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초여름... 내 눈은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모 재벌그룹에서 수입자재를 들여 초호화 아파트를 짓는다는 뉴스를 보면서 '세상에 저런곳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살까' 이런 생각들을 가지며 나와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TV속 자료화면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7월 말쯤... 아이들도 방학을 했겠다 전업주부로 있던 나는 아이들과 서울나들이를 하였다. 친정도 갈겸 시누도 이사를 했다기에..... "언니....서초동 어디어디...아파트로 찾아오면 되요..."하는 시누의 폰을 받고 택시기사에게 행선지를 말하고는 어떤 집일까 기대감을 갖고 도착지에 내리니 호텔처럼 거대한 아파트 앞에 정복을 입은 경비가 우리의 앞길을 제지하려 한다. "2***호 들어가려는데요..."하자 얼른 경비는 우리를 안내하면서 이쪽으로 올라가라고 친절하게 일러준다. 그야말로 TV에서 보던 초호화 아파트 앞에 우린 서 있었다. 1층 입구에서부터 헤매던 우리는 2*** 이란 숫자를 넣어야 문이 열린다는 것을 알고 낄낄 웃으면서 호텔로비처럼 넓은 1층을 둘레둘레 둘러보기에 정신이 없었다. 철통같은 수비인지 사람들이 없는건지 그 큰 아파트에서 볼수 있는 사람이라곤 단 한명 도 없었고, 집안으로 들어서면서 일반 아파트의 구조와는 전혀 다른 실내를 보고 우리들의 입은 다물어질지 몰랐다.. 워낙 넓은 평수라 커다란 가구가 자리를 메꾸고 있음에도 여유가 있어 보였고 .. 거실쪽에서 바라본 30여평의 정원은 우리들을 별천지에 와 있는듯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20층이라고 볼수 없는 정원낀 아파트...어디 상상이나 해봤을까.. 몇십억을 호가한다는 100평이 넘는다는 아파트.... 집한채 값의 가구들... 각 방마다 들어앉아 있는 에어콘에 아이셋 앞에 있는 컴퓨터와 안방의 컴퓨터 등.. 죽었다 깨어나도 살지 못할 이런 집에 와 봤다는 사실이 꿈만 같았다. 그때만 해도.... 기가 막힌 머리에 사업수완이 좋고 처세술 또한 남과 달라 돈을 끌어모았던 고모부... 누가 싯가 1억정도의 시계를 선물했다느니... 이 Bag은 천오백만원짜리라느니.... 생전에 보지도 못한 고가의 명품들을 나는 눈으로 보고 만져보기만 해도 상류층이 되어 있는듯 했다. 사람들마다 그릇이 다르다 한다. 난 그릇도 작고 배포또한 작나보다... 골프에 승마에 해외여행에....물론 경제권은 고모부가 갖고 있기에 타서 쓰는 형편이었지만 아낌없이 쓰는 시누가 부러운 반면 안스러울때가 많았고... 나라면..... 저런 돈을 모두 저축할텐데....하는 나다운 생각도 해보곤 했었다... 초호화아파트에서 누릴것 다 누려가면서 3년 4개월 살았을까... 고모부는 그 속에서 생을 마감하고 저 세상으로 갔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주 요인이었겠지만 손님들 접대차원으로 마셔댄 폭탄주에 불규칙적인 생활습관...운동부족 등등으로 인해 간암말기 선고받고 40일 만에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남겨진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인간사 새옹지마라....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사...어찌 내 주변에 이렇게 커다란 재앙이 일어날 줄 어찌 알았단 말인가. 병원 영안실에서 염습을 할때... 공원묘지에 가 하관을 할때... 주변사람들은 그랬다... 그래....짊어졌던 어깨의 짐 모두 털고 가거라...머리싸매고 걱정했던 돈..... 다 잘될테니 염려말고 가거라...한마디씩 내뱉었다... 하지만... 하지만...남아있는 자들의 몫이란 .... 집을 담보로 너무나 큰일을 벌여놓고 가버린 고모부... 남아있는 자들이 수습한다 하지만 시누에게 떨어진 몫은 아이들 셋과 시누 몸뚱아리 하나였다. 통장에 들어있는 돈이라고는 한푼 없고.. 여기저기 뿌려놓은 씨앗들에 부풀려진 금전 문제들.... 너무도 기가막혀 말문이 막힐 뿐이다. 일단 시댁으로 모두 들어가기로 합의를 보면서 나머지 일들을 지인들과 시동생들이 처리하기로 한 모양이다. 한숨만 푹푹 내쉬면서... 어찌 살지 모르겠다는 말만 내뱉는 시누가 안타깝다.. 보통사람 한달 생계비를 아파트 관리비로 내주면서 아직두 미련을 갖고 있는 시누... 아직 100억이 나올곳이 있다면서 찰떡같이 믿고 있는 시누... 동갑내기인 시누.... 어려서부터 시아버님 손에 풍족함으로 자라왔고... 결혼생활 역시 별 어려움없이 잘살다 못해 부의 극치를 달려왔건만.. 하루아침에 빈털털이가 되었으니 어찌 살꼬... 아이들 방학이 되면 집을 옮긴다고 하더니... 누군가 150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대준다고 그냥 있으라 했다고 있겠다는 전화를 받고는... 아직두 실감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물론 아직까지 나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시누덕에 그 좋은 아파트에도 드나들었고 덩달아 상류층이 된듯 어깨에 힘도 들어갔던 속물이었으니.... 남겨준 재산이라도 건드리지 않았다면 앞으로의 고생은 없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배제할수 없었다. 억 억.. 단돈 백만원만 은행에서 찾아도 누군가 날 쫓아오지 않을까 불안감에 빠른 걸음을 옮기는 난.. 그 억이란 돈의 단위가 정말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돈의 단위였다. 삭월세 내기도 빠듯한 사람들.. 먹고 살기에도 급급한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이승을 하직하고 떠난 고모부를 생각하면 안됐긴 하지만 모든걸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자기 처지를 인식하고 하루아침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그 부의 울타리에서 빠져 나와야 할 시누이.. 그래도 들어갈 시댁이 있다는 것에 안심을 하고 힘을 내주었으면 한다. 3년 넘은 초호화생활 속에서 고모부와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모두 접고 지금 현 상황을 빨리 피부로 느끼고 일어나 발돋움하길 바래본다. 꿈에서 깨어나 이 현실을 직시했으면.... 하지만 이 모든 현실이 시누에겐 꿈이였으면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