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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 깍은 죄..


BY 도영 2004-01-20

남편은 시아버님 보청기도 살겸 목욕 시켜 드리러 시댁 간다길래

실랑 편에 보내려고 설에 쓸 과일을 사러 공판장으로 향했다.

공판장 가는길에 농협에서 돈을 찾으려고

내가 사는 작은 읍내 로타리 옆 농협에서 돈을 찾고 나오는데.

금테 안경을 쓴 깔끔하면서도 지적인 삽십대 초반의 남자가

내게 까만 봉다리를 내밀었다.

흠칫 놀라 무심코  까만 봉지속을 들여다보니  알록달록 고운 유과 였다.

""저...드셔보세요.""

전혀 때묻지 않은 인상에 청년은 유과 장사였다.

""어머..저 안살건데  먹고 안사면 미안 하잖어요..""

""괜찮습니다 ..안사셔도 되니 하나 드시고 가세요.""

나는 쑥 유과를  입안에 물고 돌아서려다 

그 청년의 겸손함에

그 청년의 따스한 말씨에..

유과를 두개를 집어들며 얼마냐고 물었다.

삼천원 이라 카길래  늘 습관대로  지금까지 두개 사면 깍았던 것처럼..

""두개에 오천원 주실래요?""

""네에...두개  오천원에 가져 가세요..감사해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그청년의 깍뜻한 인사때문인지.

그 청년의 풍기는 이미지 때문인지

이상하게 차에 올라탄 내내 천원 깍은거에 마음이 찜찜하고 아려왔다.

평소같으면  깍아 싸게 산물건이면  기분이 좋았는데.

돌아서서 차에 올라탄 순간  괜히 그총각 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 까닭은 뭴까?

유과를 입에 꾹물고 있으니 실랑이 묻는다.

""왜 갑자기 유과를 입에 물고 말을 안하냐?""

""복달이 아빠..유과판 총각한테 괜히 미안해지네..""

""왜 미안해?""

""차림새로 보나 행동으로 보나 장사를 처음 나온사람같은데..깍고 나니 미안해.청년실업자들이 많다든데..혹 공부하다 ..사정이 어려워,설쇠려고 ,,,첫장사 나왓을줄 모르는데.나한테는 천원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저 청년은 천원이 큰돈일텐데..""

가슴 아파 하는 내게 실랑은

""청년실업자일지도 모르지 ,어여 정치인들이 정신들을 차려야 하는데..멀쩡한 젊은 애들 병신들 만든다니까..""

남편이 거들자 나는  천원 깍은 죄의식에 그 청년이 아롱아롱거렸다.

""복달이 아빠..차돌려서  유과 한봉다리 더 사러가자..내가 마수일줄도 모르는데 이번엔 두개 6천원주고 사야지..차 돌리자..""

""아고 이사람아...마..이따 오는길에 팔어주면된다..""

""힝...다시와서 다팔아뿌렸음 우야노...나도 아들 둘키우는데 남의일같지 않아서 그래..""

실랑은 과일 도매시장으로 무정하게 차를 몰고

배 .사과.귤..수박  을 각각 세박스를 사서 남편을 시댁에 보내고

나는 근 20일만에 헬스를 갔다.

겨울 바다를 바라보며  운동에 몰입을 하려는데

조금전  천원 깍은  젊은 청년 때문에 싸한 가슴이 정리가 안된다.

지금까지 물건 살때마다 그런 식으로 샀거늘 ..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건만...

오늘 그 유과 파는 청년의 이미지가..운동을 하면서 떨쳐 버릴수가 없었으니/....

아마 며칠전 매스컴에서 청년 실업에 심각성을 접하고 공감을 하고 있던터에.

시장통에 첫장사를 나온듯한 그 청년의 느낌과

맞아 떨어져 내 마음이 개운치 않았는가보다.

 

내일  시댁가는길에 로타리 귀퉁이에 유과 파는 청년이 보이면

깍지않고 유과  서너 봉달이 살참이다..제값 다주고..

암튼  천원 깍은 죄?로 하루종일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건 사실이다..

 

 

 

에세이방 님들...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