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과 씨름했다.
글도 쓰고
답글도 달고
메일도 보내고
또 쓸 데없이 난생 처음 채팅방도 기웃거려 보고...
마음 한 구석이 웬지 훵 비어버린 듯한 느낌
가슴 한 켠이 괜시리 아려오는 느낌.
왜일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곰곰 생각해 보니
틀림없이 새해들어 한 살 더 먹는다는 중압감 때문인 것 같다.
지금껏 바쁘게 앞만 보고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이
때로는 몹씨 안타까울 정도로 후회스러울 때도 있었다.
어른들 말씀마따나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이젠 그 '어른들' 속에 나도 합류하는 건 아닌가...
언젠가 아들넘에게 경고했었다.
'너 설흔 살 되기 전에 장가 가면 엄마는 너랑 의절할거야~
엄만 일찍 할머니 되기 싫거든~'
철딱서니 없는 에미의 말에 아들넘은 내 말 끝나기가 무섭게
시원스레 대답했었다.
'걱정 마세요~
나 같은 아들 안 낳을테니...ㅋㅋㅋ'
죽자살자 쫓아다니던 얄미운 남편 때문에
이십대 초반 꽃다운 나이에
사회에 발 들여놓기도 전에 애 엄마가 되었던 것이
아마도 천추의 한(?)이 되어버린 걸까
그 시절로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날 '피터팬 컴플렉스'에 가두어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
젊은 애들이 예뻐 보이면
그 때부턴 자신이 이미 늙었다는 증거라고 어느 선배가 말하던 걸
이젠 나 역시도 결코 부인할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그들은 너무나 발랄하고 상큼하고 예뻤기에...
젊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나름대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해 오고 있지만
결코 속일 수 없는 건 내 자신의 내면의 나이...
그래서 오늘 하루 다 지나가는 이 시간들이
난 아깝기만 하다.
하루가 또 흘러간다는 것은
그만큼 나이를 더 먹어간다는 것이기에...
그만큼 내가 늙어 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하기에...
이젠 사십육킬로로 달리는 인생 열차에 올라 타
쏜살같이 달리는 속력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기에...
그래서 오늘 하루도 몹시 우울했다.
나이값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나이 한 살 훌쩍 더 먹고 '어른'이라는 간판을 달고
가면을 쓴 채 살아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워 더욱 울적하게 만든다.
마음은 아직도 철부지 소녀 시절 그대로인데
어른인 척 점잖을 빼며 살아야만 한다는 게 서글프기만 하다.
어이~
사랑하는 에세이방 님들아...
그대들은 나이 먹는 게 반가운가??
나처럼 가끔 우울해진 적은 없던가??
가끔 가슴 한 켠이 아려온 적은 없던가???
나만 이런 아픔을 느끼는 건가...
주어진 시간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가노라면
별 다른 세상이 올 줄만 알았었지...
그렇게 굳게 믿고 살아 왔었지...
하지만 그 세월 흐르는 동안 과연 달라진 게 무언가...
나이만 한 살 두 살 더 먹어 가고 흐르는 세월 속에 잔주름은 하나둘 자리를 잡는다.
다행스럽게도 건강하게 자라주는 아들녀석들...
그 넘들 나날이 커 가는 덩치만큼이나 난 늙어가는 거겠지....
이러다 저러다
어느날 갑자기 또 '할머니'소릴 듣게 되겠지...
내 능력으로 가는 세월 어찌 붙잡을손가...
다행히도 흰머리 유전 인자가 없음인지
아직은 염색하지 않고 살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할 것인지...
세치머리 생기기 전에 머리라도 지지고 볶고 내 맘대로 해 볼까나...
으랏차차차!!!
그래도 새해라는데 기운 차리자...
그래,
어깨를 쭉 펴고 기지개라도 켜볼까나...
아자~
아자~~
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