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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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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어디에 내려 놓는다?


BY 마야 2004-01-15

오는 26일은 나의 생일이자, 두 번째 결혼이다.

삼년을 같이 해온 예비 남편 앤디는 전형적인 영국인 보다는 훨씬 낳은 사람이다...

느리게 사는 법이라는 책이 그에게는 전혀 필요치 않는....자신이 훨씬 느리니까.

외 아들인 앤디는 부모님의 사랑을 온 몸에 받고 자란 티가 줄줄 나는 그런 호남형의 남자다.

 

삼 년간 결혼을 미뤄 오다가, 이젠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아이를 가진 나는....결혼에 순순히 승낙을 했다.

그에겐 초혼, 나에겐 제혼.

아주 어렵게 이혼을 했고, 이혼을 준비하던, 6 년 동안, 아마도 나는....

어머니가 되는 꿈이랄지. 또 결혼을 한다는 생각은 거의 안 했었다.

 

그냥 조용히 공부하고, 글 쓰다가 죽어야지....그렇게 만족했었는데....

 

오늘 아침 시어머님, 분주히 전화 걸어와 " 와인 색으로 그날 입을 옷을 샀다"라고 말씀을 하신다.

영국카토릭 정교가 아직도 모든 영국인의 80%이상의 정신적 지주이고, 습관이고, 풍습인 영국에서 제혼은....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려니....해서 우리는 결혼식을 교회에서 할 수 없단다.

이것이 그녀가 가장 크게 느끼는 쇼크다.

 

나의 쇼크는 이렇다.

혼인신고차 동사무소 같은 곳엘 갔는데....

그곳의 사람이 주례가 되어 정통 종교의례 결혼이 아닌[민간 결혼식]을 거행한단다.

문제는 17c에 거행되었던 의례대로, 15일간 공고문에 이혼한 아무게와 총각아무게가 결혼을 한다.

라는 공고문을 내야하고, 그 다음, 혼인 신고서에 사인을 하는것 이다.

게다가, 60파운드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공고문을 내고, 다시 사인하는날, 얼마를 더 지불해야한다.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예비 남편과 몇날을 실랑이를 했었다.

나를 노예 취급하는 오래되고 낡은 습관의 법을 그대로 따를 수는없다.

온 국민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토니 블래어 당에 고수란히 나를 내 맡기기에는 나 무정부 주의자의 규칙에 위배된다....라는 등의 대 토론회가 있었다.

 

이 납득이 안가는 문제로도 머리가 아플지경이고, 입덧으로도 죽겠고....

내 안의 나와 싸우는데도 겨워 죽겠는데....시어머니는 더 가관이다.

 

이주 내내 당신이 그날 입을 옷만 걱정을 하시지, 일주일 남은 결혼에 대해, 내 웨딩드레스에 대해서는 일언의 말씀이 없으시다.

지금 나는 새로운 고민이 있는데.....그날 드레스를 입어야 되나? 말아야되나?

하여간, 26일은 결혼식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나의 모든일을 내 스스로 결정하면서 살아왔다.

이번 주말 토요일에 파키스탄 가게에 들러, 천을 끊어다가, 파키스탄 정통 인도 복장을 할까?

[어머니는 파키스탄인들을 가장 싫어하신다.]

아니면....한복을 지어 입을까?

 

서양식 웨딩 드레스는 입지 않을 생각이다.

외동딸로 자란 어머니는 당신이 그날 결혼하는거라고 착각을 하시는건지....

아니면, 내가 초혼이 아니라서, 무시를 하시는건지....도통 마음을 헤아리기가 영 쉽지 않다.

 

남편은 "미안해" 라는 말만 연발 한다.

일주일 내내 내가 생각이 많자, 그는 여간 걱정이 아니다.

내가 떠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루함을 가장 싫어하는 나.

전통을 고수하려는 그 어떤 누구와도 나는 늘 부딪는다.

늘 뭔가 아니다 싶으면, 그것의 정곡을 찌르고 지나가야, 속이 시원한 나.

영국의 결혼식이 개인을 존중하기 보다는, 예전, 존재했을 영주님을 더 존중하고, 존재하지도 않는 영주님의 이런 저런 답서를 기다리듯이 공고를 하는 그런 행위에 영 납득이 안 간다.

 

여러 단체들이, 아직도 정통 황실을 떠 받드는 문화랄지, 냄새가 질질 흐르는 그런 법안들을 뜯어 고치려는 노력들은 대단하지만.....아직도 멀었다.

 

영국의 고집.

영국의 아집.

영국의 무례함.

이것이 나를 오늘 아침부터 화 나게 하는 이유이다.

 

나는 나의 주례를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선택할 권한이 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결혼식이라는 행사를 치를 권한이 있다.

나는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나의 방식으로 나를 좀더 성스럽게 만들 수 있다.

 

교회가 주제하는 그런 절차 없이도......

26일 결혼식을 하고, 우리는 저녁을 먹을 것 이며, 나는 저녁을 먹으러 가기전에 이렇게 주제할 사람에게 말 하고, 식장을 걸어 나올 생각이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였지요?

 아~예, 저는 다시 제가 타고 온 타임머쉬인으로 돌아갈 껍니다. 여기는 17세기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권이고, 저는 21세기 사람입니다." 라고....

 

이것이 유일한 나의 반항이 되고도 충분하다.

어머님이 나의 이 위트를 이해한다면......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만 낳는법은 어때요?

결혼은 영 아닌것 같은데....어때요?

꼭 결혼을 해야하나요?

내 나이가 너무 많은가?

 

에세이 방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우체국님의 아들같은 아들 이야기가 나오면...영 부럽거든요.

많은 조언을 기다리면서.....

 

ps. 얼그레이님, 정확히 내 마음을 이해하시는 것 같아요...케슬님.우체국님.모두모두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