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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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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촌 아재.


BY 도영 2003-11-17

며칠전 오촌 아재가 별세 하셨다는 대소가 총무일을 맡고 있는 집안 되련님의 한통의 전화를 받고 입안에 점심밥을 문채 가벼운 현기증 과 머리속이 텅 비는듯 했다

내가 시집올 무렵에 오촌 아재는 그당시 지금의 내남편 보다 두어살 더 많은 분이셧다.

낮 설고 물설고 문화가 영 딴판인 경상도 땅에 일박 이일에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종갓집 맏며느리는 타이틀과 재래식 부엌에는 혼사를 치른 설겆이 그릇이 넘쳐나고 있었다.

넘쳐나는 그릇들을 씻으면서 어머니가 바빠서 새며느리 오는날 치우지 못하고

내게 주방을 넘겨 주신거라고  생각을 했지..

내 시집살이의 전초전임을 수므두어살에 어린 새색시는 상상도 못했던 새댁시절에

오촌 아재와 나는 아재와 질부 라는 촌수로 불리어졋엇다.

대.소.가가 모여사는 집성촌에 종갓집 에 맏 며늘이 들어왔다는 한가지만이라도

모든 이목이 우리집에 고정 된채 관심의 대상이였던 시절에

오촌 아재중에 한분인 그분은 나를 참으로 어여삐 여기셧다.

내며느리 감싸는것 없이 흠집내기 바쁜 어머니의 깊지못한 행동에도

흔들림 없이 나를 믿어주신 아재중에 한분 이셨다.

명절때나 대소가 크고 작은 행사때면 오셔서.

"질부가...어야든동 잘 참아레이 ..욕보제..'"하시며

말 한마디에  나를 염려하고 나를 위로 하고자하는 아재의 마음을 충분히 느끼곤 했는데.

며칠전 그분의 장례식장에를 갔었다.

참으로 희한 한것은 요 몆년새 돌아가신 집안 어른들이 해만 다르지

같은날 제사가 드는거였다.

우연의 일치치곤 모두 여섯분이 돌아가신날이 같은 날이 되는걸 확인하고

우리들은 영안실에서 저으기 놀래 한마디씩 했더랬다.

""어머나.형님요 귀신 없단말 못하겠다요..형제분들끼리 우째 그래 가신날이 같은겨..""

""그러게나말이다..새집아재와 동부댁 아재가  같은날이고 우리 큰 할아버지와 자네네 시할아버지가 같은날이고..이번엔 오촌 아재와 어느분과 같은 날이라며?""

마캉 신기해하며 형제분들이 심심하실까봐 데리고 가셧다며

우애좋은 집안이 틀리다는둥 전과자 없는 우리집안이 명문의 집안 집안 이라는둥

그동안 때묻은 중간쯤의 며느리들인 우리들은 이야기꽃을 피웟다.

물론 연세가 많은셔서 가신 호상 이기게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시집온 햇수가 비슷비슷한 며느리들은 어느새 가계가 꽉 잡혀 중간쯤 서열이 되다보니.

여유만만하게 앉아서 담소도 나누는데

몆년 안된 새 동서들이 우리가 과거에 했던 것처럼 발발 기며 일거리를 찾아가며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던 한 동서가.

""과거에 우리를 보는것 같다 ..형님요.""

""에휴...새댁시절엔 왜그리 어른들이 어려웠던지 무조건 머리조아리고야..""

'"마자마자요 요즘 우리 임금 됐죠모~~""

우리끼리 떠드니  까끄리하기로 소문난 미란이 애기씨도 슬며시 맥주병을 올케들 테이블에 올려놓고 끼여든다.

땡삐같던 아지매들도 먼저 오셔서 아는척 하시고.

시숙들도 기웃 거리시다 눈치빠른 한 제수씨가

""아주버님~~이리 앉으셔요 '"자리를 권하니.

'"사랑 하는 형수님들 사랑하는 제수씨들~~'"하며 너그레를 떠신다.

그러자  평소에 웃음 많은 종동서가 까르르`~~~웃다가 내게 지적을 당해

""이사람아...여기 초상집이데이...쉿..""옆꾸리 째비니  근엄한척 표정을  애써 바꾸는척 한다.

오촌 아재 초상집에서 며느리들은 조만간 며느리 친목도모 산행하자는 나의말에.

날만 잡으라고 그럼 언제라도 갈수있다고 호응이 대단타.

까끄리 종시누가 딸들도 끼여달라며 사정하니

동시에 열댓명의 며늘들이  '"안돼요!!""를 해버린다...ㅎㅎㅎㅎ

이제는  별나디 별난 아지매들도 한걸음 물러나고

세대교체가 질부들에게 이양되는 요즘 우리집안 분위기에 찬치집이든 초상집이든 모이면 즐겁다

일때문에 제주도에 몆년 홀로 계시는 어느 시숙은 깍두기 담을때 초장을 넣어보라는 말씀에

언제 한번 맛보게 해달라며 조르는 제수씨들에게 감자탕을 선보이겠다며

언제 모디자며 마치 유명한 요리강사 마냥 어깨를 으쓱 한다.

 

아재의 장례식날 ..

산자와 죽은자의 분리작업은 끝나고  전날 추적추적 오던비도 아재를 묻고 오는 길은

무정하리만치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오촌 아재의 말씀이 생각 났다

아재는 내가 손아래 동서를 볼때도 그랬고

둘째동서와 막내동서를 볼때도 그러셨다.

""새질부.잘들어레이...맏형님 하는대로만 그대로 따라해라..니그 형님 하는대로만 하거라..""

그 아재의 당시 한마디가 얼마나  힘이 되었던지 아재는 모르셨을것이다.

남편과의 한달동안의 냉전과 갈등으로

아재가 중환자실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도 당신집 식구들 다 뵈기싫어 안간다며

아재의 마지막 모습을 못뵌것이 그렇게 후회 될수가 없었다

무릎위에 후둑후둑 떨어지는 회한의 굵은 눈물 자욱들이 까만 스커트에 스며들어

축축함을 느끼며 가속페달을 꾹 밟고 학원으로 향하는 차안에서

퉁퉁 부은 눈을 가리고져 선글라스를 써야만 했다.

 

 

 

 

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