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나절부터 전화 별 소리가 요란하다. 무심코 받은 전화 저쪽... 한 아낙네의 서럽고 처절한 음성이 전화 줄마저 서럽게 우는데.. 고요한 나의 심장박동이 이유도 모른 체 갑자기 뜀박질한다. 10년 넘은 어판장 단골거래처인 청송에서 금곡횟집을 운영하시는 안 사람이다. '금곡횟집 아주머니가 왠 일입니까?' '저...우리 아저씨가 얼마 전에 병으로 세상을 달리했답니다. 죽기 바로 직전에 말씀하시기를... -강구어판장 3번 중매인한테 외상값이 있으니 내가 죽더라도 꼭 갚도록..-해서 며칠 후 내가 가서 꼭 갚겠습니다.' '아니, 어쩌다가?' '후두암 이랍니다.' '........'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게 창 밖을 보았다. 내 침실 건너편 낮은 야산.. 아직은 겨울이건만 소나무들이 변함없이 늘 푸르다. 저 솔(松)은 오늘도 어제도 푸름 그대로인데... 우리 인간사 참 허무하기 짝이 없네. 금곡횟집 사장님. 이제 나이 채 50를 넘었는가? 10년을 넘게 거래하면서 금전관계로 얼굴 한번 붉힌 적 없고. 좋은 물건 구입해준 보답이라면서 지방 특산물을 종종 나이게 선물해 주고 거래처 사람들과 주왕산 나들이 할 때에는 언제나 앞장 서 안내했는데.. 어디 그뿐이랴... 절벽같은 삶을 이어 나가는 나의 아픈 와중에 희망을 잃지 마라고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았던 분. 빨리 회복해서 자기의 고장 주왕산에서 축배의 잔을 들자고 하였는데 그 약속 어이하라고 소리소문도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하셨는지... -금곡 사장님. 정말 무심타! 어이 그리 쉽게 생을 포기하셨습니까? 몇 십만 원 지불 못한 어대금 청산 못하실까 봐 유언 아닌 유언으로 남겼습니까?- 아! 선 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진다더니... 우리의 삶. 그 끝은 오로지 신(神)과의 약속일 뿐.... 누구와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는 말 실감 난다. 우리다 언젠가 가야만 될 천상이지만 너무 일찍 그 길을 택한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아련하다. 사장님. 세상 소풍나들이 끝내고 들어선 하늘나라에서 아픔도 괴로움도 다 잊으시고 편안하게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