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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은 동화 속 나무꾼


BY 쉐어그린 2003-11-28

요즘 남편은 땔감을 마련하러 다닙니다. 나무꾼인 셈이지요.
나무꾼하면 깊은 산 속에 들어가 하루종일 도끼로 나무를 찍어
쿵쿵 소리를 내면서 나무를 하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이마엔 구슬땀이 흐르고 그러다 나무 요정이라도 만나면
운 좋게  땔나무가 한 지게 거저 생기기도 합니다. 나무 그늘 아래,
또는 따스한 햇볕 아래 요정과 노래라도 부르다,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오는 나무꾼. 정말 운 좋은 나무꾼은 선녀를 만난 나무꾼이었지요.
선녀를 만나 결혼하고 예쁜 아이까지 얻는 이야기.
이런 전설이 생겨난 이유는 그만큼 나무꾼이란 직업이 힘들고,
가난을 면하기 어려운 직업이라 이야기꾼들이 나무꾼들의
행운을 비는 마음으로 그런 전설적인 발상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더군다나 일하는 곳이 신비로운 숲이기에
그런 이야기가 전해 내려왔겠지요.

며칠 전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 드디어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습니다.
'땔감을 해야 될 터인데....'하면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발등에
불이 떨어지니 그 날 급히 남편이 땔감을 해왔습니다.  차 뒤 트렁크에
빼곡이 땔감을 실어왔는데, 야! 어쩜 그렇게 빠를 수가 있는지
저는 속으로 감탄했습니다. 
"어! 나무 요정이라도 만났나? 이마에는 땀도 별로 없고.....좀 수상한데."

말은 이렇게 했지만, 동화 속 나무 요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남편이 절대
나무 요정을 만날 수는 없다는 걸 잘 압니다.  남편은
동화 속 커다란 도끼를 들고 구슬땀을 흘리는 진짜 나무꾼이 아니거든요.

"동강마을 쪽으로 가는 길에 쓰러진 나무를 해왔지. 와! 대개 쉽다. 나무하기."
"길가에 쓰러진 나무가 있었다고?"
"못 봤어? 지난 태풍에 쓰러져 길을 막았던 나무들. 길 막았던 나무 말고도
길가에 몇 그루가 더 있었는데."

저는 산책을 다니면서도 산에 둘러싸인 풍경만 감상하고
길가는 무심히 지나쳐서인지 그 곳에 땔감나무가 있는지 몰랐지만,
남편은 눈여겨보았나 봅니다. 땔감나무 할 곳을 마음 속으로
미리 정하고 있었으니 '나무꾼은 나무꾼인가?'란 생각이 드네요.

엊그제 일요일 남편과 함께 나무를 하러 그 산책길로 같이 갔습니다.
남편은 쓰러진 나무를 신식 톱인 엔진톱으로 윙 소리를 내며 자르고
저는 잔나무 가지를 모으고 뿌러 뜨려 뿔쏘시개용 땔감을  모았습니다.
엔진 톱의 위력은 대단하여 두 그루의 나무를 잠깐 사이 짧은 토막으로
잘라냈습니다. 같이 일을 했건만, 엔진 톱으로 장만한 땔감은 차 트렁크에
꽉 찰 정도이고, 제가 모은 뿔쏘시개 땔감은 겨우 두 뭉치였습니다.
 '그래 남편은 운 좋은 나무꾼이야. 이 엔진 톱으로 나무하는 남정네들
모두 동화 속 운 좋은 나무꾼이군.'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더군다나
태풍이 도와, 운반하기 좋은 장소에 나무를 쓰러 뜨려 까지 주었으니
진짜 운 좋은 나무꾼인 셈이지요. 아무리 쉽게 나무를 했다해도
남편의 이마에는 땀이 쏟고, 농로 길가라지만 숲 속에 둘러싸인
신비로운 곳이니, 요정이 나타날 만도 하겠지요? 아니, 진짜 나무꾼같은
일이 남아있는데, 그 때 나타날 지도 모르겠네요. 나무를 도끼로 잘게
토막을 내는 일이 남아있거든요. 마당이 쿵쿵 울리며 장작을 팰 때,
남편은 진짜 나무꾼 같답니다. 저도 옆에서 거들어야겠어요. 요정을
보기 위해서.....

아무튼 올해는 쉽게 땔감을 장만할 수 있겠습니다. 땔감을 장만하며
동화 속 이야기도 음미하고 난로의 따스한 온기도 상상해 봅니다.
벽난로에서 탁탁 나무 타는 소리와 온 세상으로
함박눈이 날리며 하얀 눈이 쌓여 가는 겨울도 상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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