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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을 하고 있는 중 배우자의 동의 없이 시험관 시술로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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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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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BY 큰돌 2004-02-02

난 신혼 살림을 서울 가리봉 이라는곳에서 시작했다

 다들 먹고살기 힘들고 가난하고 아침이면 여기저기서 몰래 밤에 도망간 사람들 욕하는 소리에 눈을 돌리고 애기는 낳아야 되는데 신랑은 도망가서 없고

방세가 밀려서 이른 아침 변소간도 주인몰래 쓰느라 애써 참던 옆방 사람들 과자 한봉지에 이른 아침 구화엄마의 칼칼한 새벽 소리지름이 멀리까지 나가고

연탄 없어졌다고 넋두리 해가며 잡으면 그냥 안놔둔다고 소리지르며 털 빠진 수웨터를 여며서 한 손에 움켜쥐고 연탄을 집어가는 아줌마 

공장 늦는다고 밥도 안먹고 가는동생을 불러세워서 추운데 숭늉이라도 먹으라며 경상도 걸직한 사투리가 마당에 맴 돌고

문간방 애기 엄마는 오늘도 핫 ㅡ도그 반죽을 맨손으로 하며 어림도 없는 입김으로 허옇게 밀가루 반죽이 묻은 손을 후~후`불며 양푼에 하나가득 밀가루를 훔치고

삐곰히 열린 방문안에는 넓지지 한 이불속에서 아이들이 발이보이고 머릿맡에는 어젯밤 먹은 빈 막걸리 병이 옆으로 누워있다

 

아이를 낳지못해 오십이 넘도록 둘만 사는 아줌마는 뚱뚱하다

 아저씨는 어찌나 수염이 많은지 아침마다 면도에 시간을 다 보내고 겨우 아침밥에 후루룩 국 말아 삼키고 하얀 운동화 신고 나간다 

 이내 아줌마는 숟가락 두개 밥그릇 두개를 뚱뚱한 몸짓 답게 후다닥 치우고 역시 까만 치마에 긴 티를 입고 출근을 한다

 아마 둘이 벌어서 아이도 없으니 돈이 많을거라 주위에서 쑤근거린다

내 바로 옆방은 아줌마와 딸을 데리고 혼자 산다

나이는 육십이 다 되가는데 어째서 혼자 사는지 왜 여기서 사는지 어디서 왔는지 대채말이 없다

나물 비벼 먹는 그런 용기정도의 세숫대는 아줌마의 유일한 그릇이다 거기다 세수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쓰레기 버리고 아줌마는 항상 그 그릇을 쓰면서 그러신다 "여기다 하면 수도세가 덜 나와서 좋고 물이 금방 고여서 빨래 행구기가 좋다고 ......

 

방 하나에 부엌하나 이렇게 여러가구가 사는 이집은

 다들 부엌문으로 드나들고 방문 앞에는 연탄을 쌓아놓고 벽에다 못질을 해서 비닐을 걸어서 연탄을 비에 눈에 가리고

햇빛에 말리며 쓴다

 부엌문으로 드나들때는 항상 몸을 구부리고 신발은 두사람 이상은 밖에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부엌에서 일을 할수가 있다

 그리고 부엌 벽에는 싱크대 찬장이 아닌 옛날나무 찬장을 못질을 해서 걸어놓고

 시멘트 부뚜막에는 도마며 행주 또 막쓰는 다라 (양푼) 또 빨래를 하면 꼭 짜서 거기(부뚜막)에다 올려놓고

나중에 부엌 빨래줄에다 널고 허옇게 곰팡이가 난 부엌구석에는 깨진 거울이 항상 걸려있다

 누가 걸었는지 내가 올때부터있다 

주인이 바뀌어도 그 거울만은 건들지 않으니 ....우리도 항상 그 거울을 보고 머리 빗고 세수하고 또 가끔씩 먼지도 털어낸다

그옆에 못에는 그릇을 바닥에 놓을수가 없어서 작은 거서부터 큰것까지 걸어서 놓고 쓴다

 이리돌리면 머리가 벽에 대고 요리돌리면 궁딩이가 수도 꼭지에 치여서 올매나 아팟던지 머리 한번 감을라 치면 부뚜막 거울 벽에 걸어논 양푼 하물며 밖에 놓아둔 신발까지 거품이며 물이 다~튄다 

 방은 또 어떤가

한쪽 눈으로도 다`볼수가있어서 좋고 벽장에는 안쓰는 그릇(좁아서 내려놓지 못한 그릇)이 한가득 습기에 젖어서 있고

 지난 여름 모기장 안쓰는 모자 그리고 너저분한 옷가지를 라면 박스나 귤 박스에 담아서 차곡 차곡 놓고 넓은집에 가면 쓴다고 모아논 집안 장식품들 (지금은 다`버렸지만 )

 또 라면이나 국수 고추가루며 설탕 등등..... 그 좁은 부엌위의 벽장이 얼마나 쓰임이 많은지 ...손님이 오면 신랑은 여지업서 거길 기어 올라가 허리도 못펴고 잔뜩 구부리고 어디에 머가 있는지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잘도 찾아서 갖고 내려온다

그렇게 시작한 신혼 살림이 벌써 이십여년이 흘렸고

이제는 내집에서 번듯한 씽크대며 농에다 물건들을 제 자리에 놓고 항상 여유(?)롭게 산다 

 

그시절 그렇게 어려웠는데도 항상 맛난거 나눠먹고 힘들때 같이 걱정하던 그 이웃들이 지금은 애잔한 기억으로 나를 감싸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