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재중 전화 2 통.
번호정보없슴.
며칠 전에 왔던 전화였다.
발신 번호가 찍히지 않은 전화는 받을까 말까 하다가 궁금해서 받아 보면,
[SK 텔레콤입니다. 011-#$%-@#$% 번호가 맞으시면 1번을...... 어쩌고 저쩌고..]
하는 전화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건 오밤중에 걸려 오지는 않는다.
부재중에 온 정체불명의 전화는 밤 11시쯤 와 있었다.
누굴까...
잠시 눈알 돌리다가 말았다. 알아내지도 못할 거 에너지 낭비니까.
그런데 그저께 밤, 잠시 슈퍼 다녀 온 사이에 또 전화가 와 있었다.
역시 발신 번호는 없다.
요즘 잘못 걸린 전화가 자주 와서 이것도 그런 류의 전화려니 그냥 편하게 넘어 갔다.
되지 않을 일에 목매면 목만 아푸니까..ㅡ.ㅡ
그런데 어젯밤.
소주 한 잔에 KO 되가꼬 , 내 꿈 내가 꾸고, 니 꿈도 내가 꾸고 있는 판인데
열나게 폰벨이 울린다.
비몽사몽 정신 못차리고 전화를 받았나보다.
(자다가 전화받으면 항상 받고 난 뒤에 깨는 나..ㅡㅡ;;)
[여보세요...]
감기로 쉬어 있는데다 자다 깼으니 목소리의 무게는 천근 만근 가라앉았다.
상대편에서 반응이 없다. 그러는 중에 정신이 살짝 지자리로 돌아 올라고 폼을 잡는다.
번호 확인.
번호 정보 없슴.
그래.... 니란 말이지.
[여보세요... 누구세요.]
사이를 두고 이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자고 있었나...]
이상하다고 밖에 표현 할 말이 없는 정말 이상한 목소리.
꾸민 듯한, 만든 듯한 괴괴한 목소리였다.
[누구신데요.]
갑자기 경계심이 진을 친다. 짜증도 치민다.
말 없는 그 놈.
[번호 몇 번 거셨어요. 찾는 사람이 누구에요.]
대답하는 놈의 말이 동문서답이다.
[자고 있는 중이었나...]
건강한 신체에 깃든 멀쩡한 정신에 들으니 슬슬 열받는다.
이기 밥을 처묵다 말았나, 말은 왜 짤라 먹고 지랄이야....ㅡ.ㅡ
[니 눈데..]
여전히 한 템포씩 지 맘대로 늦추더니....... 응...? ..... 머시 이상한 바람 소리 같은 것이....
한 겨울 구멍 난 문풍지로 새어 들오는 바람처럼 쉭쉭~ 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얼랄라............. 이거 머야.......................... 뵨태자나........ㅡ.ㅡ
흔하게 듣던 변태.
그 놈은 바로 변태주의자였던 것이다...ㅡ.ㅡ
내가....
오밤중에 자다가 에로 오디오 듣게 생겼나....별 미친놈이 다 성질을 돋구네..ㅡㅡ
이걸 어떻게 능지처참 해뿌까.... 잠시 고민하다가 주방으로 갔다.
우리 엄마가 아끼는 알루미늄 냄비 뚜껑 한 개와 숟가락 하나를 들고 방으로 왔다.
내가 우째 했게.....?
폰 마이크부에다 대고 냄비 뚜껑 찌그러지도록 숟가락으로 죽어라고 뚜디리 대따...흐...
우째 됐게....?
그놈이 꼴딱 꼴딱 숨넘기며 쐑쐑거리다가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상상이 가지? 을매나 놀랬을꺼시여....흐흐..
통쾌한 나으 승리였다.
흐뭇한 마음으로 다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