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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52

준비하는겨울


BY 27kaksi 2003-12-10

겨울이 온지도 여러날들이 지나갔지만,

나는 이제사 겨울 준비를 한다.

딸이 좋아하는 폭이 넓은 롱코트도 내어 다리고, 그이의 코트도 손질을

해야하고, 겨울 내복이랑-요즘 애들은 내복입는것을 싫어하지만-

모자랑 장갑도 찾아 놓아야겠다. 머플러도 챙기고....

인생의 겨울이 오기전에 준비를하라고,

겨울 문턱에 서면 늘 가르침을 주던 목소리 큰 어른이 있었는데....

인생의 겨울도 빨리 닥치는거라고, 주위의 모든일들을 준비하라고

일렀다. 사람과의 관계도, 신앙문제도, 건강문제도, 특히 자신의 삶의

문제를 돌아보라는 경고의 말씀이었다. 그땐 해마다 하는그말씀이

듣기 싫다고 짜증을 냈었는데,

이젠 그분을 멀리 떠나 있으니 내게 겨울을 준비하라 일러주는 사람도

없다. 어떤면으로라도 나는 잘 예비를 하고 있는것인가?

다시 한번 돌아보고 싶다.

내자신은 물론이고 내생활의 많은 부분도.....


첫눈치고는 제법 많이 내린 창밖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창고에서 작년의 크리스마스 트리용 재료를 꺼내 다시 조립을

했다. 몇년째, 아마도 내가 버리기 전까지는 늘 파랗게 있을 상록수를

나무의 형태로 만들면서, 난 잠시 추억에 젖는다.

예전에 시골교회에서 12월이 되면 크리스마스 준비를 많이 했었다.

조그만 교회에 트리도 만들고, 율동도 연습하고, 연극도 연습하고.....

참 재미있고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이브에 하던 선물교환은 가슴 두근거리게 기대를 하게 했는데.....

턱에 굼실굼실 수염이 나기 시작하던 고등학교 오빠가 괜시리 좋아서

밤잠을 설치기도 했었다.그 얼굴이 하얗고 키가 크던, 내가 혼자 좋아

하던 남학생은지금은 어디서 늙어가고 있을까?

교회는 연애당이라고 못가게 하는 어른들의 끈질긴

성화에도 열심히 가곤 했던 했던게 믿음의 뿌리가 되어 지금의 우리가정

은 주님을 모시고 산다.

그때 같이 꼭 붙어다니던 눈이 큰아이였던 인향이는 교수 부인이 되어

잘 살고 있지만 그애도 나처럼 그시절을 그리워 할까?

기억속에 남아있던 트리처럼 제법 형태를 갖춘 나무에 반짝이 전구를

두르고 베란다로 옮긴후에 불을 켜본다.

나무에 매달은 금빛 리본이랑, 종이랑, 눈사람이랑, 아이들이 어릴땐

같이 매달며 좋아했었는데, 이젠 혼자서 어린아이처럼 추억을 버무리어

장식을 했다. 다하고나니 한참을 행복했었다는생각이 든다.

앙징맞은 전구에서 깜빡깜빡 불이 들어오니 베란다가 꽉찬 느낌이다.

집에 들어오는 가족마다,

" 엄마, 트리 만들었네! 예쁘다!"

"12월 기분이 난다.엄마의 트리가 등장하면 아! 마지막달이야! 하고

실감이 나더라" 모두 한마디씩 한다.

식구들이 좋아하니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젊음을 주체못 하는 우리 아이들은 한해가 가는게 엄마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가슴 시리게 오늘 하루가 소중함을......

일년동안 손때가 묻은 가계부 겉장이 닳아서 끝부분은 조금없어지고,

엄마의 눈가에 주름이 깊어짐도 알지 못하고, 이젠 맨 얼굴로는 밖에

나갈 수 없이 자신없어지는 엄마의 심중도 헤아리지 못한다.

새벽에 잠이 깨어 욕실에 가면 거울에 비친 낯선 부인네! 왜 그땐 잠이

덜 깬 모습인데도 세월의 흔적이 잘도 보이는지......

아름답게 늙는다는게 쉽지 않음을 느낀다. 때론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는다는말이 어색하게 들린다.

아무리 젊어보인다고 해도 먹고 있는나이가 어디로 가겠나....

참 바보같이 살았다고 절규하듯 노래하던 가수가 생각난다. 또 불치병

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가 자기는너무 자신만을 위해 살지않고

가족을 위해서만 산게 억울하다고 하던 말도 생각이 난다.

그래도 난 바보처럼 살지는 않았다는생각이든다. 가족만을 위해산 부분

은어느정도 인정 할수 있지만,....

그래!, 한해를 보내는 이쯤엔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는것도 좋겠다.

언제나 결심하고 반성하고, 계획하고 해도 구구단 공식처럼 그렇게

똑같이 살고 말면서도 올해도 여지없이 그렇게 한다.

초등학교때 방학하면 동그란원에 이러저러한 계획만 거창하게 세우고

지켜지지 않았던 것 처럼.......

아직까지는 많이 춥지가 않아서 겨울같지 않더니 멀리 보이는 산자락에

흰눈이 보이니 세상이 조금은 밝아진듯하다.

이놈의 맘에들지 않는세상도 곳곳이 좀 밝아지면 좋으련만....

겨울!

추위를 즐기며 살아야겠다. 찬란한 봄을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래도 겨울은 찬란한봄을 기다리게 하는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