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결혼29주년을 맞은날.
큰며느리는 아니었지만 시집오면서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마음표현 제대로 못하고 살다가 사업부진으로 생업에 매달리며 시부모와 잠시 떨어져 있었어도 기념일이란 한번도 챙기지 못하고 생일까지도 잊어?버리며 살아온 터이라 이번에는 큰맘먹고 며칠전부터 결혼기념일이 며칠남았다고 남편에게 주입을 시켰습니다.
그리고는 또 서로 바빠 일에 매달리다 정작 그날에 둘이 다 잊어버린 겁니다.
사실 우린 IMF이후 남편 천성덕분에 또다시 고생길에 합류했지요.
마음이 약해서 거절못하는 그 성격이 다시 고개를 들더니 이제는 여직원 내보내고 마누리를 그 자리에 앉혀놓더군요.
서로 머리 싸매며 이리뛰고 저리뛰고 숨가쁘게 사느라 뒤도 돌아볼 겨를 없이 일에만 매달리는 날들이었지요.
생각해보니 이러다간 뛰다가 세월 다 가겠다싶어 바쁜가운데서 여유를 찾자고 나름대로생각을 한것이 기념일을 다 챙겨야겠다는 굳은 각오로 이번만은 꼭 그냥 지나갈 수 없다고 별렀는데 그만 잊어버린거에요.
그 다음날 아침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태연하게 이번에도 또 그냥 지나갔어요.
조금 원망스러운듯이 푸념 비슷하게 내 뱉었지요.
그랬더니 남편 굉장히 당황한 눈빛,
그리고는 나는 볼 일이 있어 나갔다 왔더니 장미꽃 한다발을 가슴에 안겨주면서 정말 미안 했노라고 그것도 처음 받아보는 편지와 함께..
엊그제도 생각했는데 이번 만큼은 안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하면서..
잔정이 없는 남편 그렇지만 그 마음 알기에 지금까지 기념일, 생일 기억 못했어도 그 속 마음 알기에 지금까지 아무 일없이 살아온 것을...
오래살아보라고, 그러면 감짝 놀랄 일들이 많을 거라고, 아마도 그동안 미안함의 표현이리라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하루하루가 내 생일이고 결혼 기념일 이었는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