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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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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란


BY 도영 2003-12-06

열흘 남짓 폭풍이 지나간 자리는 평정을 되찾고
평정 속에 미세한 알갱이같은 잔슬픔들이 머리속에서 가슴으로 내려와
비가되어 내리는데 정말로 퇴근 무렵에 비가올듯 하더니
오늘 아침 창문밖 빗소리에 눈을 떳다.


모처럼 깊은잠을 잔것 같다
어제 저녁 양발도 옷도 벗지않은채 거실바닥에서 숄을덮고 8시부터 잔 잠이
오늘 아침 7시까지 잣으니 11시간을 세상 모르게 잔것 같다.
남편이 깨우고 작은 아들이 팔을 잡아댕겨 일어나 앉히고 침대로 데려간 기억은 나는데
남편이 양말을 벗겨 재운것은 모를정도로 단잠을 자고 일어나니
며칠 신경을 써 까칠해진 피부도 윤기가 돈다.
신경쓰는 밑에는 못당한다는 말이 생각 났다.

어제는 학원에 ""병수""라는 7살 먹은 머슴아때문에 가슴이 뭉클 해졌다.
병수는 석달전에 들어온 아이인데 부모가 맞벌이 하는 관계로 어린이집 에서 태우는데.
이녀석 한테는위엄?을 보이면서 내가 붙이질 않는다.
시건방진 말투에 당돌하면서도 머리가 영리해 번번히 나를 열체게 하고 물멕여.
블랙리스트에 올린 악동들 중에 하나라 의도적으로
병수한테는 붙이지도 않거니와 한번씩 당돌한 말투에 사정없이 몰아치고해서.
점마가 나를 안좋아 하는지 알았다

어제 일이다.
4시30분 타임 수업을 마치고 아이들을 태워 코스대로 차량을 출발 했는데
병수는 잠바를 학원에 두고 왔다며 집앞에서 학원으로 도로 가겠다는거였다.
다시 차를 돌려 가기에는 다른 애들이 지장이있고
나역시도 퇴근 시간이라 난감해서..

""잠바는 월요일에 가져가면 되고 그냥 내려라.""

""아이.샘요 안돼요..지금 학원으로 데려다 주세요.""

""잠바가 그거 하나냐..내일 다른 잠바입고 마...그냥 내렷!샘 임마 퇴근해야지..""

""샘 제발 요...""

할수없이 글마를 데리고 학원 앞에 내려주면서 빨리오라고 했드만

""샘`~~가면 안돼요?""확인을 하고 다다닥..뛰어올라가는 뒷모습에 피식 웃어버렸다.

차량을 출발 시키고 처음으로 단둘이 차를탔다.
무표정 하게 신호대기중 창문에 턱을 괴고 상념에 잠겼는데.
다짜고자 ""선생님..어떡하다 선생님이 되었어요?"한다.
상념속에서 화들짝놀라 룸미러로 뒷좌석에 글마를 쳐다보며.

""왜?궁금하냐?병수야.""

""네에..어떻게 선생님이 되었냐구요...""

""모..흠...원장 선생님이 십년넘게 같은 동네 살다보니 친해져서 원장님 부탁으로 도와준다와?""

""아~~그렇구나.그러엄..열심히 하세요..'"

"'엥??그럼 내가 지금까지 열심히 안하드나?""

샐샐 웃으며 애어른같은 당돌한 7살 꼬마한테 말려들어가지않으려고 정신을 차렸다...ㅎㅎㅎ

'"아니오...지금까지도 열심히 했지만 더 열심히 노력 하라구요..""

아마도 평소에 저랑 친해지지않으려는 내가
잠바을 가지러 갈동안 기다려준거에 고마움에 표시였던것 같다.

""하하하~~~알았다 더 열심히 할께...근데 너 오늘 샘이 고마워서 아부성 발언이제?""

""아니여요~~~샘...""

이참에 저놈과 친해지고 싶어..
""병수야...샘..좋아하니?""

""처음에는 별루였어요..근데 자꾸 정이들려해요.그리고 많이 정이든것 같아요 이상하게""

""글나..나도 그래 ..다들 이뻐.얘도 이쁘고 쟤도 이쁘고 우주도 이쁘고 다빈이도 이쁘고 내눈엔 다~이쁘다.""

""네......""하며 룸미러로 나를 쳐다보는 눈에 정이 땀뿍 담겨있다.

그러고 보니 며칠전 병수의 말이 생각 났다.
아마도 내가 기분이 다운되어 말이 없었는가 본데 "

특유의 당돌하고 어른스런 말투로""샘..무슨 일있어요?기분이 안좋은거 같네요..왜 말이없어요?"

'"으응..그냥...슬퍼서..""

""왜슬퍼요?""

""묻지마 임마.그냥 슬퍼..""그랬는데
.
지딴에는 걱정스러워서 물어본거였으니..말투 곱지않타며 몰아치던 나였는데
내게 정이들었다니..가슴이 뭉클해지고 몬가 뜨거운 것이 내 마음을 덮혀왔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