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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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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박 해 지는 법.


BY 마야. 2003-12-24

담박 해 지는 법.

 

주변이 자신을 담백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투정하는 벗을 향해,

주변 탓 하지 말고, 자신을 탓 하라는 충고를 늘 했었다.

헌데, 이곳으로 이사를 오고 보니, 내가 꿈에 그리던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다.

도서관에 넘쳐나는 책.

충분히 책을 읽을 수 있는 많은 시간.

어느 누구 다가와서 방해 하는 이 없고,

어느 누구 이야기 듣다가 가슴이 메어져 울 일도 없다.

어찌어찌 이야기가 꼬여서, 그 실마리 찿아 제 자리로 돌려야 되는 노력을 할 일도 없고,

공기 나빠서 머리가 아팠던 탔에, 타이레놀 먹을 일 조차도 없다.

다섯개 다이어리 펴 놓고, 다섯가지 다른 일을 하느라, 억측을 부려야 하는 일도 없다.

 

담백한 공간에 있으니, 나 자신이 담백하게 되는것이 이렇게 쉬울줄은 미쳐 몰랐었다.

하지만, 담백하기는 쉽지만, 자칫 담백을 꿈꾸노라면, 감각이 닫히는 듯한 느낌을 얻는다.

즉, 담박이 아닌게다.

 

담백하기는 쉽지만, 담박해 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도의 경지 일테니까.....

얼마전, 내가 항상 집에서 책을 보면서 보내는 것이 안타깝다고 여겼던지, 예비 남편의 친구의 부인이 나를 방문해서, 그녀의 친구들 모임에 나를 초대했다. 늘 어느 모임에 가면, 있게 마련인 어린 아이들이 유일한 나의 기쁨이다. 사연이 있어서, 아직까지 아이가 없는 나는 어린이를 몹시 좋아하기도 하지만, 어린 아이의 에너지에서, 가장 순수한 정점을 느낀다.

어린이는 담백하지만, 담박할 수는 없다.

이 담박은 어른이라는 이름을 단, 우리만이 가능한데.....

세상 물정 다 알고, 나서 순진 해 질 수 있다면, 그는 순수한 사람일테고,

담백하지 않은 일상을 담백 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담박 일 것이다.

장자와 노자의 사상은, 담박해 질 것을 강조한다.

한비자의 사상은, 담백 해 질 것을 강조한다.

물론, 담박과 담백 둘 다 현명을 빼 놓을 수는 없다.

 

나는 2004년엔 담박을 꿈꾼다.

바로 그 초대 받았던, 그 댁에서 저녘 나절을 보내고, 두살박이 아들, 데니엘이 옆 어린이 의자에 묶기로, 나는 데니엘과 놀아 주고 싶은 마음에....그 옆 좌석을 골라 앉았다.

데니엘 엄마 샤롯이 나를 집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이었는데.....

갑자기 두살 박이 데니엘이 겨우 뱉어낸 말이 나를 며칠을 두고 사색케 했다.

맥도널드를 자동차가 지나는데, 아이는 몹시 흥분해서, 외쳐대는 것 이었다.

"Chips! Chips!" 나는 아이가 감자 튀김을 몹시 좋아하는 모양이구나 라고만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어린 데니엘이 받아 들이는 사물이라는 것이, 그가 기억 할 수 있는 가장, 가단한 매개체를 기억하거나, 기호를 기억하는 것 이다.

 

아마도....

맥도널드에 가면, 데니엘은 감자튀김이 나온 다는 사실을 경험 했을 테고....

그래서, 그 유명한 미국의 건강치 못한 맥도널드 햄버거 가게는,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불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감자튀김으로.

 

나는, 그 순간에도 지금도 담박해 지는 지름길은, 집을 보고, 석가래를 운운할 것이 아니라, 집 지붕의 가로에 걸리게 될 상주를 볼 수 있어야 된다는 사실이다.

나는 세 달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그것은 담박과는 아주 거리간 먼, 무공 상태였다.

비어있지도 못하면서, 생각이 없는 상태를 말하는데, 코마상태(중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와 다를게 전혀 없는 것 이다. 느낌은 없는데, 밤마다 악몽을 꾸고, 불쑥불쑥 찿아드는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괴롭힐 때마다,점점 더 나는 깊은 무공의 상태로 빠져 들고 있었다.

느낌이 점점 사라지고, 시각이 느껴지지 않게 되자, 세월이 멎었다.

음....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평화도 아니었다.

얼마 전 에서야, 들판이 보이고, 구름이 보이고, 바람이 느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을 놓고 불가에서 보살도라 했을 것 이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얼굴에는 그제서야 미소가 남고,

손 끝의 촉각들에 느낌이 왔다.

가슴을 닫지 말아야, 담박 해 질 것 이다.

 

스즈끼 선사의 말을 빌려본다.

[ 구름이 산 자락에 있는거요. 산이 구름 아래 있는거요....? 음....산도 거기 있었고, 구름도 거기에 있었지 아마.....]

나의 2004년은 담박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