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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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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진실


BY 캐슬 2004-01-18

남편은 며칠째 늦은 귀가중이다.

오늘도 여지 없이 12시를 지나 1시. 2시가 다 되어 들어왔다.

술냄새가 폴폴나고 이내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새벽잠이 깨버린 나는 쉽게 잠들지 못해 이리저리 뒤척이고 있었다.

삐!삐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 귀를 기울여도 무슨 소리인지 알수가 없었다.

다시 삐!삐! 자꾸만 들리는 그 소리에 나는 온 신경을 모두었다.

소리를 찾아 살금살금 거실로 나갔다.

다름아닌 남편의 윗저고리 안주머니 핸드폰  그놈이 범인이었다.

확인해주지 못한 문자 메세지였다.

문자 메세지는 확인해줄때까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느라 삐! 삐!거리고 있었다.

남편 대신 문자를 확인한 나는 화들짝 놀라 넘어졌다.

'오빠 잘 들어 갔어. 술많이 먹었는데 괜챦아. 사랑해.

알수 없는 이모티 문자들이 줄을 지어서 핸드폰 화면에서 히히덕대며 나를 놀리고 있었다.

명치끝을 망치로 세차게 맞은 듯 난 거실에 한참 서 있었다.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고 말았다.

이튿날은 일요일이었다.

전날 과음으로 늦게 일어난 남편은 집안에서 종일 미그적대고 있었다.

건넌방에서 컴퓨터 고스톱에 남편이 빠져 있을때 안방의 남편 핸드폰에소 또 삐!하는 수신음이 들렸다.

얼른 열어본 핸드폰에는

'오빠 일요일인데 뭐해. 나는 여태까지 잤어'

찍힌 번호를 보니#169 051-235-0000이다.

내가 알기로는 #169라는 숫자를 누르면 발신자의 번호가 상대편 번호에 뜨지 않는 걸로 아는데 여자는 자기번호 앞에#169를 눌러서 자신의 번호를 숨기려하는 것이다.

참 어이가 없다.

얼른 전화기를 원래자리에 두고 남편에게 로 간다.

"핸드폰에 문자 오는 소리나든데 핸드폰 가져다 줄까요? "

"올데 없어"

내 말을 무시한다.

얼마가 시간이 지났을까?

남편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나는 얼른 남편 전화기에 찍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여자 목소리였다. 그냥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여자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내가 뭘 어떻게 해야는지 아득했다.

'침착해야지를...' 되뇌이며 그 날을 보내고 다음 날 나는 핸드폰 고객센타로 갔다,

다행히 남편 핸드폰은 내 명의로 개통한 것이라 나는 내역서 조회를 의뢰 할 수 있었다.

최근 3개월치 사용내역서를 의뢰하고 잠시후 내역서를 받아든 나는 고객센터 구석진 자리로 옮겨 앉았다.

찍혀있는 번호는 모두 집과 사무실 친구 내 번호가 대부분이었다.

어제 저녁 그찍혔던 그 여자 전화번호는  두 번 뿐이었다.

'에게 이게 뭐야…'

나는 실망했다. 다행이라 생각하고 좋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허탈하기도 하다.

집으로 돌아와 딸에게 전후사정을 설명하니 재미있다고 웃는다.

"설마하니 우리 아빠가… 에이 엄마 그래서 어제 우울했구나? 아빠가 알면 엄마 미안해서 어쩔려구 그래"

"그래도 얘 확인하는 차원에서 어제 그 여자네 집으로  전화해볼래"

나는 그여자 번호로 전화를 했다.

교양있는 목소리로

"여보세요 토요일 새벽과 일요일에 011-000-0000로 전화하셨지요"

"아! 예 제가 잘못걸렸다고 어제 아저씨 전화하셨길래 말씀드렸는데요"

앳된 여자의 목소리는 내가 의심할 만한 나이의 여자가 아닌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였다.

"미안합니다"

얼른 수화기를 내려 놓았다.

며칠후 분리 수거를 위해 폐휴지를 현관앞에 아침일찍 내 놓았다.

출근하던 남편 왠 종이를 들고 들어오더니 내 앞에 내민다.

"이거 뭐야 내 전화내역서 같은데… "

"응 그거 당신 요금조회해볼려고 했지?"

우물쭈물하는 내게 남편은 감 잡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씩 웃는다.

"이 사람아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술을 먹는단 이 말씀이올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