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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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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풍경


BY 누이야 2003-12-10

요 며칠 춥던 날씨가 제법 풀렸다.

따뜻한 햇살을 따라 동네마실을 나간다.

아파트 화단에 무리무리 심어놓은 동백은

이 차가운 한풍속에서도 몇송이의 꽃을 매달고 있다.

여름의 푸르렀던 잎들을 다 떨구고 앙상한 가지로만 남아있는

주위의 나무들에게 그 생명력을 과시하면서.

아파트를 나서 큰길로 나서자 호떡장사 아줌마의 손수레가 눈에 들어온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어묵도 있고 맛있는 냄새를 풍기는 떡볶이도 있다.

아줌마의 손놀림이 어찌나 빠르고 정확한지 똑같은 크기로 떼 내어진 반죽은

기름을 두른 판위에서 쉴새없이 동그랗고 노릇하게 구워진다.

뜨거운 호떡을 작은 종이에 말아쥐고 한입 베어물며 가볍게 눈인사를 한다.

입안에 남아있는 단맛을 음미하면서 어느새 발걸음은 방파제로 향한다.

작은 낚시배들이 도시에서 온 낚시꾼들을 기다리면서 줄에 매여 있고

한 옆에서는  커다란 그물을 펼쳐놓고 어부 아저씨가  구멍난 곳을 꿰매고 있다.

이 그물로 다음번에는 더 많은 고기를 잡아 돌아올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이시겠지.

저 멀리 방파제 넘어 푸른 바다에는 드문드문 작은 고깃배들이 떠있다.

날은 좀 풀렸지만 그래도 바다바람은 아직 매서울텐데...

모두들 작은배 한가득 넘칠정도로 고기를 싣고 돌아오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제 가족을 위한 따뜻한 저녁을 준비하기위해 시장으로 간다.

갖가지 야채를 직접 길러 가지고나오신 촌의 할머니,

갈라진 손등으로 주섬주섬 까만 봉지에 채소를 담아주시고

노점에서 과일을 파는 아저씨는 귤 한봉지에 덤으로 몇개를 더 넣어주신다.

엄청나게 추웠던 요 며칠은 손님이 없어 벌이가 시원찮았다면서....

점포도 하나 없어서 길가 옆으로 주욱 앉아서 물건을 파는 그들의

겨울은 얼마나 시릴까 염려를 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비지를 공짜로 주신 두부 아줌마한테서 산 두부 한모는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다.

올 겨울은 여느때보다 춥고 눈도 많이 온다는데  우리 주위의 모든 분들이

마음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수 있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