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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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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남자가 내게 베푼 사랑..하루...!


BY 산,나리 2003-11-30

음식은 역시 급하게 먹으면 안되는 법.
이른 아침 일찍 일어 나 아이들의 등교 준비를 위해 식사 준비를 할려는데
어지러웠다. 왜 이럴까...? 머뭇거릴 틈도 잠시 화장실로 달려 갔다.

경험이 많은 작은녀석은
" 엄마~ 제가 손을 따 드릴게요..."
교복을 입다말고 바느질 그릇을 가지고 나왔다.
 


난 쓰러져 진땀이 나고 힘이 쭉 빠졌다.
고무줄로 팔목과 엄지 손가락을 동여매고 녀석은 제법 폼을 잡았다.
바늘끝을 콧김을 쐬라고 했더니 그것 또한 그럴싸하게 잘하고 있었다.
" 아이고~ 막상 무서운데요 "
내가 괜찮다며 빨리 빨리 살려 달라는 시늉을 했더니
녀석은 과감히 따끔하게 찔러 검붉은 피를 손톱위 살 언저리에 맺혀 놓았다.
다른 한쪽 손은 잘 안되어서 세 번을 거듭한 끝에 또 피를 내고 휴지로 닦았다.


" 휴~~~~~.....살 것 같다.. "

어제 저녁에 고기를 구워 맛나게 상추쌈을 싸 먹고 급하게 성당 미사에 다녀 와서
피곤 하기에 일찍 잠들었는데 이른 아침부터 탈이 붙었다.

 

그래도 고맙게 작은 녀석이 지에미 손을 따놓고 학교에 갔기에 망정이지
큰녀석이나 옆지기는 내가 죽는다고 해도 무섭다고 손을 따주지 못한다.
언젠가 그런 일로 집이 시끄러웠던 경험이 있다.


큰녀석도 일어 나 대충 챙겨 먹고 나가고 옆지기는 오늘은 출근을 안한다며 어제의 과음에
오히려 떡이 되어 누워 있으면서 쥬스 한잔 갈아 주면 좋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들려도 해 줄수도 없고 소화제를 이것 저것 챙겨 먹고는 애들 침대로 기어 올라가
벌렁 눕고 말았다.


나도 모르게 얼마나 한참을 잤나부다... 꺼벙이 모양새를 하고선 옆지기가 수화기를

가져다 귀에 대어 준다 시어머니께서 생신 선물로 부친 옷이 도착 했다며

고맙게 잘 받았다고 전활 하셨다.

목소리를 들으시고는 아프지 말라고 당부하신다.
난 비몽사몽 통화를 하고는 또 한참을 잤나부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났을까???.....옆지기는 쩝쩝 소리를 내고 어제 본인이 사다 놓은 찹쌀떡을 먹으며 나보고도 한입 먹으란다.
' 아이구~~~나... 저런 속알딱지라고는 없는 사람이......'
채해서 토하고 난 사람에게 하는 폼새라고는...쯔쯔....
쩝쩝 소리도 듣기 싫어 나가라고 손을 휘저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늦은오후.......저녁나절이 가까우지 싶었다.
딸그락 딸그락...소리가 난다 싶더니만 나와 보라는 소리가 쩌렁 쩌렁 하다.
머리가 띵)))....어지러워 겨우 식탁으로 나갔더니만
참말로 꼬소한 누룽지가 적당히 미음처럼 만들어져 우동 그릇에 담겨져 식탁위에
놓여 있었다.
" 햐~~~ 잘 만들었네 ".......한술을 뜨면서 난 진심으로 감격했다.
그리고 맘속으로 ' 모야~ 나보다 잘 만들었잖아...' 했다.
" 진~짜..? "
" 엉....."
정말 따끈하고 보드라운게 속이 화하게 개운해진 듯 했다.
" 많이...다~아 먹어....."
한술 한술 진짜로 나는 다먹어 가며 ' 20년 사니깐 이런날도 있구먼...!? '했다.


지금 내속에 딱인 누룽지밥...
정말 고맙긴 했다. 주문해서 사먹을수도 없는 음식이라 더욱 고마웠다.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마저 해주면 좋으련만 하기 싫은 듯 방으로 들어 가 버린다.
맛나게 먹었지만 아직도 몸을 가누기가 무거웠다.

 

소파에 누워 가물가물 기운 없어 TV를 보다가 자다가 시간을 보냈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큰녀석이 오더니 딸그락 딸그락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뒷정리가 끝날무렵 들어오는 작은 녀석에게 물 먹는 컵마저도 씻어 놓으란다.
내일 아침 엄마 힘드시다고.....


나자신 한사람이 할 일을 제대로 못한 하루가 세남자를 어수선하게 한다 싶었다.
그러면서 가족의 따스함도 느꼈다.
사람살이가 얼키고 설켜 가며 서로 부비며 마음의 온기를 전하면서 살아감이 포근하다.

 

손 따줄 사람...구수한 누룽지 만들어 주는 사람...설거지 정리 정돈해 주는 사람...
이제 곧 겨울이 오고 따뜻함이 더욱 그리워지는 날이 오고....!
나역시 하룻동안 소중한 가족사랑을 느낀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