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돋이 구경이란걸 가보기로 하고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일행들과 가까운곳에 있는 무성산으로 떠났다.
아니다,
중학교 수학여행때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가서
토함산으로 해돋이를 보러 가다 늦는 바람에
중천에 있는 태양을 보고 왔었으니 두번째라해야 맞다.
산의 중턱쯤에 차를 세워놓고
정상까지는 걸어서 가기로 하는데
속심으로 600미터가 조금 넘는 산이니
그쯤이야 못 따라가랴 싶기에 쾌히 가겠다고 약속을 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웬걸~!
만만치가 않았다.
처음부터 경사도가 심한 산을 오르는데
숨이 차다못해 속이 울렁울렁 하더니 심한 차멀미를 하는것 같다.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내게,
남편은 사색이 되어 그만가고 여기서 앉아 있다 내려 가잔다.
우리 팀만이 아니고
벌써 어두운 산위 정상 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도 있고
저 아래서 시끌벅적 한무리가 우리 뒤를 몰아 대고도 있었다.
"가야지 !
고지가 바로 저긴데 예서 말수는 없지~!"
학생시절 배웠던 교과서안의 글귀까지 들먹이며 무거운 발을 내 딛었다.
몇번을 쉬다 보니 어느새 뒤팀들이 나를 앞질러 버린다.
그래도 가야지.
안개가 자욱한 어둠속에서 걷기 시작했었는데
정상에 도착하도록 안개는 자욱하다.
겨우였지만 도착하니 새해에 이뤄진 첫 성공이란 느낌으로 뿌듯하다.
어스름한 어둠속에서 일행들이 끓인 해물찌게는 일품이었다.
산꼭대기에서 해물찌게를 다 먹다니~!
아침을 다 먹도록,
어둠이 다 걷혔는데도 태양은 보이질 않는다.
워낙 날이 푹하다보니 안개가 걷히질 않는것이다.
내 나이 오십을 넘기면서 새롭게 보고 싶었던 해 였는데,
안개속의 태양은 만만하고 싶지가 않았는가 보다.
겨우 한번의 도전앞에 호락호락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나보다.
가슴 저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그 뭔가를
새해를 맞으며 소원하고 싶어서 냉큼 따라나선 내가
그저 막연하게 자연을 얕본것만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중천의 구름속에 반쯤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더니
결국은 둥그렇고 붉은 태양이 모습을 보여준다.
"제 아들이 재 취업할 수 있게 되기를...."
마음속에서 얼버무림하던 말이 채 끝나기도전에
안개 속으로 숨어 버리는 태양.
내 말이 다 끝날때까지도 태양이 남아 있었다면
어쩌면 내가 부끄러워서 먼저 숨어 버릴지도 몰랐다.
가슴속에 꽉 박혀 오는 빛이 어쩜 그리 정직한지~!
내가 굳이 더 긴 문구로 소원을 말하지 않아도
그 붉고 둥근 그 태양속의 빛은
내 마음을 이미 읽고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이슬이 채 걷히지 않은 하산길,
엉덩방아라도 찧게되면 큰일 날세라
걸음마 배우는 아기처럼 긴장을 하며 내려 왔더니
정강이가 걸을때마다 후들거린다.
"오늘은 시골가서 푸~욱 쉽시다."
시골로 달리는 차 앞을 꿩 두마리가 푸드덕 거리며
날아 가고 있었다.
"새해부터 정말 멋지죠?
좋은일이 생길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죠? 그럴거 같아요."
나 혼자 열마디가 넘는 말을 하도록
새해에도 남편은 여전히,
옆에 앉아서 내게 미소 대답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