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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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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의 찢어진 청바지


BY 구경꾼 2003-11-28

20년전

명동은 우리들의 최첨단 거리였다.

모든 멋쟁이들과 거리를 가득메운 상점들, 늘 친구와 명동거리를 쏘다니며 이것 저것

지치지도 않게 구경다니는 것이 우리의 청춘이기도 했었다.

그날도 친구와 명동거리를 구석 구석 헤메고 있는데, 갑자기 거리가 수선스러워 지면서

멋있는 우리의 청년들이 한무리가 되어 이리 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나도 궁금하여 그 청년들을 이끄는 존재가 무엇인가 싶어 보니

어느 멋진 외국여성과 우리나라의 멋진청년의 데이트 모습이였다.

그런데 그 멋진 외국여성은 정말 드물게 쭈쭈빵빵이였고, 그 모습만으로도 환상적인데

아니 이 여자분이 그 문제의 청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신발은 나이키에, 청바지는 아 그게 무슨 상표였지,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데, 그 상표의 청바지 만으로도 최첨단을 건는다고 생각했던 우리들의 눈앞에 그 멋있는 여자가 입고 있는 청바지는 바로 얼마전 유행했던 찢어진 청바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찢어진 부위가 바로 엉덩이와 허벅지의 경계선으로 정말 엉덩이 살이 한움큼 보일만큼 획기적인 청바지였던 것이였다.

20년전에 청바지를 찢어지게 입는 것은 상상도 못했을때 마치 지금의 모델같은 멋있는 여성이 과감하게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것만으로 그날의 명동은 온통 젊은 남자들의 환상의 도가니 였었다.

그 여성이 가는 곳마다 수많은 청년부대가 우르르 침을 흘리며 따라다녔으니까.

그 여성이 상점에 들어가면, 상점밖에서 기웃 기웃 상점안을 들여다 보는 청년들의 모습이라니.

그때 우리는 대망의 80년대의 멋쟁이들이였지만, 어쩔수 없는 우물안 개구리였고

그 멋있는 여자는 타임머신속의 여자처럼 그렇게 그 80년대의 명동을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