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만사가 귀찮아서 이불 속에서 밍기적 거리며
자다 깨다 하고 있는데 갑자기 띠리링 전화가 울렸다.
수화기를 드니 남편이었다.
"뭐해?"
"그냥 있지뭐 왜?"
"회사로 나와 점심 같이 먹게."
"싫어!!춥잖어 그냥 혼자 먹어."
그러자 남편이 살살 꼬시기 시작한다.
"우리 빙어 먹으러가자~ 빨리 전철타고 와."
뭐시라?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빙어 라고라?
순간 발동이 걸려서 벌떡 일어나서 머리 감고 세수하고
부지런히 얼굴에 치장하고 모처럼 멋을 부려 볼까나 하고
옷장을 열고 입을 옷을 고르다가 내가 좋아하는 그레이색의
롱 코트를 입고 발목까지오는 부츠를 신고 집을 나섰다.
전철역에서 남편과 접선을 하고 양평으로 달렸다.
차가 신호를 받아 서 있는데 남편이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왜?"
"오늘 신경 많이 썼네~ 이뿌다."
이 남자 놀리나 싶어서 차안에 달린 거울 내려서 확인하니
파운데이션을 잔뜩 두둘겨 발랐더니 뽀샤시한게 내가봐도
화장발이 제대로 먹힌것 같았다.
양평가서 빙어를 파는 식당을 찾아 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침
두 남녀가 빙어회 무침을 먹고 있었다.
우리 부부도 자리를 잡고 주인 아줌마를 부르니 주방에서 뽀르르
달려나온 아줌마가 우리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 보며
"뭘 드시게요?" 하고 묻는다. 남편이 "빙어 튀김 하나 주십쇼."
하니 "식사는요?" 또 묻는다. 메뉴판을 보니 올갱이 해장국이
구미를 당긴다. 올갱이 두 그릇을 시키니 알았다면서 다시 주방으로
날쎄게 달려갔다. 우리 옆 테이블의 두사람은 다정 하게도 먹는다.
서로 얼굴을 맞대고 먹여 주기도하고 애정이 철철 넘쳐 보인다.
우리 부부는 더이상 할 말이 없어서 식당 주위를 괜히 두리번 거리다가
빙어를 가두어둔 어항에가서 파닥 거리는 빙어를 구경 하기도 하였다.
맨날 지겹도록 보는 부부가 새삼스레 무슨 애정이 넘치겠는가
하여 서로 소 닭보듯이 무심히 있다가
그래도 심심 한지 남편이 텔레비젼을 켰다.
마침 천국의 계단이 재방송 되고 있었다. 매력적인 권상우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열연을 하는 장면 인데도 옆 테이블의 두 사람은
자기네들 얼굴 보는게 더 좋은지 마냥 알콩달콩 거렸다. 칫 뭐야!
저 사람들 보아하니 나이도 중년은 되어 보이는데 부부는 아닌거
같고 애인인가? 적당히 티를 내지 참 못봐 주겠네.
속으로 중얼 거리며 남편을 흘깃 바라보니 화면만 열심히
쳐다보고 있다. 드디어 두 사람이 다 먹었는지 계산을 하고 나갔다.
두 사람은 나가더니 차를 타는데 남자가 여자를 번쩍 안아서 차에
냉큼 올려 주었다. 옴마나 시상에 너무 지나치다. 우리 부부가 괜히
무안스러버서 서로 마주보며 벌쭘히 웃었다.
남편한테 "저 사람들 부부 아닌것 같지?" 했더니
"부부가 누가 저러냐!! 저런 노미 집에서는 더 개판일껄."
경춘가도가 밀애 장소로 유명한건 소문을 들었지만 눈으로 보니
슬며시 부아도 나고 놀랍기도 하였다.
아줌마가 음식을 만들어서 가지고와서 우리 앞에다 놓더니 또 나를
빤히 쳐다 보며 웃는다. 아니 저 아줌마 혹시 우리도 이상한 사이로
보는거 아냐? 오늘 내가 좀 치장을 하였더니 조신한 아줌마 같히
안보이나 그래도 오랫만에 먹는 빙어 튀김이 바삭하니 고소해서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올갱이 해장국도 싹 비우고 나서 계산을 하는데
아까 메뉴판에서 본 거보다 천원을 더 불렀다.
"어머 아줌마 메뉴판하고 틀리네요 확인해 보세욧."
하며 메뉴판을 내밀었더니 그제서야 미안해 하며 천원을 도루 주었다.
속으로 아줌마 우리 부부인거 확실히 아셨죠 만약 부부가
아니라면 째째하게 천원 더 달라고 따지겠어요. 그러니 앞으로
사람 제대로 보시라구요.
어쨌던 시원한 아니 차가운 바람 맞아가며 먹은 빙어 튀김의 맛 은
일품 이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