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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사전 동의 없이 식기세척기를 구입하여 분노한 남편 사건을 보며 이 부부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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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4

갈곳이 없어라


BY 나예 2001-04-09

어제는 그 날씨도 좋은 일요일 아이들과 근처 공원에 모처럼
나갔는데 이 아저씨 피곤하다며 잠은 이런데서 자야된다고
연신 누워만있네
꽃도 활짝 피었는데

큰애는 자꾸 공놀이 하자고 조르는데 그 공 누가 가져왔냐면
이아저씨라는 사람이 아들하고 축구한다고 가져와 놓고는
나몰라라 하네

하는수 없이 내가 뛰었어 남들눈도 있고만 서른넘은 아줌마가
아들하고 운동장을 뛰어다녔어 땀나도록 열심히...
속으로는 열불이야 나지만

한걸음 뛸때마다 1칼로리는 소모될거야 위로하면서 또 좋아하는
아들 얼굴 보면서...

근데 쬐그만게 지치지도 않는지 한시간가까이 뛰게 만드네
너무지쳐서 아이스크림으로 꼬셔서 왔더만 춥다고 가자네
그것까진 좋았어

좋아하는 보리밥해서 고사리,도라지,무 나물볶고 된장지져
한그릇 거하게 비벼 먹게 만들어 줬더니 고장난 컴퓨터
고친다고 소파를 다 끄집어내네 전선이 소파뒤로 있었거든

어린애 둘키우는집 소파뒤가 어떻겠어
뒤로 빠진 온갖 작은 장난감에 쏟아진우유 마른것 쌓인 먼지
내가 보기에도 영 아니였어
속으로 좀 미안해 하고 있는데

이아저씨 미간에 내천자 딱 그리고는 도무지 필생각을 안하네'
첨엔 나도 미안했어 근데 그럴수도 있지 않느냔 말이야
어떻게 맨날 소파 밑까지 청소를 하느냐고
그렇다고 지가 도와주는것도 아니면서

내속도 점점 꼬이기 시작했어
근데 탁자에 엄마가 선물해주신 옥으로 만든 꽃병이 있었어
작은애가 탁자올라다니다 떨어뜨리면 최소 골절상이라고
구석으로 치우라는거야
아이의 안전이 우선이니까 좋다 이거야
근데 왜 하필 안보이는 구석으로 치우라는거냔 말이야
보이는데 놀때도 얼마든지 있는데

한바탕 할려고 벼르는데 마침 왕건을 하네
그건 봐야되지 않겠어
근데 큰애가 졸리다고 하니까 아이도 안재운다고 머라그러네
지는 소파에 푹퍼지게 누워서 보면서
정말 꼴이 불견이었어
자긴 피곤하데

내가 들은 누구누구집 아빠는 어떻더라는 말이 혀끝에서
맴돌았지만 차마 하지 못했어
지를 생각해서 자존심 상할까봐
어떻게어떻게 큰애는 재웠어
아 근데 궁예의 부인이 펑펑우네 아버지가 죽었다고
나도 울었어 왜냐구 슬프잖아 아버지가 죽었는데 오죽 슬프겠어
근데 또 뭐라 그러네 울게 그렇게 없냐고
이 아저씨가 오늘 날잡았나 보자보자 하니 보자기로 아나
끝날때까진 기달렸어
볼건 봐야지
작은애가 달겨드네
놀아달라고
지는또 나몰라라야
또 내차지야

애라 모르겠다 없고 나왔어 혹시나 핸드폰도 슬쩍 주머니에 넣고
밤거리 한산하데
그 많던 사람들이 다 어딜갔는지 어두운 골목을 걸으려면 뒷쪽이
좀 으시시 한거야 자꾸 돌아보게 되고
시장을 한바퀴 돌았어 간간히 아는사람이 이밤에 뭐사러 나왔냐고
물어오데
기냥 웃어주었어 할말이 있어야지

가까이 사는 동생네 집근처를 가봤지 일찍들 자는지 불이 꺼져 있데
서울살면서 열한시에 잠드는것도 참 능력이다 싶었지

친구가 사는 다른 아파트 단지로 가보았어 13층 불이 켜져있데
왠지 불빛이 그렇게 따스해 보이더라구 그집 신랑 무지 자상하거든
달리 갈데가 없는거야 그래 노래방에나 한번 가봐야지 했어
그아저씨 음치라서 이태껏 노래방 한번도 안대꼬 갔거든

아 근데 노래방 입구에서 왠 술취한 아저씨가 비틀거리네
눈빛도 요상한거야 에그머니 하고 도망왔지
잘못걸려들면 아주 낭패거든

마침 다음날 돈쓸데가 생각난거야
그래서 24시간 뱅크에 가서 돈이나 찾자 했어
근데 그시간에 모두 샷다문 내려놓는줄 어제 알았네
24시간 이면 문을 계속 열어놔야지 왜 닫아 놓느냔 말이야
한빛은행,제일은행,신한은행,마을금고,국민은행 동네 은행은
다돌아 댕겼어
12시가 후딱 넘네 그래도 이아저씨 전화가 없어요
은근히 더 부아가 치밀대 집에 전화했어 받데 그래서 끈었어
그러면 알아들어야지 다리는 아파 죽겠는데 왜 기별이 없는거냐구
등에서 아이가 자네 등도 아파와

집앞에 다시 와서 베란다를 보니 불이 켜졌어
혹시나 입구에 나와 기다리고 있을까해서 그러면 모르는척
들어갈려고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사람그림자도 안보이는거야

자는 아이의 머리가 자꾸 옆으로 쳐져 아주 불편가거든
괜히 아파트가 몇개나 싶어 층수만 다세었어
어제 첨알았어 우리아파트가 290세대라는걸 작대
좀 더대는줄 알았어

한시가 다 되어가 힘이드니까 도저히 못버티겠는거 있지
기냥 들어왔어 그래도 엘리베이터 종소리 울리면 문이라도
열고 나와볼줄 알았어
열쇠로 문따는 소리가 들려도 기척이 없어
비참햇지 그렇다고 티낼수 있남
아닌척 무슨 큰 볼일 보고 들어온 사람모냥 자는애 침대에 누이고
한숨한번 크게 쉬고 물한컵 마셨어
그 아저씨 뭐하고 있었냐구 나는 자고 있었으면 봐줄려고 했어
근데 멀쩡히 앉아서 책보고 있네
좋아 네가 그랬단 말이지
도저히 열이나서 못있겠는거야

욕실에 들어가서 머리감고 목욕도 했어 기분이 좀 나아지데
머리 물기 문지르며 방으로 들어가는데
"그냥 잘려구우.."
말꼬리가 올라가데
내가 눈치는 빠르잖아
"피곤해 보던 책이나 계속봐"
하고 들어가서 문을 잠궈버렸지
좀있으니까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데
근데 난 그소리가 자장가 같았는지 몰라
깨어보니 아침이데
문을 열어보니 소파에서 웅크리고 잠들어있는거야
얼마나 고소한지
밤새 좀 고달팠을거야
지같으면 이상황에
에라이 꽝이다.
교훈이 하나있어 신경전한다고 집나가면 안돼 갈데가 없어
몸만 힘들지
안나가고 성공시대라도 보았으면 남는거라도 있잖아
이상이야
내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