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나고 싶다 이름모를 머나먼 곳에.....' 허연 분칠한 얼굴 속의 촉수높은 전등이 가게안을 밝히고 손님없다고 일찍 들어가 버린 앞가게로 인해 쇼윈도우는 거울이 되어 또 한 명의 그녀를 그려내고 있다. 진즉 갈아 입혔어야 할 카운터앞 마네킹의 옷들은 근 한달째 변함없는 모습으로 그녀를 원망하듯 뻣뻣하게 서있고 선심쓰듯 악세서리 하나로, 후드조끼 하나로 변화를 주려는 의욕없는 가게주인인 그녀는 장사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흘러나오는 노래가삿말에 빠져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듯한 묘함을 느낀다. 그녀의 입안 혀의 놀림은 바깥으로 새어 소리로 나오고... 날씨탓인지... 우울함때문인지....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아무런 약속없이 떠나고픈 마음따라.. 나는 가고 싶다....' 아이들은 예민한 사춘기건만... 사랑하는 아이들을 두고 어디로 떠나고 싶은것일까... 이 울컥함은 병이련가.. 컴퓨터 자판위에 손을 올려 두드리다 다시금 멍하니 밖을 쳐다보고... 또다시 자판 위로 손이 올라간다. 어두워진 이 밤.. 드문드문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웃음보이며 커다란 싸이즈의 남자 청바지 하나를 판다. 구겨지고 찢어지고 가루가 된 내안의 나를 다시금 추스리면서 긴 한숨으로 목을 뒤로 젖힌다. 서른여덟개의 조명등... 하얀 탁자 위에 올려진 크고 작은 그릇처럼 보인다....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듯 여기저기 쑤심이 그간의 피로가 누적되어 나타나는것 같다. 어찌보면 미련스럽기도 한 그녀... 여우같은 여자들이 부럽게만 느껴지면서 융통성없고 약삭빠르지 못함에 가진건 몸밖에 없다고 몸으로 떼우려는 그녀자신이 너무 싫다. 그녀를 내려보는 조명등도...서 있는 마네킹도... 또하나의 그녀를 비춰주고 있는 쇼윈도우도... 모두가 그녀에게 손가락질하는 것만 같다... '다시 돌아온단 말없이 차마 떠나가리라....'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것같은 착각이 들면서 귓가에 가삿말이 맴맴 돌고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