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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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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의 수다 - 달걀과 남편


BY 선물 2004-01-15

먼저 제 글을 읽어 주신 분들, 그리고 귀한 걸음 하셔서 고운 마음의 흔적까지 남겨 주신 분들...

참 감사드립니다. 어수선한 글, 곱게 받아주신 님들의 마음이 더 눈부십니다. 그 마음 보니 또 행복했습니다.

오늘은 재미 있는 글 짧게 하나 올릴게요.

 

그저께 달걀과 며느리라는 글 올리고 난 뒤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지난 밤이네요.

늦은 밤, 갑자기 출출해진 남편이 부엌으로 가더니 무언가를 만드는 소리가 났습니다.

물소리, 냄비 소리...

 

혼자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저는 남편이 무엇을 만들어 오나, 생전 안하던 행동을 다하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들고 온 것은 바로 삶은 달걀이었습니다. 혼자 속으로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지요.

남편은 제게 달걀을 먹으라고 권하면서 대신 어머님께는 달걀먹었다는 말씀을 드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저는 뜨끔했습니다. 이 사람이 뭘 알고 이러나?

 

제가 왜 그런 말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설움 당한 달걀인데  몰래 먹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남편에게 뭔가를 본거지요? 라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은 손가락으로 제 글노트를 가리키더군요.

저는 글을 쓸 때 그냥 노트에 조금씩 끄적여 놓고 나중에 컴에 입력하거든요.

그런데 노트에는 달걀에 관해 서운해 했던 부분만 적혀 있었습니다.

 

전 정말 당황했지요. 그래서 완성된 글을 억지로 보여 주었습니다.

남편은 안 봐도 된다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전 그래도 보여주었답니다.

 

다 읽고 난 뒤에도 그냥 본 척 만 척 다시 티비만 보더군요.

 

예전같으면 어머님에 대한 그런 글(노트에 적힌 어머님 흉만 있는 글)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발끈했을 텐데 남편도 참 많이 변했네요.

아마 제게 대한 신뢰같은 것이 생겼나 봅니다.

이제 결혼 15년째.

세월따라 변하는 것은 우리 모두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