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같은 겨울속에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華道面)에 있는 468 m의 마니산을 찾아가던 길목의 88도로는
시원스레 뻥 뚫려있어 63빌딩, 국회의사당을 뒤로한채 단숨에 김포까지 내달았다.
김포에서 강화로 넘어가던 아치형의 강화대교에서 마주친 한무리의 새카만 철새떼가 우릴 먼저 반겨주었다.
빈 들녘에 수없이 많은 철새들이 떼지어 날아왔다 날아가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였다.
철새들을 벗삼아 산골국도를 따라 구불구불 가다보니 이정표가 시원찮아 겨우겨우 전등사부근에서 갈라지는 마니산 방향의 길을 찾아낸후
전등사부근에서 6km쯤 더 나아가니 곳곳에 순무와 인삼막걸리 그리고 강화쌀이 강화의 특산품임을 알리느라 고개를 빼꼼이 내밀고 있었다.
매콤하면서도 단 순무김치를 강화의 단고구마와 곁들여 먹으면 참 맛있겠구나 입맛을 다시는데 마니산 주차장에 닿아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올려다 본 산봉우리엔 사적 제136호인 참성단이 파란 하늘을 머리고 이고 어서오라 손짓하고 있어 서둘러 산행을 시작하였다.
잘 포장된 시멘트길을 따라 30여분 산에 오르자 곧 계단길과 보통 산길인 단군로가 두갈래 길중 어느길로 산을 오를 것인지 선택하라 독촉하였다.
계단길은 계단을 타고 참성단까지 곧장 깍아지르듯이 올라가야 하는 코스이고 단군로는 산길을 따라 구불구불 멀리 돌아 가야 하는 길이였다.
올라갈땐 계단길로 내려올땐 단군로를 선택하고 계단길 앞에 서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고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였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200여 계단쯤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니 손바닥만한 논과 냇물같은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다.
한겨울의 빈 농토는 참으로 궁핍해보이고 바다또한 썰렁해보인다 생각하며 다시금 앞만보고 조심조심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400여계단쯤 단숨에 올라가니 숨이 턱에 닿을듯 힘이 들어 잠시 쉬어갈겸 다시금 뒤를 돌아다 보니
궁핍의 냄새가 묻어있던 손바닥만했던 평야는 어느사이 네모반듯 구획정리 된 드넓은 기름진 평야로 활짝 펼쳐져 있어 순간 놀라웠다.
드넓은 평야사이로 옹기종기 모여앉은 빨갛고 파란 지붕의 낮으막한 집들과 뒷산들 그리고 그뒤쪽엔 끝모를 바다가 넘실대고 있어 한폭의 그림이였다.
700여개의 계단을 쉼없이 오르고보니 마니산 정상의 참성단이였다.
우리 민족의 시조 단군이 하늘에 국운을 기원하기 위해 제사를 지냈다는곳 .
지금은 매년 개천절에 제사를 올리고 또, 전국체전 때는 성화를 채화하는 참성단.
그 뜨락엔 많은 등산객들로 발디딜틈이 없었다.
참성단을 보호하느라 철책을 빙둘러 쳐놓은채 출입을 금하고 있어 직접 참성단에 올라보진 못했지만
밑부분은 하늘을 상징하여 둥글고, 윗부분은 땅을 상징해 사각형인 참성단에서 선녀들이 채화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며 눈으로만 참성단을 빙 둘러보았다.
참성단을 벗어나 부근의 평평한 너럭바위에 올라보니 저멀리 석모도와 장봉도, 영종도가 손에 잡힐듯 품안에 다 들어오고
염전과 드넓은 평야 그리고 강화일주도로가 한눈에 다 들어왔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함동천 까지의 아기자기한 능선 코스는 산위를 성큼성큼 걸어다녀도 될 만큼
한눈에 이어져있어 산정상에서 바라본 풍광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파란하늘밑 물결하나 일렁이지 않는 잔잔한 수면위로 무수히 많은 햇살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고
아기자기한 바다위엔 크고 작은 섬들이 뾰죽 솟아있어 숨죽인 고요가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멀리 일분간격으로 오르고 내리는 비행기의 작은 움직임이 정지화면을 잠시 변화시켜 줄뿐 참으로 고요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산과 바다와 평야 그모든것이 조화를 이뤄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였다.
하산길,
바위 능선위를 따라 걸어내려오자니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 바로옆 바다가 눈에 밟혀 쉽게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다.
로프를 잡고 바위산을 조심조심 내려오자니 잠깐동안의 암벽타기가 등산의 묘미를 안겨주었다.
바위산을 내려오다 올려다본 참성단은 파란 하늘속에 홀로 우뚝 솟아 하늘과 맞닿아 있어
왠지모를 경건함에 우리의 조상들이 그 위치에 참성단을 지은 연유를 알것같았다.
천하를 굽어보며 하늘과 맞닿은 참성단 위에서 엄숙히 제를 지내노라면 국운이 절로 강성해질것 같았다.
또한 하얀옷을 나풀거리며 파란하늘속에 선녀들이 춤추는 장면을 상상해보니 참으로 아름다운 그림이였다.
이런저런 상념속에 바위산을 내려와 평탄한 흙길이 길게 이어진 하산길은 빙도는 구불구불한 길이였음에도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
마니산은 주변 경관이 아름다워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것같다.
또한 강화도옆 석모도의 일몰이 왜 그렇게 유명한지 마니산에 올라 주변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 보니 짐작이 되고도 남았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곳이 참으로 많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느낀 산행이였다.
언젠간 석모도의 일몰을 볼 날을 기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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