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아침 출근길 부터 비가 가랑 내리더니
퇴근길 제법 주룩거리며 빗줄기가 굵어지고 어쩌면 그비는 치친 내마음을 닮은듯 여름
소낙비와 달리 차디찬 느낌으로 다가온 겨울비 그것이었습니다.
고3딸아이가 입시의 해방감에 젖어 친구들과 머리에 셋팅 퍼머를 하고 퇴근 무렵
회사 근처로 찾아왔기에 이것 저것 맛난것 사먹이고 퇴근길 동반자되어 나란히 집으로
발길을 향하였습니다.
요즈음 피부로 느끼는 실제 경기는 IMF 그때 보다 오히려 더 힘들다고 합니다.
그런 경기탓인지 저역시도 사업을 하는것은 아니지만 하루 하루 고되고 쳐져갑니다.
하지만 세상 쉬운일이 어디있나 싶어 스스로 위로와 다독거림으로 버텨가는 날들입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많은 인생공부를 다시 합니다.
주부로써 저녁 찬거리를 준비하던 그때가 늘 같은 일상사라 무료하다고
느꼈던적이 있었는데 지나고 보니 그윽한 행복의 넘침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왜 그리 모르고 지냈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집으로 향하는 어둠이 깔린 밤길
평소 과일중에 귤을 맛있어 하는 딸아이에게 귤한봉지 손에 들려 주고
달랑 달랑 아파트 에레베이터에 올랐습니다.
이사온지 5개월이 되었지만 종일 집을 비우고 살기에 같은동에 사는 이웃이 다들
처음보는 낯선 얼굴들입니다.
아~ 높기도 하여라~
25층!
그런데 에레베이터 문이 열리자 짜잔~~ 눈앞에 마술처럼 현관입구에 반듯한 상자하나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태어나자 부터 도시 생활만 하였고 그러기에 흙냄새 나는 시골에 일가친척 하나 없었는데
나를 비롯 아이들까지 시골에 친척있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그런데 시골에서 택배로 부쳐온 상자를 풀어보니 하얀 봉투에 또박이는 글씨의
정겨운 사연과 손수 텃밭에 농사를 지은 무공해 농작물들이 마술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와~~~~~~~~~
빛고운 태양초 고추가루, 찹쌀,검은콩,흰메주콩, 자줏빛 팥, 싱싱한 표고버섯,무, 대파, 게다가
전업이 젖소 사육이기에 완성 유제품까지 상자를 가득 채워 얼굴도 모르는 이 친구를 위해
경상도 그먼곳에서 서울로 보내진 것입니다.
힘들어도 슬기롭게 잘 이겨내어 좋은 날들이 올거라 다독여주고 세상 나만 힘들것 같지만
누구나에게 힘겨움은 있을거란 사연으로 가득하고 어쩌면 그렇게 마음처럼 글씨도
차분하고 어여쁜지...
글로써 나를 그려보고 얼굴도 한번 마주한적 없는 동갑의 친구~
아침이면 부지런하게 200두나 되는 젖소를 돌보고 그 바쁨속에서 정성스레 가꾼 무공해
농산물들이었습니다.
그 소중한것을 감동으로 받아 안고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귀중하고 소중한 친구의 배려가 세상사 고통 자기혼자 어깨에 진듯 무거워 하는 요즘의 나에게
커다란 힘을 실어 줍니다.
친구야~~~~~~~~~
정말 고마워
너무나...
이것 정말 마술같어~~~~~