제에다가 통사정으로, 간신히

의견일치를 봐 놨던 터라 분주 할 수밖에...


남편은 겨울동안에 점점 더 튀어 나오는 뱃살 걱정과 작은녀석이 중학교 시절에

아빠와 함께 별일 없는 주일이면 함께 했던 자전거 하이킹의 추억을 겸사겸사

재현하고 싶음이 남편의 목표인 것이다.


용케도 녀석들은 푸석 푸석 일어났고 화장실에 들어 가 씻는동안 남편은 자전거

재점검을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 가고 난 부랴부랴 아침상을 준비 해 삼부자

내 보내기에 협조를 했다.


아침을 간단히 먹고 난 세사람은 생수병에  물을 담고 각자 추리닝에 모자 복장을

갖추고 장갑을 준비 해 현관을 나섰다.

두녀석들은 떨더름한 표정들이었고 남편만 날아 갈 듯 한 걸음걸이였다.

어찌됐건 출발은 시작 되었지만 더더욱 작아 보인 남편이 왠지 좀 안돼 보여

은근히 두녀석들이 괘씸한 생각도 좀 들었다.


모두 다 내 보내고서 나는 주일 미사를 가기 위해 서둘러 준비했다.

나도 자전거를 탈줄 알았더라면 틈에 끼었을텐데...하는 부러움의 생각도 들었지만

마음을 접고 성당으로 향했다.

얼마 전이 입춘이었던지라 길옆은 봄기운이 감돌아 정말 혹한뒤의 따사로운 날이었다.

...........................................

...............................................................~

미사를 끝내고 몇몇분들과 그동안의 얘기를 잠깐 나누고 난 집으로 돌아 와

어지럽혀진 집안을 치우고 커피를 한잔 타서 TV를 켜고 창을 통해 쏟아진

햇볕을 온몸에 드리웠다. 아~ 참 좋았다...


달콤한 커피와 어제 못 본 재방송 드라마를 다 보고 났는데도 삼부자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큰녀석 핸폰으로 전화를 걸어 봤지만 받지 않는다는 ARS음성이 들려오고

또 남편 핸폰으로 전화를 걸어 봐도 받을 수 없다하고...???

‘ 모야...~ 도데체 어디까지 간거야.....‘

‘그래........그래....간만에 아들들 앞 세우고 ...셋이서 좋은거 다 하고 맛난것도 사~먹고...치~~ ’

‘.....................’

이리 저리 돌려 가며 밀린 드라마 다 보고 배가 쫄쫄 고프다 싶어 주방으로 막 갔는데

현관 문이 열리고 큰녀석이 먼저 나타 났다.

“ 모니...? 왜 이렇게 늦은거니..? “

“ 아...네 ..한강 선착장 레스토랑에서 점심까지 먹고 왔어요...”

“모...????? ”

순간 난 섭섭함에 엄청 배가 고프면서 속까지 쓰렸다.

큰녀석과 나의 대화를 들으면서 들어오는 남편은 약간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큰녀석에게

눈치를 줬다. 구태여 그렇게까지 자세히 얘기하냐는 식으로...


유난스럽게 마눌이 분위기 찾아 음식 먹는걸 좋아 한다는 것 때문에 더욱 눈치를

보는 것이다.

‘ 그래...알았어...됐어 ..됐다구..~ ’하면서 남편이 얄미우면서 괘씸한 생각이 들어

대화를 단절 해 버렸다. ‘언제 또 거기까지 가서 식사할수 없을텐데..말이지..응..??

나를 셋이서 돌아 가면서 꽁무니에 태워 데려 가던지 할것이지...엉..

자기네들끼리만....뭐.???...‘하고 속을 부글거렸다.


모두들 씻고 낮잠들을 자야겠다고 자리잡고 눕고... 자기 전 큰녀석은

사실은 오늘 아빠와 군대 문제, 앞으로 인생 문제를 얘기 나누고 아빠의 조언을 듣고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하였다.


“으 ~응...그랬~ ~니?"


‘아~앙.. 그래서 한 겨울 이렇게 모처럼 날씨 따듯한 날 애써 녀석들을 끌고

강가 자전거 도로를 누비며 회동을 했~구먼...‘ 하는 쪽으로 생각이 드는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난... 짧은 생각을 했던게 멋적기도 했다.

.........................................!


다 저녁때.

늘어지게 한숨을 푹 자고 나온 남편은 “우리 큰 아들이 어느새 많이 컸더라...”했다.


그제서야  난 ‘오늘 자전거 회동의 목적에 그런 의미도 있었구머언...’하고는

쬐~끔 부끄러벗다............~히~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