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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사찰 관광을 비키니 입고 온 외국인 여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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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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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네집에 있으면 안되니


BY 동해바다 2004-01-19



8개의 다리에 붙어있는 흡착판이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몸부림을 치고 
낮술에 취한 어시장 할머니는 그것을 아주 힘들게 떼어 만원권 석장을 받고는 
내게 건내준다. 
대목이라 값이 배로 오른 문어 한 마리와 물좋은 가자미 그리고 전부칠 
동태포를 사 검은비닐봉투에 넣어 들고 다니니 비린내가 풍긴다. 

질척거리는 시장통을 빠져 나오니 거리가 더 복잡하다. 
눈인지 비인지 모를 야릇한 것들이 흩날리는 대목장... 
오늘따라 왜이리 사람들이 많을까 생각하니 설을 앞둔 마지막 장날이었다. 
날씨탓으로 우산을 든 사람들과 물 떨어진다고 소리쳐대는 상인들간의 오고가는 
말다툼에 구경꾼까지 한몫하여 길은 더 막히고 만다. 
날 좋고 마음이 한가로울때는 그 재미짐에 여기저기 둘러보련만.... 
양손에 들린 장바구니로 팔이 떨어져 나갈 지경이었다. 
뒷골목쪽으로 가니 비교적 사람들이 한산하다. 

병원에 입원해 계신 어머님때문에 생선 몇가지를 내가 준비하게 된 명절 
전이다... 

모두가 놀랄 정도로 제정신으로 돌아오신 어머님은 얼마전 가퇴원을 하여 
하루를 우리집에 머물다 병원으로 들어 가셨다. 
병원에서조차 만선신부전증을 10여년을 앓고 투석한지 3년정도가 되니 
회복되기는 힘들다고 말했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어머님은 잘 걷지 
못하는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 오셨다.

 '이젠 퇴원해도 됩니다'라고 말했지만 선뜻 모신다는 사람이 없어 간병인의 
도움으로 병원에 계신지 5개월째.... 
너무 오랜동안 병실에 있어 분위기변환도 괜찮다는 의사선생님 말씀에 
가퇴원을 원하셨던 어머님... 

남편은 그래도 형인데...명색이 큰아들이 단하루 모시고 가 따뜻한 밥이라도 
한그릇 대접해 주면 어디가 덧나냐고 투덜댔었다... 
서울에서 장시간 걸려 내려와 한시간 머물다 가는 큰아들은 거기에 대한 
말한마디 하지 않고 어머님은 눈치만 보고 있던 차였나보다...... 

자식의 도리를 따지자면 장.차남을 떠나서 모셔야 하건만... 그동안 겪었던 
수모(?)를 생각하면 어머님 얼굴조차 대면하기 싫으니 어찌하면 좋을지 
걱정이다. 
내 사정을 아는 사람들은 그냥 아무소리 말고 있으라고만 한다...
큰아들이 알아서 하게... 
유별난 시어머니라는 것을 주위분들은 다 알지만 그래도 어떡하냐고...
가장 가까이 사는 사람이 모셔야 하는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깨어나 멀쩡한 상태에서도 큰아들만 찾는 어머님을 
보면 판단이 정확하게 선다. 

몇달전, 중환자실에 계셨던 어머님을 본다고 병원에 왔다가 억수같이 내리는 
빗속을 뚫고 빈집인 어머님 집으로 들어가 통장과 폐물 모두를 가져갔던 형네.. 
다음날, 아침이라도 들고 가게 하려고 불러 같이 식사했건만 거기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말 한마디가 없었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고... 
지금에 와서야 형님은 미안했다고 하지만 통장은 자기들것이었다고 말하는 것에 
치가 떨릴 뿐이였다. 

들추어 말한다고 뭐가 해결되겠냐만... 지금 제정신으로돌아오신 어머님은 
거기에 대해 함구할 뿐... 이젠 큰애가 다 알아서 할것이라고 말하는 것에 
답답함만 가중되고 있다.. 

그렇게 큰아들 형님 눈치봐가며 너희 집에 가고싶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우리에게만 니네집에 있으면 안되냐고 하시는지.... 
투석환자라 네시간에 한번씩 투석을 해야 하며 언제 어느때 쓰러질지 모르는 
당신밖에 모르는 어머님을 위해 내자신 희생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이 싫었을땐, 정말 끝내고자 했을땐 시짜 들어가는 모든 식구들도 
마지막이라 생각했었다. 가뜩이나 미운 남편을 두고 잠깐 들렀던 병원에서 
어머님은 내게 참아라 참고 살아라 하셨다....당신은.... 

아버님 돌아가신 이후로 절대 시조부모 제사땐 참석하는 일이 없었고.. 
둘째아들 일없어 술로 지낸 날때문에 지쳐있는 내게 나 신경쓰게 하지마라며 
당신 몸만 우선으로 챙기셨던 어머님이었다... 

할말 다해가면서 바른소리 해댔던 형님... 
참아가며 할말도 제대로 못했던 나...(난 형님에게서 대리만족을 하곤 했었다) 
결국 당신 있을곳이 만만치 않으니 우리집에 있으면 안되냐고 하신다.. 

가지고 계시던 재산.... 세받아 큰소리 뻥뻥 치시던 어머님은 작년여름 
우리 몰래 큰아들 명의로 재산을 물려주셨고... 
이젠 폐물도 통장도 당신은 병원에 계시다는 이유로 달라는 말조차 못하신단다.. 

아들도...딸도 당신께 해가 되면 무짜르듯 냉정하게 대하시는 어머님... 
잘나가는 큰아들에게 얹히어 친구분들께 잘난척 자랑하고 싶지만 그건 또 
맘대로 되지 않고... 그냥 만만한 우리에게 넌즈시 말을 꺼내다 결국 우리집으로 
가퇴원하여 하루를 머물다 다시 입원하셨다.... 

이젠 당신도 병원이 편하신지 엊그제 다녀올때도 그냥 병원에 있겠다고 
하시는 어머님을 보니 또한번 흔들리는 내 자신을 볼수가 있었다. 

어느 집이든 뚜껑을 열면 대다수가 장편소설이다. 
짊어진 멍에로 다 타버렸을 우리 중년의 가슴들이 장편소설 속에 들어있는 
희노애락에 울고 웃는다. 

이젠 속으로만 담지않고 조금씩은 밖으로 풀며 살아가려 한다. 

눈비 내리는 장날.. 이젠 내 몫으로 돌아올 명절준비를 조금 하면서 느꼈던 
장날풍경을 올린다는 것이 넋두리만 잔뜩 올려놓고 말았다. 

펄펄 끓는 물 속으로 들어가면 이내 숨죽을 문어다리의 빨판... 
나의 넋두리도 에세이방이라는 끓는 물속에 첨벙 담갔다 꺼내본다 .... 
그러면 조금이나마 숨이 죽으니까..... 


** 에세이방 님들....푸근한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