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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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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별


BY 박 라일락 2004-01-30


   아침나절부터 전화 별 소리가 요란하다.
   무심코 받은 전화 저쪽...
   한 아낙네의 서럽고 처절한 음성이 전화 줄마저 서럽게 우는데..
   고요한 나의 심장박동이 이유도 모른 체 갑자기 뜀박질한다.
   10년 넘은 어판장 단골거래처인 
   청송에서 금곡횟집을 운영하시는 안 사람이다.
   '금곡횟집 아주머니가 왠 일입니까?'
   '저...우리 아저씨가 얼마 전에 병으로 세상을 달리했답니다.
   죽기 바로 직전에 말씀하시기를...
   -강구어판장 3번 중매인한테 외상값이 있으니 내가 죽더라도 꼭 갚도록..-해서 
   며칠 후 내가 가서 꼭 갚겠습니다.'
   '아니, 어쩌다가?'
   '후두암 이랍니다.'
   '........'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렸다.
 
   전화를 끊고 아무 생각도 없이 멍하게 창 밖을 보았다.
   내 침실 건너편 낮은 야산..
   아직은 겨울이건만 소나무들이 변함없이 늘 푸르다.
   저 솔(松)은 오늘도 어제도 푸름 그대로인데...
   우리 인간사 참 허무하기 짝이 없네.
 
   금곡횟집 사장님.
   이제 나이 채 50를 넘었는가?
   10년을 넘게 거래하면서 금전관계로 얼굴 한번 붉힌 적 없고.
   좋은 물건 구입해준 보답이라면서 지방 특산물을 종종 나이게 선물해 주고
   거래처 사람들과 주왕산 나들이 할 때에는 언제나 앞장 서 안내했는데..
   어디 그뿐이랴...
   절벽같은 삶을 이어 나가는 나의 아픈 와중에 희망을 잃지 마라고
   따뜻한 위로를 잊지 않았던 분.
   빨리 회복해서 자기의 고장 주왕산에서 축배의 잔을 들자고 하였는데
   그 약속 어이하라고 소리소문도 없이 이 세상을 하직하셨는지...
 
   -금곡 사장님. 정말 무심타!
   어이 그리 쉽게 생을 포기하셨습니까?
   몇 십만 원 지불 못한 어대금 청산 못하실까 봐 
   유언 아닌 유언으로 남겼습니까?-
 
   아!
   선 감도 떨어지고 익은 감도 떨어진다더니...
   우리의 삶.
   그 끝은 오로지 신(神)과의 약속일 뿐.... 
   누구와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는 말 실감 난다.
   우리다 언젠가 가야만 될 천상이지만 
   너무 일찍 그 길을 택한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아련하다.
 
   사장님.
   세상 소풍나들이 끝내고 들어선 하늘나라에서 
   아픔도 괴로움도 다 잊으시고 편안하게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