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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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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그리기


BY 바늘 2004-01-31

퇴근 무렵 핸드폰에 신호음이 울립니다.

 

핸드폰 창에 뜨는 발신자는 다름아닌 "이쁜딸"

 

언제인가 딸아이는 내 핸드폰을 달라더니 자기 폰 번호를 입력하고 자칭 "이쁜딸" 이렇게

입력을 시켜 놓았습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이쁜딸이 연락한 이유는 하루 고단한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엄마에게 자신이 맛난 요리를 이것 저것 했으니 어서 빨리 달려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생물 오징어를 껍질 얌전히 벗기어 그것도 어디서 보고 배운것인지 왕소금으로 오징어

끝을 잡고 깨끗하게 손질하여 링모양으로 모양을 만들었더군요

 

튀김옷은 빵가루 까지 고르게  묻혀 튀겨내고 김장 김치는 송송 썰어 튀김하고

남은 오징어 다리 다져 넣어 재활용(?)으로 두어장  부침질 하고 냉장고에서 말라가던

고구마는 채썰어 오징어 튀김한 기름에 튀겨 바삭하게 간식까지...

 

사실 고구마를 먼저 깨끗한 기름에 튀겼는지 모릅니다.

튀김에서 오징어 냄새가  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이없으면 옛말에 잇몸이라 하더니

 

달랑둘만 남게된 집에 딸아이는 희망의 불씨입니다.

 

졸업도 얼마 안남고 곧 3월 대학 입학이라 하던 아르바이트도 그만 둔 딸아이는

집에 있으면서 종종 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역활 바꾸기를 하는것 처럼

손수 요리책 뒤젹여  맛난 음식을 준비하고 엄마를 위한 이벤트를 열어줍니다.

 

때로 퇴근하여 혼자 있으면 외출했다가 돌아오며 집으로 전화를 하여

엄마 뭐 먹고 싶은것 없어요?

 

계란말이 김밥 사가지고 갈까?

 

엄마~~ 말해봐 ~

 

순대? 떡뽁이? 튀김? 아니면 아이스 크림?

그냥오라 됬다 답하면  어서 그러지 말고 말하라 성화입니다. 

 

오래전 아이 아빠가 하던 말투 그대로 딸아이는 닮음꼴 모습으로 말입니다.

 

퇴근길 집으로 뭔가를 늘 사가지고 오던 그 모습~

 

아무튼 오늘 저녁도 이 늦은 야심한 밤에 딸아이는 토스트에 계란을 풀어

후라이 하고 케챱으로 간을 하여 접시에 얌전히 담아 내앞에 가져다 놓고

엄마~ 맛있지? 맛있어?

 

성의가 하도 고마워 맛나게 먹는 엄마를 바라보는 딸아이는

순간 딸이 아니라 나의 든든한 보호자가 된듯합니다.

 

그런 딸아이가 엇저녁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습니다.

왜냐구요?

 

다음주 딱 이틀간 대학 등록을 하여야 하는데 등록금 문제로 마음이 상하였던 겁니다.

 

기대감이나 주지 말지 아이 아빠는 딸아이에게 대학 첫입학 등록금은

어찌해 보겠다며 안심을 주었고 막상 대학 등록금 납입 날짜가 통보되어 연락을 하니

이제와 대출 어쩌고 하면서 막연한 뜻을 비추었나 봅니다.

 

은행에 그간에 그리도 많은 빚을 져왔으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는지

또 대출 운운 하다니...

 

기가 막혔습니다.

 

나없는 사이 집에 다녀가면서 식탁위에 달랑 대출용지 한장 올려 놓고 사라졌는데

그것을 보고 부화가 치민 저는 참았던 울분에 소리 소리 크게 치면서 허공에 메아리처럼

나쁜놈 ~~

 

딸아이는 엄마의 속상한 하소연 소리도 듣기 싫었을 것이고 스스로 생각해 봐도 아빠의

어처구니 없는 무책임한 행동에 서러움이 밀려왔는지 엎드려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엉엉엉~

 

남들은 대학 못가서 부모 걱정을 시키는데 뭐야 난 뭐냐구~~

 

엉엉~~

 

나 대학이고 뭐고 안갈거야 안간다구~~

 

딸아이에게 핸드폰 번호를 물어  그 괘씸한 아이 아빠에게 연락을 하니 여러번 울림후

겨우 통화가 되고 곧 이어 내 격한 말투에 얼른 끊어버렸습니다.

 

뭘하는지 누굴위해  그리 살아가는지 그저 가슴에 커다란 바윗돌이 얹어진듯

그렇게 답답해졌습니다.

 

울다 잠든 딸아이가 왜그리 측은한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

 

그렇게 잠을 설치고 또 아침이 밝아오자 그냥 기계적으로 움직여 직장으로 향하였고

사무실에서 오후쯤 아이 아빠가 남긴 음성메세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야~ 너무 미안하다

지은죄가 많아서...

 

그런데 12년간 공부하여 들어간 대학인데 어쩌니 나도 너무 힘이들어서~

 

나쁜놈소리가 나도 모르게 세어 나왔습니다.

 

힘이 들다고?

 

자식새끼 마누라 다 냉동뎅이 치고 나가 살면서 힘이 들다고?

 

그러면서 한마디 물어 보겠다며

 

앞으로 자기와 살거냐 말거냐는 겁니다.

 

나원참 기가 막혀...

 

나에게 무슨 답을 원하는 것일까?

 

내일 모레 등록일 앞두고 자신은 나 몰라라  은행 대출 쪽지 하나 가져다 놓고 사라진

상황에 자기가 힘이든다는 겁니다.

 

산너머 산!

 

이제 이 추운 겨울이 가면 새봄이 올것입니다.

 

울보 딸 울보 엄마는 이래 저래 잘도 눈물 떨구지만 그래도 지금 이순간

토스트 한조각으로 행복그리기 하며 웃어봅니다.

 

그래도 그럴지언정...

 

베시시~~~~~~~~

 

딸아~~ 내일은 또 뭐해 줄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