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일을 세가족 모두와 단란하게 보내고 싶었는데....그것두 뜻대로 되지 않는가보다....
남편은 내가 결정적으로 그를 필요로할때 늘 내곁에 없었던것 같다..
우연의 일치일까....항상 일이 그렇게만 꼬여져가는건지 알다가도 모를일...
이젠 이런 기막힌 타이밍에 면역이 되어서인지 새해를 같이 못 보내겠다는 말을 미리 건네었을때도 조금도 섭섭함따위는 없었다....그냥 아무생각이 없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해도 그런 남편의 잦은 부재에 대해 가련한 여자가 표현할수 있는 절절한 심정을 온몸으로 남편에게 토로하곤 했었는데.....이젠 이것마저도 부질없다고 여긴건지...아니면 내가 이젠 그런 그에 대해 포기를 한건지....내맘이 전에 비해 여유로워 진건지....이해심의 폭이 넓어진건지....여러가지 감정이 중첩되어 애간장을 녹이는 일이 더이상 생기지 않는다...어느덧 요동을 치던 내 감정의 기복도 많이 꺽여져서 조용한 물줄기를 이룬다....
어쩌면 나 자신을 위해서도 고무적인 현상인지도....
얼마전에 처음으로 우리집을 갖게 되었던날....남편은 어김없이 출장중...
부동산에서 칭얼거리는 아들녀석을 달래가며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집으로 돌아온 그날도 와인을 홀짝홀짝거리며 오늘처럼 마셨더랬다....그러다가 쬐금 알딸딸해지면서 잠이 들었었지.... 그날도 오늘밤처럼 아들에게 엄마의 흐느적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어서인지 눈치없이 안 자고있는 녀석을 억지로 재우고....
첫집장만이라는 뿌듯함을 느낄만한 그날도 오늘처럼 비스무리했다....오늘밤과 같은 날에 느껴야할-일년을 아무탈없이 무사하게 잘 보냈다는 뿌듯함보단 알수없는 맘의 저림이 느껴진다.......허탈함도 허망함도 아닌....외로움도 아닌.....섭섭함따위도 아닌....알수없는 감정의 물결이 마냥 밀려올뿐.....
그날과 오늘밤이 단지 다른거라면 도저히 잠을 청하고 싶지 않다는것....
한해동안 쌓여진 묵은 감정들을 다 비워야하기에.....밤을 새도 모자랄것 같다....
또 그러다가 새벽이 밝아오면 새로운 맘의 포대에 새 각오들을 담아하니깐......
Happy New Ye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