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번을 생각해도
나는 며느리일 뿐인것이다
아들만 여섯을 둔 시어머니의 의중을 헤아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백번을 생각해도 나는 딸이 될 수 없지.
결혼한지 거의 10년이 되었고
아이들도 둘이나 있는데
시어머니는 여전히 내 이름을 부르신다
당신 왈.
"나는 딸이 없어서 니가 딸 같은 생각이 든다"
동서들은 기분 나쁘지 않냐고 물어오지만
이상하게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상당한 세대차이는 있지만
동향이기에 정서도 비슷하다
농담도,사투리도 ..때로는 욕도 웃고 넘어갈 수 있는 한통속이다
더러는 우리가 상당히 잘 맞는다고 한다
과연 잘 맞는것인지.
칠순이 넘은 나이에 소학교도 못 나온 ..
하지만 상당한 총기를 가지셨기에
여전히 그 무서운 혀로 아들 며느리들을 호령하시고 쩌렁쩌렁 하신다.
딸을 못 키워 보셨기에
친정엄마의 마음을 모르신다.
명절때 친정가는것도 달가워 하지 않으신다 .
여자의 비음 섞인 어리광도 ,투정도 ,이쁘게 꾸민것도
딱 질색을 하신다.
요즘 젊은이들의 길거리 과감한 사랑표현에도 발끈 하신다.
아들이 며느리 집안일 돕는 것도 질색하신다.
당신 앞에서 혹여 아들들 흉이라도 볼라치면
듣기 싫으니 당신 없을때 하라신다.
여전히...남존여비를 강요하시고 강조하신다.
웃지 못할 일은
당신 둘째아들이 띠가 쎈 여편네를 만나서 기가 눌린다 하신다
그래서 동물의 왕국의 호랑이만 나오면
그 며느리를 앞에 두고도 호랑이놈을 잡아 잡수실라 든다
어느날......
시어머니의 말을 전적으로 믿었던 나는 (딸로 생각한다)
어머니의 후사를 생각합신다고
모든 동서들이 절래절래 말렸던 그 짓을 하고 말았다.
"어머니! 며느리들 한테 인심 잃지마세요
나중에 수,족 어려워지면 며느리 밖에 더 있겠어요?
어머니 무서워서 서로 안 모신다 하겠어요"
난리가 났다.
이번에는 시아주버님들께서 돌아가면서 전화통이 불이났다
"제수씨! 시어머니한테 그렇게 말 할 수 있어요!"
아니아니!......
언제는 딸 같이 지내자고 하시더니
그래서 딸 같은 마음으로 어머니가 딱해서 했던 말인데 .....
후일~~
내가 그동안 얼마나 미련했는지 알게 되었다.
불쑥불쑥 연락없이 다니시는 시어머니때문에
옷이며,태도며 ..여러가지가 정말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어머니도 나도 편해지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친정엄마 대하듯이 했는데
버릇이 없다고 하셨단다
시댁의 구조상 ,
아들여섯중에 우리가 다섯째인데
울 남편은 큰 아들 노릇을 한다
당연히 난 큰 며느리의 심성과,덕을 강제로라도 가져야했고
짐이라고 생각하니 금방이라도 숨이 막힐것 같아서
몫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기위해서
대,소사의 모든걸 남편과 나의 몫이였는데
막상 ..
일이 터지니 ..난 아랫것이 건방지게 너무 나섰던 모양이다.
딸딸 ..
당신 편할때는 딸이고
심기 불편하면 버릇없고 막말하는 며느리이다.
절대로 딸이 될 수 없지.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와 ,어머니의 십년지기 모녀사이는 막을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