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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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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이벤트


BY 이쁜꽃향 2003-12-08

오늘이 올 한 해 가운데에 가장 추운 날이 될 거라는 예보를 뒤로 하고 현관을 나섰다.

휴일에 내 차를 빌려 타는 큰 아들넘이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었다는 말이 생각 나

오늘 일정을 머릿 속에 되새겨보며 천천히 차를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바로 계단 옆에 세워져 있는 게 보인다.

시력 안 좋은 엄마 고생 안 시킬려고 지하 내려오자마자 눈에 띌 만한 곳에 세워두었겠지...

그럼 그렇지...누구 아들인데...

 

운전석에 앉아 습관대로 핸드백을 조수석에 휙 던지려는데

어둠 속에서도 뭔가 허옇게 조수석에 놓여있는 게 보인다.

저게 뭐지?

나는 평소에 차를 좀 지저분하게 쓰는 타입이라서

시트마다 널려 있는 책이며 잡동사니들을 치우며

아들넘은 내 차를 탈 적마다 한 마디씩 했었다.

"엄마!!

제발 앉을 자리 좀 남겨 두고 어지르세요~

운전석 빼고는 도저히 엉덩이 붙일 공간이 없다니깐요..."

"내가 엄마차 타고 나니깐 완전 새차 됐죠??"

세차를 해 놓았다는 소리였다.

 

오늘도 얼핏 차안을 살펴 보니 정리가 좀 되어있는 것 같다.

시동을 걸고 음악을 들으려고 볼륨을 높이니

어라...

내가 자주 듣는 CD 음악이 아니네...

분명 아들넘이 새로 꽂아놓은 것이리라...

조수석에 놓여 있는 물건이 무엇인지 살피기 위해 실내등을 켰다.

 

!!!

안개꽃에 둘러 쌓인 빨간 장미 한송이...

앙징스럽게도 작고 예쁘게 포장된 꽃다발이 아닌가...

 

'엄마 너무 외로워서 주말에 엄마 모임에서 일박 이일 여행 간다.

아우 시험 기간이니 우리 장남에게 아우 감독 좀 부탁할께...'라고 한 마디 던지고

훌쩍 떠나 버린 여행길이었다.

어려서 부터 줄곧 묵묵히 엄마 기념일을 챙겨 온 녀석인지라

외롭다고 불쑥 말해 버린 엄마 기분 전환을 위해

어제 낮에 꽃집에 들러 준비하여 조수석에 놓아두었으리라... 

꽃을 좋아하는 엄마 성격에 아마도 뜻밖의 꽃다발에 깜짝 놀랄 것 예상했겠지.

아침 출근길 ' 깜짝 이벤트'로 날 미소짓게 만들려는 배려로...

 

중고생일 적에도 내내 아무 말 없이 등교한 녀석이

갑작스레 장미꽃바구니와 카드를 내 사무실로 배달시켜

도대체 누가 보냈을까 의아하게 만들곤 했다.

때론 책상 위에 향수를 예쁘게 포장하여 두고 가기도 했고

군대에 있을 적엔 운전 나갈 적마다 받은 사탕을 모으고 모아-일 년간 모았다고 했다-

화이트데이에 맞춰 소포를 보내 와 날 울게 만들었던 녀석...

 

아마도

엄마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기에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나 보다.

장미 한송이에

이 아침 너무나 행복하다.

 

울 아들녀석 마누라는 과연 누가 될려는지...

그녀가 정말 부럽기만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