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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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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일터를 접으면서...


BY 동해바다 2004-01-01


     어제도 그제도 변함없이 똑같은 자리에서 떠 올랐던 태양...
     오늘도 태양은 바다에서 태어나 제몫을 다하고 다시 지려 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에 완벽할수는 없지요.
     2년 남짓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는 하지만 ..
     결국 쓴 고배의 잔을 마시면서 그녀의 일을 접고자 합니다...
     
     20여일 동안 닫아놓았던 셔터문을 올리니 주변 상가주인들이 그동안 무슨일이
     있었냐며 그녀에게 다가옵니다.
     '무슨 일은요....
     가게하기가 힘들어서 이제 그만 할려구요'
     
     어떤 일이든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누구 탓으로 돌린다고 그녀의 무능함이 가려질까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무슨일이든 다 할수 있을것 같지만..
     그래도 자기에게 맞는 일이 있나 봅니다.
     
     장사...
     마음약해 이래저래 손해보면서 무슨 이득을 보겠습니까..
     종이에 커다랗게 쓴 파격세일이라는 글을 붙이기도 전에 주변상가에서
     사람들이 하나 둘 몰려 들었습니다.
     
     -청바지 10,000원 티셔츠 5,000원 오리털파카 20,000원 -
      
      어느정도 세일을 하고 남는 물건들을 반품하면 되겠지만
     깔려있는 외상을 물품으로는 절대 받질 않는다는 본사와의 규정으로 인해
     가게에 있는 모든 옷들을 싸게 내 놓을수 밖에 없었답니다.
     여느 메이커보다 더 잘나오는 청바지라 자신할수 있었는데..
     그것을 알고 들어오는 손님들때문에 점심도 저녁도 거르며 하루종일을
     서서 쇼핑백에 옷을 넣고 금고문을 열었다 닫았다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먼지로 목이 아팠고
     하루종일 손을 놀리니 손가락과 거칠어진 손바닥이 움직일수 없을정도로 아팠습니다
     이틀동안에 물건이 거의 빠져 나갔습니다.
     휑하니 빈 10여평의 가게안..
     옷걸이와 마네킹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 주인과 헤어질 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들어온 돈은 단돈 3백만원...
     제값을 쳐서 팔았더라면 1,500만원 정도 되는 옷들을 
     이렇게 해서라도 빨리 처분하고픈 그녀의 마음을 누가 알겠습니까..
     후회는 없었습니다.
     후련함만이 남았습니다..
     
     새해 첫 날입니다.
     
     아직 그녀의 일터는 정리가 덜 된 상태이지만 남아있는 옷 몇점들을 처분하고
     깨끗하게 문 닫으려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일터를 바꾸고자 합니다.
     바깥이 아닌 집안으로...
     
     위기의 여자 40대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어느정도 자라 내 손을 필요로 하지 않고
     남편 역시 사회활동으로 인해 오는 우울증..자기자신의 정체성..
     '나'를 찾고자 방황하는 40대...
     가사(家事)가 아닌 자기의 일을 갖고 싶어하는 많은 사람들..
     생활수단이 아닌 삶의 변화를 꿈꾸면서 일을 갖는 여성들이 많아지면서
     많은 무력감에 빠진 전업주부들 역시 많아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녀가 다시 전업주부로 되돌아가는 것은..
     변화를 꿈꿔 가졌던 일터가 아니였기에...
     화초가 있는 베란다와 늘 손에 물 묻혀 가며 일할수 있는 부엌...
     하얀 속옷들과 수건들을 삶아 햇볕아래 말리며 만족해 하는 주부의 자리가
     제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어리석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요..
     평생 하는 일...
     이골이 날만 할텐데 어찌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 갈려구 할까...
     한번 바깥일 맛들이면 집안일 하기가 힘들다던데 ...
     말리는 이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자리가 편합니다.
     결혼후 처음으로 접해보았던 사회생활...
     경제적인 손실을 보긴 했지만 큰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그녀의 일터'을 쓸수 있었던 계기도 되었구요...
     그녀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글감이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간파하고 
     시작한 '그녀의 일터에서'....
     
     그동안 읽어주신 모든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어디가 자신의 자리이든 최선을 다할수 있는 자리로 만드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