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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의 오진으로 에이즈 양성을 받는 남성의 사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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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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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라면 ...


BY 미금호 2003-12-16

아마도 제가 고등학교 2학년되던 어느 봄 날

그러니까  29녀전 1974년 새학기가 시작되었을 때이지요

그날 따라 학교 뒷산에서  까치가 허들갑 스럽게 짖어 대더니

예정에도 없던?  서울에서 선생님 한분이 전근을 오셨습니다

그것도 휜칠한 키에 잘 생긴 얼굴에다가

우리 열여덟소녀들의 가장큰 관심사를 충족시키는 총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햇총각은 아니지만 약간 오래된 노총각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반을 포함하여 전교생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저마다 회심의 미소를 지었습니다

당시 총각선생님이 가물었던 우리학교 즉 부산 변두리 야간 여학교의

한줄기의 단비가 아닐수가 없엇지요

그리고 그선생님이 과목이 영어였습니다

이 또한 얼마나 매력적인 대목입니까....

그 후로 우리반에서 이쁘다고 소문난 윤희는 그 선생님만 들어오면

왕내숭에 왕 애교를 부려서 우리를 불안하게 했습니다 우린 영어 과목에 목숨을 걸다시피 단어하나라도 더 외워댔지요

그리고 선생님의 일거수 일투족은 우리들의 모션이었습니다

굳게다문 입술 무엇인가 응시하는듯한 눈매. 오똑한 콧날...

또한 바지주머니에 한쪽손만 넣고 걸어가는 폼은

우리 아릿다운 처녀들의 가슴을 사정없이 흔들어 놓았습니다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아는지모르는지....

그런 어느날  공교롭게도 우리반이 전교에서 영어 시험을 꼴찌를 했습니다

이에 열받은 우리들의 히로인인 박경식선생님은 우리들을 운동장에

집합시켰습니다

그때 그 잘생긴 선생님의 얼굴은  얼마나 냉정하게 보였는지 요

마치 게슈타포같은 인상이었습니다

우린 모두 숨소리를 죽이며 바짝 얼었고 예상대로 아주 힘든 벌을 감수해야만 했지요

원산 폭격에다  엎드려서 한쪽손과 반대발을 때고 오래있기 등등

고난이도의 벌을 서다보니 여기저기에서 신음소리와 더불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순서대로 무너지는 소리에도 선생님은 다시 군대제식 훈련까지

한다음 마지막으로 구보. 구령에 맞추어서 뛰기에 이르렀습니다

그것도 "하면 된다"로 선창을 하면 우리도 처음엔 그대로 따라하다가

모두들 배가 고팟던 터라 누군가가 뒤에서 "라면 맛있다"로 구령을

되받았지요

우린 벌받는다는것도 잊고 "라면 맛있다"를 외쳐댔고

그제서야 선생님은 웃음을 터트리며 화를 풀며 우리들의 벌도 끝을 맺었지요

그 후로도 우리들은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갖은 애를 썼고  영어 실력도

차츰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어느때 부터인가 학교에 묘령의 처녀가 들락거리는게

우리들의 눈에 포착이 되었습니다

왜냐면 긴 생머리에 하얀 얼굴에 늘씬한 키에  누가봐도 숙녀티가 줄줄 흐르는 는게

그녀는 예뻤습니다

따라서 우리들의 특수요원들의 소식또한 얼마나 바삐 물어다 주는지

어느결엔가 그 처녀와 영어선생님은 교무실에서 가까이 앉아 있더라는것과

일요일엔 남포동 어느 찻집으로 둘이 손잡고 들어가더라는 소문이

우리들의 여린 가슴을 조이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늦가을의 어느날  그 선생님은 날아갔습니다

다름아닌 그 묘령의 아가씨와 결혼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이렇게 그해 봄부터 시작된 우리들의 가슴앓이는 허망하게 끝이 나고야 말았지요

그리고 선생님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고

우리도 예전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제정신이 돌아온거지요

하지만 한가지 "하면 된다"--"라면 맛있다"는 우리들의 심심풀이 땅콩으로

남았습니다

이제 이나이에 와서 세월의 주름살을 넘어

내 젊음의 황금같은 추억에 젖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